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보 여행기 12편 - 7월 중순
아팔래치안 트레일 ( Welcome Home, Mom )
* 다양한 버섯
* 동물 곤충이 먹은 흔적이 있는 버섯
* 젊은 자원봉사자들 -버몬트 주
7-11 수 맑음 125일째 누적 2,755.0 km ( 1,711.9 mi )
스토니 개울Stony Brook 쉘터. 이동 16.1 km ( 10 mi )
숙소에서 나와 터미널까지 가는 여정이 아득하기만 하였는데 도로 건너에서 한 운전자가 손짓하며 터미널까지 태워 주겠다고 한다.
이미 차안에 타고 있는 하이커는 다른 등산로로 이동한다고 한다.
트레일-앤젤 도움으로 순조롭고 터미널에서 도착하여 표를 끊으려고 하자 매표소 직원이 저 버스라고 그냥 타라고 한다.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줄이고 버스에 올라서 현금을 지불하였다.
배낭은 무겁지만 등산로에 들어서자 공원의 평평한 길은 큰 호수를 끼고 있다.
기포드우즈 시립공원은 오토캠핑을 할 수 있는 유료 허트가 많고 호수에는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과 선착장에 일광욕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시립공원에서 점심도 먹고 지하수 펌프로 물을 받고 다시 걸으니 대학생봉사자들이 땀을 흘리며 등산로를 정비하고 있었다.
요즘은 비가 많이 와서 진흙길이 생겨서 돌다리를 놓고 있었다.
AT길에는 자연재해로 나무가 쓰러지거나 땅이 유실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복구작업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고쳐진다.
그래서 AT 길은 매년 새롭게 단장되고 자원봉사자와 기부금으로 이루어지며 매년 봉사자의 수와 기부금은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공원을 진입하니 폭포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였고 그 폭포는 천둥폭포라고 한다. 천둥이 치는 듯한 폭포소리를 뒤로하고 늪지대의 통나무 길을 걸었다.
그 옆으로 블랙베리가 익어서 검은 딸기 하나를 따서 입에 넣으니 천연의 단맛이 좋다.
나무다리를 벗어나 공원이 끝나자 자전거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다.
이곳에 주차하고 천둥폭포라도 보러 간 듯하다. 요즘은 여름 방학이어서 중 고등학생 보이스카웃 하이커들도 자주 만난다.
* 눈앞에 보이는 곳이 오후에 넘어야 할 산맥
* 등산로에 쓰러진 소나무
* 숲길의 사과, 초원의 산딸기 -버몬트 주
7-12 목 맑음 126일째 누적 2,786.1 km ( 1,731.2 mi )
뷰포인트 View Point 캠핑장. 이동 31.1 km (19.3 mi )
길에서 한 하이커가 등산로를 벗어나 조금 오르면 전망 좋은 곳이 있다고 했다.
배낭을 길에 내려놓고 언덕까지 올라갔다.
개인 소유지인 캐빈이 산속에 있고 문이 닫혀 있는데 그 캐빈의 지붕 위로 사다리를 오르면 전망대가 있다.
사방으로 길쭉한 벤치가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사방이 뚫려 원거리까지 풍경을 조망할 수 있었고 지붕 위에서 신선한 공기와 쾌적한 햇살을 즐기며 간식을 먹으니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스카이라운지이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는 전화가 연결될 수 있다.
오늘은 두 딸의 생일이어서지붕 위의 벤치에 앉아 딸과 멋진 풍광을 이야기하며 생일축하를 전할 수 있어 행복했다.
버몬트 주는 미국의 50개 주에서 ‘장수하는 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의 특산품으로는 메이플시럽과 작은 파란 사과이다. 산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는 5월이면 그 수액을 채취한다.
나무속으로 설치된 관을 통하며 마을까지 자동으로 수액이 모아져 이것을 끓이면 100% 메이플 시럽이 된다. 엄청난 수액에 비해 시럽은 조금 만들어지고 이것은 버몬트 주의 유명한 특산품이다.
또한 버몬트 주에는 사과나무가 길에도 산에도 초원지대에도 자생하고 있다.
파란 사과를 따서 먹어 보면 일반 사과에 비하여 펙틴 성분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과가 몸에 좋은 이유가 이 펙틴성분인데 파란 사과에는 그 성분이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먹고 나면 체할 것 같아 꼭 물을 마셔야 했다.
