미국 도보 여행기 13편 - 7월 하순
아팔래치안 트레일 ( Welcome Home, Mom )
* 아름다운 AT 길 중에 하나인 Franconia Ridge 북진 1,817.8 마일 지점
* 언제나 예스 마인드 -뉴햄프셔 주
7-21 토 맑음 비바람 135일째 누적 2,942.0 km ( 1,828.1 mi )
가필드 리지 Garfield Ridge 쉘터. 이동 16.1 km ( 10 mi )
날씨는 청명하고 파란 하늘과 푸르른 숲의 좁고 척박한 오름길은 나무뿌리와 바위들 뿐이다. 북으로 오를수록 점점 험하여 하루 이동 거리는 점점 짧아졌다.
가파른 돌길을 아침부터 힘겹게 올라 잘 정비된 유료 캠핑장을 만났다.
이곳에서 깨끗한 샘물을 공급받고 짧게 오름길과 내림길을 반복하다가 멋진 라파예트산 정상에 도달하였다.
정상에서 걸었던 산맥을 감상하니 마치 치맛자락을 펼친 여인 같으며 산세는 부드럽고 정상 부분이 날카롭다.
고봉과 산맥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의 조화였다.
힘들게 오를수록 자연의 웅장한 풍광은 하이커들을 반겨주고 정상의 미풍이 감미롭다.
내가 오르내렸던 산맥을 되돌아보는 것도 등산의 큰 묘미이다.
저 산맥을 걸어왔다는 것이 대견스럽고 많은 재를 넘고 넘어서 미국의 여러 주와 주를 걸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오늘은 여름의 무더운 날씨가 사라지고 상쾌함을 주는 드높은 파란 하늘아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산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듯이 산 위에 군중들이 포진해 있다.
주말 등산객들로 정상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칼 능선의 알파인 존에는 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아서 마치 한국의 단풍놀이를 방불케 하였다.
미북부지방은 연중 겨울이 길어서 모처럼의 화창한 날씨를 즐기기 위하여 산을 오른 얼굴들이 저마다 환하다.
산아래로 굽이진 산맥 사이로 호수와 멋진 별장을 조망하며 나도 그들 속에서 점심을 먹었다.
정상의 소란스러운 축제분위기를 뒤로하고 내리막길을 만나니 다시 한적하다.
오른쪽은 산림이 우거진 부드러운 산맥에 군데군데 큰 바위산이 지루함을 달래 주고 왼쪽에는 절벽으로 이어지는 바위 조각들이 즐비하여 돌출된 바위들에게 내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 보았다.
알파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키 작은 야생화가 바위틈으로 얼굴을 내밀어 여름 햇살을 즐긴다. 바위에 덮인 옥색 이끼는 신이 그린 수묵화로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색이다.
다시 그늘 없는 알파인 지역을 하산하니 떠들썩하던 축제는 사라지고 한적함은 나 홀로 명상센터가 절로 되었다.
내 마음의 심오한 깊이에 빠져 들게 하는 것도 숲이다.
산등성이 바위길을 걸으니 확 트인 수려한 전망이 펼쳐졌지만 이내 산 아래에 도달하니 어느덧 청명한 가을 같은 사라지고 하늘은 먹구름을 안고 한여름의 변덕을 부렸다.
좋은 풍광에 도취하여 신선놀이를 길게 하여서 저녁이 되어 쉘터에 도착할까 마음이 재촉되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AT는 혼자 걸어도 3,500 km 길의 곳곳에 쉘터가 있기 때문에 쉘터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혼자가 아니다.
AT 하이커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도 알게 되고 여러 번 만났던 사람과 친구가 되고 때로는 삶에서 보석보다 더 귀한 배우자를 만나기도 한다.
부귀와 명예가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고 머리로 부정하는 이론도 매일 걸으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마음속의 행복은 항상 있었지만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루의 긴 여정이 안전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감격스럽고 행복하였다.
하이킹이라는 정의가 미지의 땅을 걸어 견문을 넓히고 건강을 얻는다고 정의한다.
나는 여기에 명상길이라 더하고 싶다.
이 짜릿한 모험심을 체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신력이 생긴다.
내가 호의호식하는데 연연하였다면 그것도 산에서는 담백하고 간결하다.
여행을 가면서 단 한 벌의 옷을 챙기는 사람은 없지만 도보여행은 단 한 벌의 옷으로 여행이 가능하다.
무소유의 행복을 체험하며 그것의 불편함을 스스로 겪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순응하면 도보 여행이 편해진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배우며 우리의 삶도 순응할 수 있게 한다.
비와 땀으로 젖은 옷을 온종일 입었지만 피부는 점점 투명해졌다.
건강하게 살겠다고 내 몸에 좋지 않다는 핑계로 편식이 심한 현대인의 식성은 숲에서는 용납되지 않았다.
숲에서는 그저 단것도 쓴 것도 모두 감사의 맛으로 통일된다.
긴장한 내 몸은 모든 것을 흡수할 준비태세를 하여 무엇을 먹어도 잘 소화되었다. 소식을 해도 견디어 내고 과식을 해도 소화된다.
무언가 몰두하면 우리는 5감이 필요 없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음악에 몰두하려면 가끔은 눈을 감고 귀를 더 많이 열지만 자연을 만나려면 5감을 모두 열어야 한다.
멋진 경관을 보고 신선한 공기를 먹고 나무의 이야기를 듣고 피부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자연과 내가 최고의 교감으로 오감이 함께 작동한다.
하이킹은 두 발로 할 수 있는 여행이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명예를 가진 자도, 평범한 자도, 귀한 사람도 모두 동등하게 걸어야 가능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버리고 또 버려서 최소한을 소유하는 여행이다.
서로 돕고 도움 받아야 가능한 것이 숲 속도보여행이다.
가필드산을 넘고 다시 깊은 숲의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한 발씩 옮겨 쉘터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알파인 존에 속하는 산을 3번 넘나들었다.
청명한 날씨 덕분으로 유람을 만끽하였고 저녁에는 비바람이 내일의 날씨를 불길하게 하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날씨에 맡겨야 하는 것도 도보여행자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 라파예트 산 Mt. Lafayette
* 바위를 타는 등산로
* 비 속에도 아름다운 숲 -뉴햄프셔 주
7-22 일 비 136일째 누적 2,958.1 km ( 1,838.1 mi )
질랜드 폴스 Zealand Falls 허트. 이동 16.1 km ( 10 mi )
밤새 비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는 빗나가고 바람만 밤새도록 불었다.
하지만 비는 잠시 시간을 늦추었을 뿐 오전부터 하늘은 울상이다.
오늘 오름길이 어제보다 더 거친 오름길인데 날씨 때문에 더 힘든 여정이 예상된다.
초입부터 오르고 내리기의 반복이 끝나고 다시 2.3 km ( 1.4 mi ) 거리에 엘리베이션 게인은 488 m ( 1,600 ft )의오름길을 치고 올랐다.
비가 오기 전에 정상에 도착하려고 하였지만 마음뿐이고 몸은 더 무거웠고 급기야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바위의 가파르고 협소한 등산로는 미끄럽고 몸은 땀과 열기로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생기니 기온은 빠르게 하강하고 있었다.
산의 고봉인 투윈산 정상까지 천둥 번개만 없기를 바라며 비를 뚫고 가까스로 투윈산에 도착하였다.
정상은 바위만 보이고 비바람과 맞서 힘들게 사진을 찍었다.
정상의 풍광은 안개로 볼 수 없었지만 정상 특유의 신비로운 정기가 느껴졌다.
하산길은 정상의 바위군집과는 달리 키 낮은 소나무가 어깨 높이로 자라서 바람을 피하며 걸었다.
하산길 산 중턱의 노면은 검고 납작한 바위들이 뒤덮였고 설상가상으로 바람이 요동을 쳐서 가까스로 숲으로 접어들자 비가 잠시 그쳤다.
바위 내리막길은 몹시 미끄러워 오름길보다 더 긴장되었고 급기야 나는 바위의 경사에 넘어져 발목과 무릎 통증과 동시에 엉덩이도 얼얼하다.
하산길이 몹시 위태로워 잘 걷는 젊은이들도 자신의 속도를 내지 못하여 오늘은 안전이 최선책이다.
뉴햄프셔 주에는 쉘터와 캠핑장이 유료가 많아서 등산로 옆의 작은 야영지가 인기이다.
길을 걸으며 눈썰미 있게 잘 살핀 덕분에 지금까지는 작은 야영지를 잘 찾았지만 오늘밤은 또 어떤 곳에 머물 수 있을지 우중의 잠자리가 걱정이다.
이런 상상으로 걸을 때 가시 비가 줄기차게 내리기 시작하고 몸은 젖어서 걷는 열기로도 추위를 이기지 못하여 걸어도 몸은 절로 떨렸다.
마침내 허트 지붕이 산아래 보이고 그 오른편은 멋진 폭포가 우렁차게 흐르고 있었다. 허트에서 생강차와 감자 수프로 몸을 녹였더니 추웠던 몸이 진정이 되었다.
비옷과 입은 옷은 이미 흠뻑 젖었다
허트에 하루 2시간 일을 하면 무료로 잠을 잘 수 있다지만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먼저 온 하이커가 일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유료 허트에는 공동 침대방과 저녁, 다음날 아침을 제공되고 전기 시설과 샤워장이 없지만 숙박료는 2십만 원 ( $180 )으로비싸다.
무료인 것은 화장실과 정수하지 않은 물을 이용할 수 있다.
허트의 통유리로 보이는 숲은 비가 거침없이 내리고 숲도 겹겹이 비를 맞고 있다.
허트에 180불을 내고 자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허트의 비싼 금액에 비하여 비만 막는 실내 공간일 뿐 추운 것은 텐트와 동일하다.
그 경비로 마을에서 하루 밤 더 묵고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좋다.
비가 내리는 여름의 숲은 운치를 더해 주고 싱그러워진다.
허트에서 에너지 바를 구입하고 잠시 머물렀지만 비는 그칠 낌새가 없었다.
다시 비속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몸은 절로 추워졌다.
허트를 뒤로하고 용기를 내어 비속을 걸었다.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텐트를 칠만한 곳을 빨리 찾아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였다.
작은 야영지라로 빨리 찾기를 고대하며 이 숲 저 숲을 기웃거려 본다.
허트에서 얼마 가지 않아서 등산로 옆으로 난 좁은 통로로 젖은 나뭇잎을 헤치며 내려가니 한 명의 하이커가 텐트를 열고 망중한 비를 감상하고 있다.
재빨리 텐트를 치고 옷을 갈아입으니 텐트 속이 천국이다.
때로는 호스텔이나 허트의 공용으로 사용하는 벙크 침대보다 텐트 안이 더 안락하다.
비가 멈추고 시간이 흐르자 하이커들이 속속 모이며 숲은 금세 텐트 마을이 형성되었다
* 비 오기 전 새벽 여명
* 투윈산으로 오르는 척박한 돌길
* 한여름의 추위 -뉴햄프셔 주
7-23 월 비 137일째 누적 2,970.0 km ( 1,845.5 mi )
크라우포드나치Crawford Notch 캐빈 24박째 숙박.
이동 11.9 km ( 7.4 mi )
젖은 텐트를 넣은 배낭을 짊어지자 그 무게는 피곤과 함께 버거웠다.
오늘은 계속하여 하산하는 쉬운 길이지만 젖어서 미끄러웠다.
출발하자마자 거대한 화강암 돌산이 안갯속에 그 위용을 반쯤 드러내고 있었다.
왼쪽은 거대한 돌산이고 오른쪽은 깊은 협곡이 안개로 가리고 있었다.
다행히 길은 모랫길로 물 없는 길이다.
바위틈으로 블루베리가 자생하여 블루베리 몇 알을 따서 입에 넣으니 작지만 그 맛은 달콤하고 향기롭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걸으니 숲은 빗소리뿐 조용하기만 하다.
짐승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불안한 마음으로 비에 젖은 고요한 숲은 어제의 비로 굉음을 내며 갈색빛으로 흐르고 있어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늪지대의 다리를 걷는 구간이 많아서 빗물을 머금은 나무다리가 미끄러웠다.
넘어지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통나무다리가 움직이면서 그만 균형을 잃고 결국에는 왼쪽 발을 진흙 속에 빠지고 말았다.
비는 하염없이 내려서 흙탕으로 얼룩진 등산화를 시나브로 씻어 주었다.
비가 계속 와서 걸으면서 에너지 바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길 옆으로 샘물이 솟아 나와 길은 물바다이고 비 오는 날은 하이커들 대부분이 호스텔에 머물러 숲은 한적하였다.
오후에 처음 소보하이커를 만났다.
비가 종일 내리는 날에 숲을 걸으면 한편으로는 운치가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고행길이 되었다.
산맥이 끝나고 등산로 입구에는 차에서 막 내린 10대 그룹하이커들이 등산 채비에 분주하다.
요즘은 여름방학이어서 교사인솔하에 학생 하이커들이 많다.
어린아이들이 우중의 날씨에 씩씩하게 산으로 들어갔다.
가게로 가서 음식을 구입하고 숙소도 알아보고 싶은데 젖은 상태로 자동차를 얻어 타야 하는 무례함이 불편하였다.
도로의 큰길에서 도저, CD를 만나서 걸어서 가게로 가기로 하였다.
땀냄새와 거대한 배낭 3개를 태워줄 자동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저와 CD는 도로를 먼저 걸어갔고 아스팔트길 걷기에 약한 나는 그들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차 소리가 날 때마다 뒤돌아 보면서 운전자를 바라보자 한 승합차가 도로 옆에 정차하였다.
세워진 승합차는 운전석과 조수석만 좌석이 있고 뒤에는 좌석 없이 개조되어 배낭을 메고 3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충분하였다.
승합차의 도움으로 쉽게 가게에 도착하니 가게 안의 냉방은 몸을 더 얼게 하였다.
이 가게가 소문으로 비싸다고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모자라는 음식물을 구입하였다.
다행히 케빈 한 동을 빌릴 수 있어서 오늘밤은 비를 피하고 잘 수 있었다.
케빈 안에는 투윈 침대 2개와 퀸 침대 1개가 있어서 넉넉한 공간으로 전기 시설도 있어서 라디에이터를 틀어 놓아 기대이상으로 따뜻하였다.
이틀간 비로 젖은 몸의 피곤을 충분히 풀 수 있었다.
공용 화장실에는 동전 투입용 샤워장이 있어서 더운물에 샤워를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더니 살 것 같았다.
도저는 에펙과 핫도그 빵과 소시지를 사 들고 왔다.
CD는 맥주를 나는 양념류로 빗소리를 들으며 데크에서 핫도그 만찬을 벌렸다.
크라우포드 나치는 뉴햄프셔 주에서 그 규모가 방대하기로 유명한 오토캠핑 지역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뉴욕 주와 뉴저지 주의 먼 곳에서도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이다.
에펙은 학창 시절 일본인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동양문화를 많이 알고 태권도도 배웠다고 자랑했다.
에펙의 흥분된 동양문화 자랑은 장대비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다.
핫도그로 저녁을 든든히 먹고 따뜻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평화가 찾아왔다.
* 정상이지만 늪지대
* 등산로 한쪽으로 보이는 돌산
* 숲으로 우거진 협곡
* 캐빈에서 핫도그 파티
* 소시지 굽기는 에펙
* 유료 캠핑장 -뉴햄프셔 주
7-24 화 흐림 비 138일째 누적 2,980.3 km ( 1,851.9 mi )
미즈파 스프링 Mizpah Spring Hut 캠핑장
이동 10.3 km ( 6.4 mi )
캐빈에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추어 최대한 몸을 많이 쉬게 하려고 늦게 출발하였다.
에펙과 도저는 일찍 출발하였다.
그들은 젊은 혈기로 추위를 타지 않고 비 오는 어제도 반바지와 민소매로 등산하였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는 워싱턴산까지 험준하다.
그다음 산인 매디슨산의 재를 넘을 때까지 방심할 수 없는 AT의 7대 어려운 코스 중의 하나이다.
내가 당도한 날은 설상가상으로 날씨까지 좋지 않다.
길이 험하여 다친 사람이 많다고 하여 그 위험을 최소화하려고CD와 당분간 함께 걷기로 하였다.
최대한 천천히 걷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산행을 멈추기로 하였다.
문제는 워싱턴산까지 나무 없는 돌산으로 어떤 캠핑장이 없어 상황에 따라2십만 원 유료 허트를 이용해야 하였다.
11시 10분 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US-302 도로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5.5 km ( 3.4 mi ) 거리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가게 앞에서 1시간을 소비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2마일을 걸었을 때에 한 차량이 세워졌다.
나는 습관적으로 자동차 트렁크에 배낭을 넣을 때 차량번호판을 보게 되는데 그의 자동차는 메인 주의 차량이다.
그는 뉴햄프셔 주에 일을 보러 왔다가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였다.
오늘 차를 태워준 트레일-앤젤의 이름은 빌이고 나는 그에게 그가 사는 메인 주에 도착하면 빌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기억하겠다고 말하고 작별하였다.