펙틴이 많은 사과는 떫은맛이 나고 먹은 사과꼭지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산화되어 갈변하는데 이 파란 사과는 펙틴 성분이 강하여 먹고 난 사과 꼭지는 금세 진한갈색으로 변했다.
나는 사과나무를 만나면 작은 사과를 따 먹고 6개를 따서 배낭에 넣어서 하루에 3개씩 먹기도 하였다.
하이커에게 사과를 먹어 보라고 권했더니 한 입을 먹자마자 바로 뱉었다.
단맛에 익숙한 미국인들은 이 떫은맛을좋아하지 않았다.
오늘밤 머물 쉘터에는 캠핑장이 없어 멀지만 다음 쉘터까지 이동하면서 많은 하이커가 모일 것을 예상하여 등산로에 적당한 캠핑장이 보이면 텐트를 치려고 주변을 살피면서 걸었다.
산맥이 끝나고 산길 도로와 인접한 계곡을 건너자 트레일-매직의 시원한 사이다와 콜라가 있었다. 더위와 갈증에 사이다 한 캔을 마시고 도로를 건너 바로 산으로 이어졌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재를 넘어서 다시 푸르른 녹음의 초원지대를 만났다.
이 초원지는 완만한 경사로 오르면서 양 옆으로 가시덤불이 많았는데 언덕에서 하이커들이 산딸기를 따고 있었다.
나도 따 먹으면서 올랐는데 오를수록 산딸기가 지천이다.
초원에서 다시 산을 접어들기 전의 언덕 위에 3동의 야영지를 발견하고 텐트를 쳤다.
프로페셜은 나를 앞서 쉘터까지 가서 보이지 않았고 CD가 뒤따라 와 함께 텐트를 쳤다. 그는 이 산딸기도 일주일이 지나면 모두 떨어져 버릴 것이라며 이번주가 시즌이라고 했다. 이곳을 적기에 지나서 산딸기 따는 일에 오후의 피곤함을 잊었다.
산딸기 가시덤불이 우거져 나는 뱀이 있을까 봐 두려워 길 가장자리에서 땄다.
산딸기 인증 사진도 찍고 늦은 시간인데 지나는 하이커에게 산딸기를 따 먹으라고 했더니 젊은 친구라 관심이 없다.
산딸기 초원에서 원 없이 산딸기를 먹고 빵에도 올려 저녁으로 먹고 텐트에 누웠더니 산딸기 밭을 소유한 농장주 같았다.
* 야생 산딸기
* 산딸기 군락지
* 절벽 아래로 놓인 사다리도 타고
* 쭉쭉 뻗은 소나무 숲길도 만나고
* 아리와 재회 -버몬트 주
7-13 금 맑음 누적 2,804.9 km ( 1,742.9 mi )
해피힐 Happy hill 쉘터. 이동 18.8 km ( 11.7 mi )
아침에도 산딸기를 따느라 1시간 늦게 출발하여 바로 산으로 들어서니 중년 여성 하이커가 아침햇살을 즐기고 있다. 지난밤 혼자 텐트를 친 모양이다.
날씨가 덥고 숲으로 깊게 들어서면서 점점 음침한 밤 같은 기운이 감돌아 느낌이 으스스하였다.
다행히도 내 뒤의 어딘가에 CD가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위안이 되었지만 뒤를 돌아보아도 그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때 등산로에서 쉬고 있는 젊은 하이커를 만나서 겨우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만 산풍경은 더 으스스하여 괴물이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숲에도 모두 느낌이 다르듯이 이런 불편한 숲은 빨리 지나고 싶어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렇게 1시간 이상을 걸어서 단풍나무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산 아래는 단풍나무 시럽을 채취하는 호스관이 얼기설기 나무에 달려 있다.
나무에 달린 연결관을 구경하느라 길을 잘못 접어들었다. 다시 되돌아 나와 긴 길은 끝없이 이어지다가 개울을 건너 초원지대를 내려다보니 마을이 보였다.
초원지대와 산의 경계에 벤치가 있고 그곳에 앉으니 사방이 사과나무이다.