등산로는 양일간의 비로 경사진 바윗길이 미끄러웠고 오름길에는 옆의 나뭇가지를 잡고 올랐다.
계속하여 험준한 바위를 오르고 바위 절벽을 타고 첫 정상에 오르니 우리가 히치하이킹하려고 시도하였던 US-302 도로와 그 도로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Saco 강이 보였다.
강 너머의 산맥은 어제 걸었던 산들로 깎아지른 듯한 산세의 수려한 경관이 보였다.
어제 걸었던 산은 오늘 다른 산맥에서 조망하니 운무로 한 폭의 산수화 같았다.
숲 속으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능선이 나오면 같은 풍경이고 다시 숲으로 들어섰다가 나오면 또 같은 풍광으로 계속 다른 각도에서 조망하는 등산코스이다.
이제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들어선 절벽에는 분재 같은 작은 소나무가 바위틈에서 자라 있고 산아래로 펼쳐지고 운무는 희지만 화려하였다.
바위를 타는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이끼 낀 통나무다리를 건너자 길은 물 반 진흙 반으로 무릎 아래가 모두 젖었다.
뉴햄프셔 주의 허트는 주로 비싼 숙박료로 장거리 하이커들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그래도 허트에서 물을 마실 수 있는 수도와 화장실이 있고 산속에서 따뜻한 수프를 사 먹을 수 있고 잠시 비바람과 추위를 피하는 실내공간을 공유할 수 있었다.
또 비싸지만 비상식품과 아웃도어 용품도 살 수 있어 편리하다.
미즈파 스프링 허트의 주변 캠핑장은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가팔라 나무로 만든 평상 위에 텐트를 쳤다.
CD와 나는 넓은 하나의 평상에 텐트 2 동을 치자 귀여운 레인저 아가씨가 찾아왔다
그녀는 뉴햄셔 주의 유료 캠핑장은 첫 지불금이 1인당 20불이고 다음부터 사용하는 캠핑장은 50% 할인된다고 했다.
또 할인권 주황색 카드를 주며 이 카드로 허트에서 수프는 한 그릇 이후 더 먹는 수프는 공짜이고 아웃도어용품도 10% 할인하는 허트 주변의 규칙과 자연보호 관련 이야기를 긴 시간 동안 설명하였다.
그녀의 장황한 설명은 텐트를 열고 들어서 추웠고 그녀는 텐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30분간의 이야기가 끝나자 다시 바로 옆 평상의 하이커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였다.
오늘은 짧은 거리를 걸었지만 구름, 안개, 햇살, 비바람, 등 여러 형태의 날씨를 만났고 물길과 젖은 바위 타기로 긴장한 여정이 되었다.
내일도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하니 일단 다음 허트 까지만 오르고 워싱턴산은 날씨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도 하였다. 내일은 비가 오더라도 빨리 출발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트레일-매직에서 받은 건조비빔밥을 먹었다.
한국산 건조비빔밥을 미국인 트레일-매직으로부터 받아 미국인 CD와 먹었는데 그는 한국 음식점이 궁금하다고 해서 기회가 되면 한국식당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였다.
춥고 열악한 날은 먹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위로로 된다.
밖은 춥고 각자 텐트 속에 누워서 이런저런 어릴 시절 이야기와 엄마표 음식 이야기가 가장 좋은 대화거리이다.
오늘 만났던 장거리 젊은 여자하이커는 뉴햄프셔 주의 유료 캠핑장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녀는 뉴햄프셔 주에서 매번 잘 때마다 20불, 10불을 지불하는 캠핑장이 부담스럽다고 하였다.
각 주마다 사정이 다르니 어쩔 수 없이 그 규칙에 따라야 하지만 버지니아 주의 국립공원에는 도보여행자에게 캠핑이 무료이다.
각 주마다 규정이 있으니 새로운 주로 들어가면 이런 규정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
오늘밤도 산속의 낮은 기온에 가랑비까지 내려 날씨가 추워졌다.
뉴햄프셔 주의 산세는 수려하고 첩첩산중의 은둔이 점점 흥미로워졌다.
* 어제 걸어왔던 산맥과 히치하이킹한 US-302도로와 Saco River
* 심심산중에 독서하는 10대 하이커 옆으로 말리는 젖은 등산화
* 최악의 날씨 워싱턴 산 -뉴햄프셔 주
7-25 수 비 강풍 비 139일째 누적 2,999.3 km ( 1,863.7 mi )
매디슨 스프링 Madison Spring Hut 캠핑장.
이동 19.0 km ( 11.8 mi )
오늘은 지금까지 걸었던 길 중에 가장 험준하고 설상가상으로 바람과 함께 부슬비가 내렸다.
텐트 주변에도 구름이 덮여 있었고 바로 앞 텐트도 새하얀 구름 속에 있었다.
온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비가 멈추길 기다릴 필요 없이 여장을 챙겨 허트로 들어섰다. 카페테리아 주변의 긴 벤치에는 장거리 하이커들이 산행준비에 모두 바쁘다.
나도 열량을 높이기 위한 코코아 두 잔을 마시고 출발하였다.
안개비가 시야를 가려서 서로 조금만 거리가 떨어져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무 없는 바위 등산로에는 길표시가 잘 되어 있었다.
내가 앞장을 서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따라오는CD는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등산로를 복구공사 장비가 보였고 등산로는 빗물이 많았다.
절벽과 바위를 오르며 안개가 바람으로 흩어지는 춤사위가 전개되고 온통 화산암의 검고 거친 바윗길이 펼쳐졌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나무 없는 알파인 구역에서는 천둥번개가 두려워 속도를 더 내기로 하였다.
비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그 바람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며 가파른 길을 오르니 꼬부랑 할머니 신세가 되었다.
다음 허트는 ‘Lake Of clouds 구름의 호수’라고 하니 허트 옆의 호수는 항상 구름이 드리워질 모습을 상상하며 걸었다.
검은 돌들이 걸을 때마다 움직이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내가 입은 판초가 날려서 시야를 가려 방해되었다.
비바람은 배낭을 덮은 방수 커버를 벗기려고 하고 판초를 잡고 걸었지만 걷는데 집중할 수 없어서 결국 판초를 벗고 비옷만 입고 배낭의 방수 커버를 단단히 묶었다.
하이킹 스틱이 바위와 바위 사이의 구멍으로 자주 빠져 들어가서 잠시 두 발로 걸었는데 다시 하이킹 스틱을 사용하자 스틱의 아랫부분이 빠지고 없어졌다.
비를 동반한 강풍은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나는 되돌아 걸으며 스틱을 찾았다.
뒤에 온 CD를 만나 이 사실을 말했더니 어딘가 그 스틱을 본 것 같다며 그것이 모하비 것인지 몰랐다며 함께 찾았다.
비바람으로 서로의 대화가 힘든 상태에서 가까스로 스틱을 찾았다.
비상으로 스틱에 붙여준 테이프를 임시로 붙였다.
거센 비바람 때문에 7.1 km ( 4.4 mi ) 조차 힘겹게 걸어서 허트에 도착하였다.
허트 안에는 이미 빠져나간 하이커들로 한산하였고 궂은 날씨로 산행을 포기한 시니어 하이커들은 체스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뒤로 따라온 2명의 중년 섹션하이커들은 비교적 여유롭게 보였다.
배낭을 벤치에 놓고 젖은 비옷과 배낭커버를 못에 걸고 화장실에 가서 젖은 양말을 짜서 물기를 제거한 후 먼저 따뜻한 수프를 사 먹고 추위로 굳은 몸을 풀었다.
CD는 배가 고프지만 염치가 있어서 무인 계산바구니에 1불을 놓고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나는 원어민도 아닌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매니저를 불렀다.
어제 받은 장거리하이커 카드를 보여 주고 수프 2 그릇을 주문하였다.
그녀는 수프가 3종류가 있으니 원하는 것을 시키라며 머핀과 커피 음료 이외에는 무료로 주었다.
그리고 아침식사 후 남은 팬케이크와 스크램블 에그는 식었지만 마음껏 먹으라고 하였다. 허트의 매니저인 젊은 아가씨, 틴은 친절하였다.
따뜻한 수프를 먹고 나니 굳었던 몸이 풀렸다.
CD는 한 그릇 더 먹고 싶은 눈치이지만 주저하였다.
나는 다시 카운터로 가서 2 그릇 더 시키고 무료 팬케익과 스크램블 에그를 담아왔다.
배고픈 그는 고맙게 먹었다.
염치없는 일은 나를 앞장 세우더니 그의 오지랖은 옆 테이블의 섹션하이커들에게 팬케익과 스크램블 에그가 무료라는 내 말을 전달하면서 가서 먹으라고 말했다.
그들은 “오케이”라고 말하고 말았다.
“저 사람들 섹션하이커라 아직은 배 안 고픈 사람이죠.”
“그들은 식은 음식 먹을 만큼 배가 안 고프죠.”
CD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음식에 모자라 늘 배고픈 장거리 하이커들이 따뜻한 수프에 찬 음식을 녹여 먹는다.
잠시 나 자신도 서글퍼졌지만 이런 체험도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배낭에 이미 음식이 줄고 있으니 나는 식은 팬케익과 스크램블 에그를 지프백에 넣어서 오늘 저녁 따뜻한 음식과 먹어서 한 끼를 해결해야 하였다. 허트의 매니저, 틴은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CD는 옆자리 하이커들과 다음 길 사정을 물었다고 한다.
그들은 워싱턴산까지 이동할 예정이라는데 지금 비도 멈추었으니 우리도 떠나자고 했다.
워싱턴산까지는 짧은 등산로로 이동아 쉽지만 다음 쉘터까지의 험준한 길에서 위험한 악천후를 만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오늘의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허트 옆의 호수는 깊고 주변의 돌산과 잘 어울려 고고하고 귀족적인 풍광을 자랑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안개로 전체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안개비가 내렸지만 바람이 잠시 멈추어 바위산은 그나마 무리 없이 올랐다.
허트를 떠나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는 트레일’ 임시 이정표가 더욱 긴장시켰다.
날씨가 안 좋을 경우에만 세워두는 이정표 같았다.
워싱턴 산 정상을 오르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옛 시절의 상상하며 타는 증기 기차로 오르는 방법과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방법이 있어서 일반 관광객들은 쉽게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즐거움을 자처한 AT 하이커들은 등산로를 따라 걸어서 워싱턴산을 두 발로 걸어서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오른다.
레이크오버클라우즈의 허트에서 제공되는 식자재들은 와싱턴산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마을로부터 올라오고 케이블카에서 허트까지는 길이 험준하여 식자재 전부를 지게로 짊어지고 허트로 이동되었다.
지게를 지고 오는 미국인 젊은 청년과 아가씨를 만났다.
안개비를 맞으며 스틱도 없이 무거운 지게를 지고 위태한 돌길로 내려가는 그들을 보니 하이커들의 산행기는 말 그대로 유람 놀이였다.
그들이 비를 맞으며 지게를 지고 위험한 길을 걷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궂은 날씨가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짙은 안개를 뚫고 워싱턴산 정상에 섰지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워싱턴산 이라는 표식 하나를 부여잡고 기념사진만 찍었다.
와싱턴산은 해발고도 1,917 m ( 6,288 ft )로 미동부에서는 꽤 높은 산으로 유명하다. 미동부에 사는 등산 마니아라면 이 산을 걸어서 오르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며 특히 겨울의 설경이 장관이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카페테리아로 들어가 가족에게 문자를 보내고 화장실을 이용한 후 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 길에는 비가 그치고 옥색 이끼를 뒤덮은 검은 바위가 지천인 산중턱을 한없이 내려가니 발아래 안개 낀 산세가 웅장하다.
기찻길을 건너니 때마침 워싱턴 산으로 향하는 증기 기관차 안의 승객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위싱턴산을 넘어서 매디슨허트로 가는 길은 더 험하였고 강풍이 심하여 만나는 하이커들마다 안전산행을 당부하였다.
워싱턴산 자락이 끝나고 매디슨허트로 가는 길은 온통 거대한 검은 돌과 바위로 형성되어 있었으며 그 아래의 방대한 산들은 웅장함을 보여 주었다.
안개로 자욱하던 산아래가 비가 그치며 바람이 산아래 안개를 옮길 때 산아래 산야와 마을과 그 주위를 호위하는 산세들이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였다.
대자연의 무대는 마치 1막이 끝난 연극처럼 다시 안개커튼으로 순식간에 덮어 버렸다. 또 2막의 안개가 걷히면서 다른 산세를 보여 준다.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안개는 산자락을 휘돌며 신출 기묘한 기술을 보여 주었다.
나는 매디슨 허트까지 가는 길에 강풍으로 3번을 넘어졌다.
첫 번째는 바람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져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날카로운 바위에 머리를 부딪혔다.
다행히 모자와 바람막이 모자로 이마가 보호되었지만 이마가 움푹 들어가고 바로 멍이 들어 버렸다.
두 번째로 흔들거리는 바위를 밟으면서 날카로운 바위에 찍혀서 왼쪽 무릎에 피가 났고 세 번째는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는데 다행히 무거운 배낭이 먼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한 바람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
한참 후 CD 가 와서 나를 일으켜 세웠지만 강풍에 그도 넘어졌다.
그는 스스로 일어나 다시 나를 당기고 바람과 힘겨루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해도 들리지 않았고 그가 멘 배낭의 무게와 내 배낭의 무게로 버둥거리다가 불어 닥치는 강풍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잠시 얼굴을 막고 숨을 고른 후 4번의 시도 끝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오늘 모하비의 무거운 배낭이 아니었다면 모하비는 허공으로 날아갔을 거요.”
“나도 이렇게 심한 강풍은 처음 체험해요.”
그는 거친 바람에 안경이 떨어져 안경 없이 안경을 찾는데 애를 먹어서 나를 바로 따라오지 못했다고 했다.
나무 없는 민둥산의 오르고 내리며 반복되는 과정이 험하여 이 길에 붙여진 다양한 등산로 이름도 이색적이다.
클래이산 루프 트레일 Mt Clay Loop Trail, 제퍼슨산 로드 트레일 Mt Jefferson Rode Trail, 식스허즈밴 트레일 Six Husband Trail, 걸프사이드 트레일 Gulfside Trail, 에어라인 트레일 Airline Trail, 킹레이빈 트레일 King Ravine Trail,.. 모두 무시무시한 등산로 이름이다.
모든 바위는 얼기설기 놓여 있어 움직이며 거칠고 날카로운 바위틈에 발도 빠지기 쉬웠다.
두려운 이곳이 걸프사이드라 할만한 험준한 등산로이다.
식스허즈밴 트레일은 바위산 위로 난 길이였는데 왜 6명의 남편인지 재미있는 이름이다. 남자하이커들은 왜 식스와이프 길은 없냐며 농담을 했다.
“글쎄요? 뉴햄프셔 주정부에 물어보세요.”
“그 정도의 능력 있는 남자는 없어서 그런 길 이름은 없나 봅니다!”
길 이름으로 웃는 사이 비가 그치고 매디슨허트에 도착하자 비바람도 멈추고 허트 매니저에게 2시간 일하고 잘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리가 없다고 했다.
앞서 온 중년의 여인, 윌로우와 그의 남자 친구가 일하기로 하고 오늘밤 이 허트에서 투숙하기로 했다고 한다.
매디슨허트 주변의 캠핑장은 0.8 km ( 0.5 mi)의 가파른 협곡을 걸어 내려가고 하는데 내일 아침에 다시 이 협곡을 올라와야 한다.
가파른 절벽 길의 왼쪽은 계곡물이 거세게 흘러 위험하였다.
이미 지친 몸으로 균형을 잃을까 봐 불안해졌다. 협곡의 길도 빗물로 폭포물이 흘러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겼다.
야영지가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노면은 빗물로 흥건하였고 텐트 한 동씩 각각 산의 경사면을 깎아서 만들었다.
이미 도착한 하이커가 스팟이 넓고 천둥번개로부터 안전한 곳을 알려 주었지만 노면은 빗물이었다.
오후에 잠시 그친 비가 저녁부터 다시 내리고 재빨리 텐트를 쳤지만 배낭은 이미 흙투성이가 되었다.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젖은 배낭을 텐트 속으로 넣고 배낭방수커버와 비옷도 젖은 상태로 텐트 안으로 넣으니 텐트안도 온통 물바다가 되었다.
* 구름 호수 허트로 가는 길 천둥번개 강풍이 잦은 위험한 지역
* 워싱턴산에서 매디슨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 앞의 재를 너머야 하는 늦은 오후
* 산을 넘고 강물 건너서 -뉴햄프셔 주
7-26 목 비 흐림 140일째 누적 3,011.9 km ( 1,871.5 mi )
래틀강Rattle River 호스텔 26박째 숙박.
이동 12.6 km ( 7.8 mi )
밤새 비바람으로 숲도 텐트도 내 마음도 흠뻑 젖었다.
비가 그치면 바로 텐트를 접으려고 텐트 속에서 기다렸다.
슬리핑패드도 젖었다.