여기저기 사과나무가 자생하고 있고 뒤편의 솔밭 숲에는 야영한 자리가 여기저기 보였다.
벤치로 돌아와 점심으로 산딸기를 먹었다.
자연 속에서 자란 산딸기는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먹어도 먹어도 맛있고 먹을수록 더 먹고 싶었다.
이 맛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서 음미하며 먹었다.
적당히 달고 그 향기는 후각을 자극하며 집을 때마다 내 손도 붉게 물들었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산아래는 풍성한 신록의 풍경이다.
나는 호사스러운 자연의 식당에서 소박한 점심을 즐겼다.
오후 2시가 훌쩍 넘어가니 날씨는 덥고 체력은 점점 떨어졌다.
산맥이 끝나고 마을을 지나 다시 새로운 산맥으로 찾아가는 여정이다.
마을을 접어들어 강의 다리를 건너고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눈앞의 먼산이 다시 걸어갈 새로운 산맥이다.
강의 다리를 건너자 길 건너편 집에서 하이커들이 손을 흔들었다.
별체의 지붕 아래 AT의 로고가 걸려 있고 트레일-매직을 연 할아버지는 손녀를 돌보며 하이커들을 불러 간식을 권하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수박, 음료수, 쿠키, 베이글을 먹고 낯익은 노보하이커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얼굴의 소보하이커들도 만났다.
나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방명록을 기재한 후 떠날 때 벤과 함께 다녔던 아리를 만났다.
아린 벤과 헤어지고 대학졸업식으로 잠시 귀가하였다가 다시 AT를 복귀했다고 한다. 그녀의 도전정신과 지구력을 칭찬하며 졸업 축하도 했다.
나는 벤 소식을 알려 주었고 그녀는 절친인 트래인트렉과 배드워드는 포기했다고 하였다.
오후의 무더위를 이기고 쉘터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아리는 길에서 또래의 여자친구들과 간식을 먹고 그다음 쉘터까지 이동할 계획이다.
미국인 여자하이커들의 체력은 내가 아무리 잘 먹고 가벼운 배낭을 메고 걸어도 따라갈 수 없었다. 쉘터 아래에 텐트를 치니 어둠이 내렸다.
해피힐 쉘터, 이름은 아름답지만 물 공급지가 없어서 늦게 도착한 하이커들이 애를 먹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쉘터 전방에 샘터가 있으면 힘들어도 물을 미리 받아서 쉘터에 도착하여야 한다.
가끔은 기후변화로 정보가 다를 수 있다.
물이 분명 있다고 하지만 마시기 부적합한 물도 있다.
이런 정보는 날씨에 따라 수시로 변하여 업데이트하는 앱도 틀려서 반대방향으로 걸어오는 하이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상책이다.
* 단풍나무의 수액이 마을까지 연결된 호스관
* 이 관은 길게 집까지 연결되어 큰 통에 모아짐
* 해피힐 쉘터
* 하루에 4번의 트레일 매직 -버몬트 주 -뉴햄프셔 주 경계선 통과
7-14 토 비 구름 비 128일째 누적 2,832.0 km ( 1,759.7 mi )
무스산 Moose Mountain 쉘터. 이동 27.0 km ( 16.8 mi )
이른 아침에 버몬트 주의 마지막 도시인 노리치 Norwich 마을에 접어들었다.
산을 병풍처럼 둘러싼 집들이 별장처럼 아름다웠고 눈이 많은 지역으로 지붕은 뾰족하고 알루미늄 함석 재질이다.
마을전체의 조경이 잘 꾸며져 있으며 사람인심도 좋았다.
산과 인접한 마을로 들어서자 트레일-매직 박스에 콜라가 있었다.
동네를 구경하며 걷다가 비를 만나 비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걸으니 예쁜 담장의 대문 앞에 또 트레일-매직이 있었다.
박스에는 머핀과 사탕 젤리가 가득 있어 머핀 하나를 먹고 사탕 젤리를 챙겨 큰 도로까지 걸어 나왔다.
도로의 전봇대에는 플라스틱 덮개로 덮인 콘센트가 있었다.
하이커들의 전기충전을 위해 시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였다.
AT 길은 다시 도시의 중심가를 지나자 쇼핑객들과 하이커들로 붐비고 유명 브랜드 상점이 즐비하고 주말이 활기차다.