비가 그치지 않아서 아침도 먹지 못하고 빗줄기가 약한 틈을 타서 재빨리 텐트를 접고 어제 내려온 가파른 길의 매디슨산 허트까지 오르니 어제보다 더 많은 빗물이 흘러내렸다.
허트에 도착하여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 도저가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와 라이너 잠옷으로 빗자루를 들고 나왔다.
어젯밤 6시에 이 허트에 도착했고 2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잠을 잤다고 한다.
CD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어젯밤의 빗물 텐트에서 잤던 것에 발끈 화가 났다.
그는 허트의 매니저를 불러 어제 더 일찍 와서도 거절한 부당한 불만을 말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그는 이 허트와 관련된 기부는 결코 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화를 삭였다.
매니저는 미안한 마음에 2불짜리 머핀 2개를 무료로 주었지만 그는 먹기를 거부했다.
나는 해탈이라도 한 듯이 그 머핀 2개를 일단 챙겼다.
그의 화가 풀리고 배고플 산어귀에서 그와 간식으로 먹여야겠다.
나는 내 배낭의 프로틴바 하나를 그에게 건네주었더니 그는 마지못해 아침으로 먹었고 그는 커피를 마시고 나는 따뜻한 물 2잔을 마셨다.
뭐라도 먹어야 돌산의 깔딱 고개를 넘을 수 있다. 화가 나면 못 먹는 것은 모하비의 어린 시절 특기였는데 그도 화나면 안 먹는 것이 취미인가 보다.
도저의 위로를 뒤로 하고 우리는 먼저 떠났다.
매디슨산을 넘는 고개는 말 그대로 돌산 깔딱 고개이다.
머리를 치켜올려야 등산로가 보인다. 발을 내딛는 바위마다 흔들거리고 내려오는 하이커도 오르는 하이커도 모두 긴장하였다.
긴장의 한숨을 몰아쉬며 산아래를 뒤돌아 보니 조그마해진 허트의 모습은 멋진 성으로 보였다.
매디슨산 허트의 건물은 웅장한 산세의 자연과 멋들어지게 잘 어울리고 허트 후방에는 어제 힘들게 하산하였던 등산로가 한눈으로 들어왔다.
돌산의 정점에 당도하여 매디슨산 고봉에 서보니 그다음 걸어야 할 산맥이 훤히 보인다. 과연 저 긴 능선의 돌길을 걸을 수 있을지 아련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이고 저 능선을 넘어야 쉘터도 빗물에 젖은 캠핑장도 아닌 호스텔에 투숙할 수 있다.
침대방이 그리워서 걸어야 하였다.
험준한 바윗 길는 하이커들의 발자취가 잘 보이지 않았고 가끔씩 보이는 돌탑과 흰색 블래이즈를 보며 감각적으로 걸었다.
길이 아닌 곳으로 시도하면 더 험준한 바위를 만나서 내릴 수 없는 절벽을 만나 다시 길을 찾아야 했다.
마주 오던 낯선 하이커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아는 척하는데 도무지 기억해 낼 수 없다. 아차 그는 이얼북 Year Book 운전기사님이다.
그가 멋진 하이커로 변신한 모습에 나는 그를 바로 알아보지 못하였다.
내가 그를 알아보면서 멋있다고 했더니 그도 쉬는 날은 언제나 산행을 한다고 했다.
그가 올라온 길은 내가 갈 깊은 내리막길이고 지금까지 내가 걸은 길은 바위가 거칠어서 미끄럽지는 않지만 다음 산맥의 내리막길은 미끄러운 돌이 많다고 충고하며 안전산행을 당부하였다.
돌산을 두 손을 이용하여 오르고 내리고 겨우 쉘터 이정표를 만났지만 돌산을 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쉘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정표 길목에서 점심을 먹었다.
큰 계곡의 물소리가 사방으로 요란하게 들리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며칠 동안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서 돌징검다리는 분실되고 물살만 거세게 흘렀다.
무서운 물살에 하이커들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묘안을 짜고 있었다.
계곡의 상태를 알아보려고 길 없는 숲을 헤치고 계곡의 윗부분으로 올라가보니 윌로우 커플이 거센 강물 앞에서 두려움으로 서 있다.
그들이 서있는 곳에는 큰 원통 소나무가 쓰러져 다리가 되었지만 그 위로 걷다가 중심을 잃으면 바로 거센 물길에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계곡에는 큰 바위가 여기저기 있어 흰 거품을 내는 모습은 더 위협적이다. 계곡의 물살이 세게 흐르는 물을 건너야 한다면 계곡의 폭은 넓지만 물살이 약해지는 계곡 아래에서 건너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나는 생각하고CD에게 계곡 아래로 내려가자고 말했다.
계곡 아래로는 길이 없었고 계곡과 숲의 경계에 있는 나무를 잡다가 물에 빠지면서 내려갔다.
누군가가 그곳으로 건너간 흔적으로 이끼가 밟혀 있다.
강폭은 넓지만 물살이 약한 부분으로 키 큰 CD가 먼저 건너 성공하였다.
나는 그보다 훨씬 키가 작으니 아마도 무릎 위까지 물이 찰 것 같았다.
배낭의 무게와 중심을 잃게 하는 빠른 물살에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계곡 건너기를 시도하였다.
먼저 건너간 CD는 중간 부분이 깊고 돌이 미끄럽다고 말했다.
발을 내딛는 순간 물살이 허벅지로 올라오고 갈색 물빛이 나의 집중력을 교란시켰다.
발을 강바닥에 비집고 안전하게 내딛고 다시 하이킹 스틱을 강바닥에 세게 눌러 고정시킨 후 다음 발을 강바닥에 내딛기를 반복하며 안전하게 건넜다.
내가 강물 건너기에 성공하자 모두 박수를 쳤다.
또 한 커플은 나보다 더 작은 키의 중국인과 미국인 커플이었는데 먼저 아저씨가 시도하였다.
모두 가슴 졸이며 강물 건너는 모습을 서로 지켜보았다.
강물을 완전하게 건넜지만 방심한 CD는 언덕의 진흙에 미끄러졌다.
잡을 틈도 없이 순식간에 엉덩방아로 바지가 진흙투성이로 변했고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오늘 이 계곡을 건너는 모든 하이커들은 안전을 위해 등산화를 신고 강을 건넜다.
신발을 벗을 여지도 없었지만 물살이 세고 강바닥의 돌에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등산화를 신고 건너는 것이 더 안전하였다.
오후부터 젖은 등산화로 걷는데 다시 장대비가 내렸다. 계곡은 진한 갈색물이 범람하여 길도 물바다였다.
바윗길 등산로에는 바위 위로도 폭포처럼 물이 흘렀다.
오늘의 여정은 비로 힘들게 하였고 새로 만난 계곡의 돌다리는 이미 물에 잠겨서 작은 계곡의 물길을 여러 번 건너니 물길 산행이 되었다.
산아래 멋진 캠핑장이 보이지만 젖은 숲과 젖은 내 몸은 더 이상 젖은 숲에 눕고 싶지 않았다.
윌로우는 호스텔에 무료셔틀이 오니 그것을 타고 투숙하자고 하였다.
핑크햄나치 비지터센터에 윌로우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따뜻한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로 잠시 씻었지만 젖은 몸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추웠다.
비옷이 많이 젖어서 기념품가게에 들어가기도 미안하여 밖의 벤치에 앉아 가까운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침대가 모두 찼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은 호스텔도 만원이다. 이곳 비지터센터에도 침대가 있지만 식사와 모든 것을 포함하면 십만 원이라고 하 자주 투숙해야 하는 장거리 하이커에게는 비싼 금액이다.
호스텔에서 이틀 밤을 투숙하고 시장을 봐서 잘 먹어야 다음 산행에 힘을 낼 수 있다.
늦게 도착한 윌로우도 호스텔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안되고 결국 오후 5시 넘어서 호스텔 셔틀이 왔다.
여러 명의 하이커들을 한 번에 태우고 가려고 호스텔에서 픽업 시간을 정해 두었던 것이다.
호스텔에 늦게 도착했지만 따뜻한 물에 샤워만 해도 피곤이 풀렸다.
무엇보다도 젖은 옷을 세탁할 수 있어서 냄새나는 옷에서 해방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지친 몸을 달래자 벌써 저녁 7시가 넘어 월마트로 가는 셔틀은 매일 낮 2시 저녁 6시로 끊어졌다.
외진 산간지역이라 어쩔 수 없이 호스텔에서 저녁으로 배낭 속의 남은 에너지바로 해결했다.
이틀간 힘든 여정길에서 긴장하며 산행하여 제로데이로 온전히 하루의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오늘 숙박하는 하이커들은 모두가 이틀 밤을 묵었다.
* 험준한 산속의 별장 매디슨 허트
* AT 7대 험준한 코스 중 으뜸인 매디슨 산 등산로
* 거센 물살의 계곡
* 잦은 여름폭우로 개울물 건너기가 위험
* 몸의 회복을 위한 휴식 -뉴햄프셔 주
7-27 금 비 흐림 141일째 누적 3,011.9 km ( 1,871.5 mi )
래틀강 Rattle River 호스텔 27박째 숙박. 이동 0 km ( 0 mi )
연이어 5일 동안 내린 비로 힘든 여정과 어려운 코스로 긴장한 탓인지 호스텔의 따뜻한 공간에서도 새벽에 절로 잠이 깨어났다.
그래도 윗 칸의 침대가 비어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에는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팬케이크와 커피를 마시고 오랜만의 여유를 부리는데 밖에 도저가 보였다.
도저도 어제 늦게 도착하였고 제로데이로 하루 더 쉰다고 하였다.
도저는 오전에 혼자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이발도 하고 덥수록 해진 수염도 다듬을 거라고 했다.
도저는 에펙과 걷는 속도가 비슷하여 함께 다녔는데 워싱턴산에서 에펙이 먼저 떠나면서 혼자가 되었다고 하였다.
에펙이 어젯밤 이메일에 의하면 워싱턴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다쳐서 일주일정도 타운에서 쉬면서 다친 몸의 차도를 보겠다고 했다.
이 호스텔에 머무는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험준한 와싱톤산과 매디슨산을 넘어왔다.
식탁에서 서로의 경험담에 누구라도 그 길에서 안 넘어진 사람이 없었다.
비바람과 바위에 시야가 흐려지고 저마다 넘어진 이야기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아침 식사 중에 킨스맨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모하비!”라고 불렀다.
그는 AT 초반인 3월 중순에 만났던 중년의 하이커로 그 당시 나의 아픈 발목을 보고 더 용기를 주었던 하이커이다.
절면서 힘겹게 걷는 내 모습을 찍은 사진도 보여 주었다.
그는 내가 아픈 발목을 절며 걷는 것과 무거운 배낭이 기억난다며 AT 종주를 앞에 둔 최북단의 이곳에서 다시 만나서 반가워하였다.
나도 그동안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그때 만났던 하이커들의 안부도 들었다.
장거리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만나다 헤어지기를 반복하고 몇 달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더 반갑다.
아침부터 또 비가 오고 있다.
오전까지는 비가 온다는데 캐나다에서 온 노부부는 휴가를 받아 왔기 때문에 비가 와도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그들은 매디슨산을 거쳐 워싱턴산으로 떠나는 소보하이킹을 한다니까 내가 걸어온 길이어서 길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비바람 없는 날에는 멋진 풍광이 많은 곳이니 조급하게 걷지 말라고 나는 당부하였다.
정오가 되자 구름이 사라지고 해가 나왔다.
펌프로 지하수 물을 퍼 올려 텐트를 씻고 빨랫줄에 널었다.
슬리핑패도도 배낭도 등산화도 호스텔 마당으로 하이커들의 장비들이 총출동하여 모처럼 햇살에 말렸다.
텐트를 말리는 하이커들끼리 밖에서도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담요와 젖은 라이너 등을 오늘은 큰 빨래를 세탁하여 모든 것이 뽀송뽀송하다.
내일의 숲 속 잠자리가 포근할 것 같다.
오후 2시에 월마트로 가기 위해 셔틀에 하이커들이 가득 타고 흔들리며 잠시 낯선 마을의 탐방을 즐겼다.
늘 걷기만 하였던 하이커들의 색다른 일탈이다.
나는 CD와 도저를 위해 스테이크와 연어를 넉넉히 구입하고 CD는 도저의 부탁으로 맥주 한 박스까지 구입했다.
모두 푸짐한 먹거리 음식과 산으로 가져갈 식품으로 두 손 가득 들고 있었다.
이발소 앞에 주차하니 도저는 아직도 이발 중인지 나타나지 않아서 운전하던 총각이 도저를 태우고 가려고 이발소로 들어갔다.
모두 그를 주시할 때 간판 아래 썬텐한다는 표시를 읽고 저 총각 썬텐하러 들어가는 것 같다니까 모두 차에서 웃었다.
아니 도저가 머리를 너무 잘라서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니냐는 둥, 수염도 깎았을까? 잠시 정차한 차 안에서도 수다로 시끌시끌할 때 도저가 나왔다.
미남이 됐다며 농담이 오고 가고 여유로운 휴식으로 오후가 흘러갔다.
시장을 다녀온 모두가 저녁 준비에 부엌은 활기차다.
나도 소고기와 연어 스테이크 그리고 감자 구이, 옥수수도 굽고 일품요리에 값싼 포도주도 한 병 샀다.
이 호스텔은 포도주 잔도 구비되어 있어서 최상의 기분으로 만들어 주었다.
CD에게 함께 먹자니까 그는 화색이 돌면서 모두 나를 부러워하겠다며 좋아하였다.
카드놀이에 열중인 도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CD 에게 도저가 놀면서 먹도록 접시를 갖다 주라고 했더니 도저는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먼저 하러 왔다.
도저는 예의 바르고 멋진 청년이다.
그가 감격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나는 도저에게 음식은 내가 만들었지만 도저와 나누어 먹겠다는 아이디어는 CD 라며 그에게 고마워하라고 했더니 두 사람 모두가 행복해하였다.
CD 도 먹는 내내 고맙다고 연발하였다.
나는 그에게도 구운 바다 소금을 주고 푸짐한 저녁으로 지쳤던 몸도 회복되었다.
다른 하이커들도 미트볼, 햄버거를 만들고 맥주로 갈증도 해소하고 모두 포만감에 흡족한 저녁 시간을 가지며 카드놀이와 체스놀이로 여유로움을 가졌다.
나도 햄버거 패디를 여러 개 만들어 산에서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뒷정리를 하고 침대로 돌아와 다음 여정길 지도를 숙독하며 휴식을 가졌다.
내일은 아침 7시에 일괄적으로 셔틀이 떠난다고 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우중 산행으로 캐빈에서의 휴식이지만 여전히 첩첩산중
* 미끄러지기 쉬운 나무뿌리가 뒤덮인 등산로
* 바위 위에 자란 소나무가 뿌리째 쓰러진 모습
* 마지막 한 달의 여정길 -뉴햄프셔 주
7-28 토 맑음 142일째 누적 3,023.3 km ( 1,878.6 mi )
카터 돔 Carter Dome 캠핑장. 이동 11.4 km ( 7.1 mi )
새벽에 일어나 짐을 싸고 팬케이크를 만들려고 아래층에 내려가니 호스텔 직원이 팬케이크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
커피와 팬케이크로 아침을 먹고 재충전된 몸으로 산으로 복귀하였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데 뿔뿔이 흩어져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쉘터에 도달하면 또다시 만나게 된다.
하이커들은 짐도 싸야 하고
텐트자리도 찾아야 하고 길도 찾아야 하고
새로운 하이커들을 만나고 낯익은 하이커들과 그간의 근황도 듣고
다음 마을 상황의 새로운 정보도 공유한다.
날씨도 알아야 하고,
신기한 식물도 관찰하고,
나무의 종류도 많고,
꽃도 감상하고,
바위의 생김새도 다르고,
드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방대한 자연도 느끼고,
길 위에서 동물을 만날 때마다 신기한 동물 탐험가가 되고,
이 모든 것이 긴장 속의 흥미로움이다.
숨 가쁘게 산의 정상에 올라서니 일반 관광객들은 주말을 맞아서 케이블카로 단숨에 올라왔다.
나는 케이블카를 뒤로하고 다시 오르니 산 위에 높지 않은 평상의 넓은 전망대가 나왔다. 모처럼 햇살을 즐기며 간식을 먹고 남쪽으로 향하는 소보하이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보하이커는 내가 걸어온 길을 걷고 노보하이커인 나는 그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니 서로 걸어왔던 길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한 젊은 여자소보하이커는 최북단 카타딘산을 7월 4일 시작하여 이곳까지 왔다.
그녀는 AT 종주가 거의 끝나가는 나를 부러워하였다.
나는 이제 카타딘산까지는 약 500 km ( 316 mi ) 남았으니 그녀가 나를 부럽다고 할 만하다.
그녀는 내가 시작한 최남단인 조지아 주의 스프링어산에 도착하여야 종주하는 것이니 그녀는 앞으로 5개월을 더 걸어야 하고 나는 최북단 메인 주에 있는 카타딘산으로 종주하려면 1개월 더 걸어야 한다.