우체국에도 하이커들이 많았고 우체국 안에도 하이커 박스가 있었다.
이 우체국에서 CD는 집에서 보내준 우편물을 찾아 새 등산화로 교체하였다.
그는 AT를 하는 동안 새로운 주를 만날 때마다 집으로 엽서를 보냈는데 새로운 주를 만날 때마다 그 지역의 엽서를 보냈는데 주마다 찍힌 직인의 예쁜 엽서를 받으면 그의 아내도 행복할 것 같다.
도시를 관통하는 곳에 큰 그로서리마켓이 있어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부족한 음식물도 구입하였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대학생들이 풋볼 연습이 한창이다.
큰 다리를 기준으로 버몬트 주가 끝나고 뉴햄프셔 주에 첫발을 내디뎠다.
뉴햄프셔 주를 만나자 곧 가파른 산이 나오고 비가 오기 시작하였는데 미끄러운 바위 오르막의 막다른 길에서 남으로 걷는 소보( SOBO ) 하이커를 만났다.
그는 워싱턴 산에서 여름이지만 추웠다고 했다. 때로는 영하로 내려갈 수 있다니 가는 길에 소보하이커를 만나면 북쪽의 상황을 수시로 묻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뉴햄프셔 주의 첫 산길도 쉽지 않았다.
가파른 바위에는 밧줄을 잡고 올랐고 가랑비로 습도는 높아져 땀으로 지칠 때 오전에 만났던 4명의 젊은이들을 다시 만나고 헤어 지기를 반복하다가 비포장 소방도로에서 다시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는데 트레일-매직을 만났다.
또다시 휴식을 가지며 과일을 얻어먹고 드라이 푸드도 하나씩 받았는데 건조된 한국 비빔밥이었다. 새로운 산맥으로 접어들자 또 다른 무인 트레일-앤젤이 놓은 아이스박스에는 시원한 맥주와 콜라가 가득하였다.
오늘은 하루에 트레일-매직을 4번 만나는 신기록을 세웠다.
특별한 음식을 먹지는 않았지만 과일과 스낵 음료수로 자주 휴식을 했고 마켓도 들러서 배낭에도 음식이 많으니 오늘 산행 코스가 쉽지 않았지만 마음이 푸짐한 하루였다.
이정표를 보면서 계속되는 오름길 끝에서 하이커들의 텐트가 보였고 쉘터에도 젊은 청년들의 담소 소리가 들렸다.
쉘터는 무스산 이름처럼 미국의 동북부에는 무스가 많기로 유명하다.
앞으로 숲에서 무스를 만나는 행운도 기대해 보았다.
산자락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이내 어둠이 내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쉘터 주변의 경관을 살펴보았다.
쉘터의 재래식 화장실이 벽 없는 사방이 뚫려 있었다.
계단 3개를 오르면 변기통이 달랑 놓여 있다 이 획기적인 발상에 하이커들은 사진을 찍으며 재미있어하였다.
사람이 보이면 가까이 가지 않으면 되고 자연을 통째로 가진 세상에서 가장 큰 화장실이다. 쉘터에 딸려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 모두 그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화장실만 사진 찍는 하이커도 있다.
거친 돌길을 걷고 비를 맞아 5월에 새로 산 등산화가 벌써 찢어졌다.
바닥은 괜찮지만 밑창 이음새가 찢어졌고 뒷바닥면이 낡았다.
AT 중반 부분을 잘 걸어준 이 등산화와 조만간 작별할 것 같아서 신발을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 예상되는 길이 지도상으로 보아도 등고선이 심하게 요동친다.
가파른 오름길과 깊은 내리막길이 많으며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되는 구간에는 몸은 쉽게 지치고 시간이 더 소요된다.
설상가상으로 날씨는 점점 더워져서 에너지 소모는 훨씬 많아질 것 같다.
오늘 일정이 헥사큐바 쉘터까지 가야 하는데 지쳐서 숲의 야영지를 찾았다.
멋진 흔들 나무다리가 보이고 깊고 수려한 계곡을 보자 물을 마시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CD를 기다리며 셔츠, 모자를 벗어 계곡물에 씻었다.
그도 역시 지친 몸으로 계곡물을 보더니 좋아했다.