이제 북진할수록 자주 호수가 보이고 만나는 호수마다 풍경이 이채롭다.
어떤 호수는 늪지대이고 어떤 호수는 해변 같은 모래사장이고 또 다른 호수의 물은 맑고 청정하다.
본 와일드캣 호수는 물백합꽃과 그 꽃잎으로 호수 절반을 뒤덮고 있었다.
그 호수 옆으로 작은 호수가 또 있고 그 위에 카터나치 허트가 위치하였는데 지금까지 본 뉴햄프셔 주의 허트 중에 가장 작은 규모의 허트였다.
이 허트에서 잠시 쉬었다가 그만 길을 잃어서 방황하다가 북진행 등산로를 겨우 찾았다.
허트가 등산로 선상에 있어서 내가 방심한 탓이었다.
와일드캣 호수를 중심으로 길을 벗어나면서 허트는 오른쪽으로 가고 호수에서 왼쪽으로 가파르게 꺾어 오르는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휴식을 많이 하기도 하였지만 11 km ( 7 mi ) 걸었는데 휴식시간까지 포함하여 8시간이 걸렸다.
가파른 산길이 숨을 멈추게 하는 고통을 주었다. 산언저리 최고봉에 작은 캠핑장을 찾았는데 허트에서 산언저리까지 오름길이 최악이었고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길 위로 품어져 나오는 물을 정수하였는데 물맛이 좋다.
텐트를 치고 있는데 소보하이커가 물이 없어 걱정하며 노보하이커냐고 물었다.
그는 목이 타서 물을 좀 마실 수 있느냐고 해서 주었더니 조금만 마셨다.
보통은 하이커끼리 물을 달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데 물을 달라고 할 정도이니 그가 얼마나 목이 탔을까 짐작이 되었다.
더 마시라니까 그는 아니라며 고맙다고 하고 얼마를 가야 물을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제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니 숨이 덜 찰 것이고 길바닥 전부가 샘물이니까 조금만 내려가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이 물도 그 길에서 정수한 것이니 물맛도 괜찮지 않으냐고 하였더니 그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텐트 속에 누웠더니 숲 속의 이끼가 푹신한 침대가 되고 텐트 문으로 드리워진 키 작은 소나무가 솔향을 내뿜어 공기는 신선하다 못해 감미로웠다.
* 와일드캣 호수
* 샘물이 나오는 등산로
* 아름다운 강 -뉴햄프셔 주
7-29 일 맑고 청명 143일째 누적 3,042.8 km ( 1,890.7 mi )
래틀강 Rattle River 쉘터. 이동 19.5 km ( 12.1 mi )
오랜만에 숲이 마르고 청명한 가을 같은 날씨이다. 일주일간의 비로 공기는 더 선선하고 한여름이지만 산속의 밤과 아침은 쌀쌀하고 추웠다.
길바닥은 여전히 젖어 있어서 걷는데 불편하고 길 위로 흐르는 물을 정수하여 마셔도 물맛이 좋을 만큼 맑고 깨끗하다.
높은 바위와 절벽은 여전히 순간순간 조심히 걸어야 했다.
또한 평평하고 이끼 낀 숲을 걸을 때는 명상하기 좋고 저녁에 막상 메모를 하려면 명상한 시상은 모두 잊어버리고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숲은 나를 단순하게 만들고 몸도 마음도 정화시켜 주었다.
마리하산 위에서 3명의 젊은 하이커를 만났다. 그들은 추운 아침공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에서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세상에 가장 멋진 식당과 세상에 둘도 없는 바위 의자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으니 신선이 바로 그들이다.
오후가 되자 기온은 다시 여름기온으로 둔갑하여 땀이 줄줄 흘렀다.
산마루에서 미풍의 산바람에 땀을 말리고 숲으로 들어서니 트레일-앤젤인 조부부를 만났다.
스낵과 터키샌드위치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쉘터에서 만나자며 헤어졌다.
오후의 내리막길에서도 내내 멋지고 크고 작은 폭포가 등산로 옆으로 도열하여 있었다.
오후의 갈증에 물 공급이 수월하고 큰 폭포 소리를 들으며 길 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나는 하이커들이 멋진 휴식처라고 한 마디씩 하면서 지났다.
쉘터와 가까워지니 그 계곡의 폭이 넓어지면서 큰 바위와 작고 동글동글한 조약돌이 강바닥에 지천이다.
강 옆으로 난 길은 평화롭고 순탄하다. 물 걱정 없는 쉘터 뒤에는 래틀강이 흐르고 쉘터 앞으로는 숲을 조망할 수 있었다.
쉘터는 풍수학의 말 그대로 배산임수의 위치에 있었다.
두 명의 젊은 하이커가 쉘터에 있고 쉘터 넘어 강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모기는 내가 잠시 멈추어 서면 공격하여서 쉘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모기 스프레이를 먼저 몸에 뿌려야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
텐트를 치면서 수려한 강에서 수영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텐트 속으로 막상 들어가니 피곤이 밀려왔다.
텐트를 길 옆에 친 탓으로 4명의 현지인이 수영복이 젖은 상태로 큰 타월만 걸치고 마을로 내려가면서 나에게 수영하라고 했다.
그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걷는 것을 보니 이 쉘터는 등산로 입구의 주차장과 가까울 것이다.
“물의 온도가 어때요?”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
“차갑지도 않은 온도인데 어떤 곳은 강수위가 깊어요.”
그들이 주의를 주었다.
해가 산으로 기웃거리고 나는 피곤하여 수영을 포기하고 텐트에 누웠다.
땀은 이미 말랐고 넉넉한 물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으니 충분히 개운하다.
쉘터에서 모닥불의 나무 타는 소리가 정겹고 형형색색의 텐트촌이 생겼다.
밤새도록 유유히 흐르는 강물소리는 나의 자장가가 되었다.
* 산정상에서 아침식사 중인 하이커들
* 래틀강을 끼고 있는 래틀강 쉘터
* 1,900 마일 통과 -뉴햄프셔 주
7-30월 맑음 144일째 누적 3,064.8 km ( 1,904.4 mi )
젠션연못 Gentian Pond 쉘터 캠핑장. 이동 22.0 km ( 13.7 mi )
래틀강의 물소리와 새소리의 합창을 들으며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오늘의 일정을 생각하며 짐을 꾸렸다.
완만한 숲길이 끝나자 주차장을 만나 NH -2번 도로를 따라 걸으니 3일 전에 숙박했던 래틀호스텔이 AT등산로 선상에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호스텔 마당은 정적이 흐르고 마당의 벤치에 앉아서 집으로 안부 통화와 쓰레기를 버렸다.
솔라패널 충전기가 비에 젖어 작동이 되지 않아서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리고 호스텔 마당에 있는 지하수 펌프로 물병을 채웠다.
핑크햄나취 비지터센터에서 이 래틀강쉘터까지 산을 넘어 걸어온 길은 이틀이 꼬박 걸리는 험준한 산길이지만 차를 타고 도로를 이용하면 단 20분의 거리이다.
산을 걸어서 보는 풍광과 그 길 위의 이야기는 2일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코스이다.
핑크햄나치 비지터센터는 1,817.5 마일지점에 있고 래틀강 호스텔은 1,892.6 마일에 위치하여 두 구간의 거리가 약 34 km ( 21 mi)로 2박 3일 일정으로 호수, 연못, 계곡, 폭포, 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단거리 백패킹코스이다.
또 카터나치허트의 호수는 낚시를 하는 여유로운 풍경과 백합의 아름다운 호수도 감상할 수 있다.
이 구간에는 뉴햄프셔 주의 유료 캠핑장이 많지만 래틀강 쉘터는 무료이고 호스텔에서 무료셔틀도 다녀서 호스텔에 차를 주차해 두기도 안전하다.
잠시 뉴햄프셔 주의 산을 즐기는 백피킹 코스를 나 혼자 기획해 보았다.
꼭 AT를 종주하지 않아도 자동차를 이용하여 좋은 명소를 구간 구간 산행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텔을 뒤로하고 마을을 걸으니 길가에는 영글어가는 파란 사과나무가 있다.
사과 몇 알을 따 먹으며 래틀강의 댐을 지나서 왼쪽으로 들어서는 등산로 입구가 보였다. 숲으로 접어들자마자 작은 뱀을 만났고 나는 이제 뱀과 인사를 나눌 정도로 익숙해졌다.
오르고 내리는 등산로에 이끼가 많고 진흙길을 연이어 만났다.
길 옆으로는 어느새 꽃이 지고 열매가 열린 모습이 앙증스럽고 우거진 습한 숲에 버섯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쓰러진 나무가 많아서 쉘터 전방 1마일이 느리게 걸었고 연못의 노란 물백합꽃과 흰구름이 호수에 반영된 모습이 아름답다.
오늘은 노보방향으로 3,058 km ( 1,900 mi )의 지점에 도달하여서 지금까지의 안전한 여정에 감사하며 저녁을 맞았다.
여름이지만 숲 속의 밤은 쌀쌀하다.
* 야생 들꽃은 어느덧 영글어 가는 열매
* 노란 연꽃으로 덮인 호수
* 연속된 서바이블 -뉴햄프셔 주 -메인 주 경계선 통과
7-31 화 가랑비 구름 145일째 누적 3,08 0.3 km ( 1,914.0 mi )
풀 구스 Full Goose 쉘터. 이동 15.4 km ( 9.6 mi )
아침 일찍 산 위의 완만한 바위 능선을 오르니 군데군데 블루베리가 보인다.
바위능선에서 길을 잃고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큰 개를 데리고 걷는 젊은 소보하이커들을 만났다.
잠시 블루베리 따 먹는 삼매경을 즐기고 다시 전진하니 어제 산행길보다 더 위험한 길이 계속 나오고 뉴햄프셔 주의 최북단에 위치한 쉘터를 만났다.
오늘 만난 첫 쉘터로 들어가는 길이 거친 자갈의 거친 내리막길로 제법 들어가야 하여 포기하고 싶었는데 물이 없어서 점심도 먹을 겸 어쩔 수 없이 쉘터로 들어갔다.
10대 그룹하이커들이 길목에 배낭을 두고 물을 공급하기 위해 쉘터로 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완만한 내리막길이지만 자갈이 많아 쉘터로 가는 길은 걷기에 부담스러웠고 다시 빠져나올 때는 오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물을 공급하고 쉘터의 피크닉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을 상상을 했는데 이곳은 피크닉 테이블이 없다.
빈약한 돌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쉘터 앞의 물은 차고 맑아서 물맛이 좋았다.
쉘터에서 나오는 길은 자갈길 오르막으로 오후의 피곤을 배가 시켰다..
마침내 뉴햄프셔 주가 끝나고 AT 전구간의 14개 주에서 마지막 주인 최북단 메인 주를 만났다.
뉴햄프셔 주의 마지막 산길이 몹시 험준하고 으스스했다면 마지막 쉘터의 들머리길도 힘들었던 기억은 잠시 호사스러운 불만이었음을 메인 주를 들어서자마자 알게 되었다.
메인 주로 들어서자마자 무시무시한 바위 군집의 절벽이다. 메인 주의 진입 신고식도 제대로 하여서 정신을 초집중하며 걸었다.
위험한 바위 군집을 타며 긴장하여서 피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위절벽에서 발을 내리니 오른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허공에 버둥거렸다.
이때 왼발이 바위틈의 좁은 공간에 끼어서 빠지지 않았다.
바지가 찢어질까 심한 요가 자세가 되어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바위에 낀 왼발과 허공에 있는 오른발로 실랑이를 하면서 뛰어내리려고 하니 일단 왼발부터 빼내야 하고 허공에 있는 오른발과 접힌 왼발이 빠지는 순간 배낭이 양쪽 바위에 끼고 말았다.
배낭이 바위틈에 걸려 두 다리가 절벽 사이의 허공에 떠 있다.
두 손으로 양쪽 바위를 잡고 힘껏 배낭을 잡아당기니 텐트의 포올이 우지직 바위와 긁히며 내 몸은 바위의 넓은 터널에 떨어졌다.
위험천만한 이 상황이 종료되고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다만 시야에 들어온 바위군집들의 풍광이 나를 압도하였다.
바윗길로 내려가니 10대들이 바위에 앉아 휴식하고 있었다.
메인 주의 험난한 신고식은 무사했지만 온종일 근육통이 왔다.
메인 주로 들어서자 20보만 걸어도 흰색 블래이즈가 촘촘히 나무에 칠해져 있었다.
너무 자주 있어서 나는 몇 걸음 간격으로 있는지 보폭을 헤아려 보았다.
흰색블래이즈는 10보 또는 20보 간격으로 나타났고 자주 표시된 흰색 블래이즈는 마치 하이커들을 매인 주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 깃발 같았다.
정상 위의 늪지대 통나무다리를 건너며 바위 위에서의 산천을 바라보는 풍경에 스스로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런데 전방의 저 멀리 절벽산자락에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설마 저 길로 내가 가야 할 길일까 싶었는데 그렇다.
그곳이 북진하는 등산로이고 내가 곧 걸어야 할 절벽산이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먼저 나무사다리로 바위 절벽을 오르고 다시 철근에 두 발을 딛고 올라야 했다.
이 절벽을 타고 오른 후 정상에 오르자 10대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오늘의 3번째 서바이벌 코스를 만났다.
거대한 바위를 누가 도끼로 자른 듯 날카로운 바위가 이끼를 잔뜩 머금고 바위 사이의 공간은 내가 떨어져도 될 공간이 여기저기 위협하고 있었다.
바위틈을 잠시 힐끔 본 절벽아래에는 떨어진 물병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나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 두 손과 두 발을 사용하며 바위를 짚고 내렸다.
하이킹 스틱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여 내 손목에 매달려 있었다.
마주 오는 젊은 여자하이커도 무섭다며 고개를 흔들며 길을 비켜주었다.
두려운 길을 만나서 피곤함도 잊고 긴장되어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나무에도 바위에도 누가 고의적으로 이끼를 걸어둔 핼러윈 축제 같은 무시무시한 숲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쉘터 이정표에서 다시 사다리를 탔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 도착한 쉘터는 산을 호위하듯 안정적인 명당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다리 아래와 사다리 위의 환경이 확연히 달랐다.
험준한 쉘터 주변의 캠핑장도 모두 나무로 만든 평상이었다.
멋진 전망의 텐트를 칠 평상을 골라 텐트를 치니 오늘 올라온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져 보였다.
곧이어 10대 그룹하이커들이 몰려왔고 10대들의 조잘거림으로 숲은 바빠졌다.
10대 하이커들은 교사의 지도아래 일사불란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등산 예절은 오히려 어른들보다 한수 위이다.
물 공급지가 좁은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물은 샘물로 졸졸 흐르지만 내가 갔을 때는 2명의 하이커가 물을 공급받고 있어서 나도 바로 물을 받을 수 있었다.
곧이어 10대 하이커들이 물 공급을 위해 그룹으로 내려오더니 조잘거리던 대화가 줄을 서면서 조용해졌다.
모두 좁은 언덕길에 한 줄로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귀엽다.
나는 얼른 물만 받고 정수는 텐트에서 하려고 언덕으로 올라왔다.
요즘은 험준한 등산로가 많아서 안전을 더 생각하며 이동하여서 속도가 떨어지고 매일 텐트 속에 누울 때마다 안전산행에 감사하였다.
그리고 몸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틴에이저 하이킹그룹이 몰려오면서 뒤늦게 온 트루하이커들이 텐트 자리가 모자라서 여기저기 경사면에서 텐트를 치고 쉘터 바로 앞에도 텐트를 쳤다.
주로 섹션하이커인 학생들은 매일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어서 친구들과 저녁 요리로 바쁜 대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비해 노보 트루하이커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휴식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학생들의 밝고 명랑한 소리는 들렸지만 학생을 통솔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어릴 때의 인성교육이 훌륭한 인성의 어른으로 거듭날 것이다.
아이들의 하이킹질서를 보니 미국의 미래도 튼실하게 보인다. 숲의 밤은 깊어 가는데 다시 빗줄기가 밤의 정적을 깨고 있다.
음식을 요리하는 내내 쉘터 주변은 학생들의 조잘거림이 왁자지껄하여 밤에도 시끄러울 것 같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해가 지고 저녁 8시가 훌쩍 넘으면서 순식간에 정적이 흐른다.
빗소리만 간간히 숲과 텐트를 두드렸다.
* 뉴햄프셔 주와 메인 주 경계 지점
* 바위 절벽을 오른 후 휴식하는 젊
* 나무 사다리
* 직각의 각도로 오르는 철근 사다리
* 철근 사다리로 오르는 등산로
* 최북단 뉴햄프셔 주와 메인 주 경계점 도착
* 비와 강풍을 만난 험준한 코스 중 하나인 Twin Mountain 정상
* 아름다운 명소에는 사람도 많고
* 아름다운 AT 길 중에 하나인 Franconia Ridge 북진 1,817.8 마일 지점
* 궂은날도 만나고
* 화창한 날씨도 만나고
* 모하비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하비의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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