헥사큐바 쉘터가 가깝지만 계곡 위의 나무다리를 건너면 가파른 오름길로 늦은 시간에 쉘터에 도착할 것 같다.
CD는 앱을 보더니 배낭을 내리고 주변의 캠핑장을 찾았다.
두 명의 하이커가 배낭 없이 계곡으로 내려왔다.
그들은 다리 건너편 등산로 옆에 텐트를 쳤다고 한다.
등산로에서 20보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치라고 하지만 항상 이론과 실기가 맞지 않는 날도 많았다.
등산로에서 20보 떨어졌지만 지면의 경사가 심한 곳을 발견하였다.
누군가 모닥불을 지핀 흔적이 있어서 나는 불편하지만 물 공급이 원활한 이곳에서 텐트를 치기로 했다.
나는 경사진 부분에 낙엽을 더 많이 깔고 텐트를 쳤다.
저녁식사 후에 나는 계곡에 내려가 옷을 빨고 병물을 받고 비누 없이 머리도 감았다.
텐트로 돌아오니 다른 텐트에는 벌써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 첫 번째 무인 트레일-매직
* 버몬트 주 도착을 환영하는 트레일-매직
* 집 앞의 두 번째 트레일-매직
* 세 번째 만난 트레일-매직
* 벌몬드 주에서 뉴햄프셔 주로 들어서는 경계지점
* 무스산 쉘터의 특별한 이정표
* 솔잎의 푹신한 걷기 좋은 길
* 더위로 힘겨운 여정- 뉴햄프셔 주
7-15 일 맑음 129일째 누적 2,858.2 km ( 1, 776.0 mi )
재콥스 개울 Jacobs Brook 캠핑장. 이동 26.2 km ( 16.3 mi )
어젯밤에 시나브로 내린 비로 새벽의 숲은 안개가 자욱하였다.
안개를 품은 숲은 또 다른 색깔의 신비로움을 품고 있었다.
아침 햇살은 깊은 숲의 안개를 투영하려 빛의 파장을 일으켜 등산로가 몽환적이다.
매일 숲을 걸어도 언제나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자연의 변화무상함에 몸은 고달프나 눈은 최고의 호사를 누린다.
한밤의 고요한 비, 아침의 안개, 그 숲 속으로 비치는 햇살로 자연의 식구들은 각자의 가치를 극대치로 만들기에 분주하다.
자연이라는 공동체 합작품의 소리이다.
아침의 운치와 다르게 오전에는 가파른 돌길과 바위와 언덕을 걸었다.
그 바위 위에 나무사다리가 놓여 있고 나무사다리 끝에는 다시 철근사다리가 이어져 바위 타기를 하였다.
능선의 딱딱한 바윗길을 걸으니 다리에 무리가 왔는지 무릎이 아팠다.
돌출된 바위 위에서 다시 한숨을 돌리며 먼산을 조망하니 내가 선 곳에서 아득하게만 보이는 스마츠산의 산꼭대기에 손가락만 하게 보이는 전망대가 보인다.
아스라이 보이는 전망대까지 올랐다가 하산하고 다시 하나의 산맥을 더 올라야 오늘밤에 머물 쉘터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위험하였다.
바위 타기가 이어지고 나무다리와 철근의 앙상한 핀이 교대로 바위에 꽂혀 있다.
땀은 옷을 적시고 얼굴의 땀방울이 턱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졌다.
짊어진 배낭의 무게와 바위에 박힌 철근 위로 발을 딛는 순간순간을 집중하는 긴장감으로 손과 발 4발로 올랐다.
이끼와 전나무 군락지를 지나 마침내 전망대에 도착하였는데 전망대 아래의 작은 그늘에서 여러 명의 하이커들이 간식을 먹고 있었다.
오후의 바위난간을 위태롭게 지나고 설상가상으로 더위에 모두가 기진맥진하였다.
이렇게 힘든 여정을 이겨내면 하이커들끼리는 언제나 AT 종주의 끝인 카타딘산의 예행연습이라고 위로한다.
AT최북단이 가장 힘든 곳이라고 하지만 매일매일 힘든 산행을 체험하였다.
이런 고비를 넘길 때마다 최북단은 과연 어떤 산세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고 두렵다.
앞으로 만날 길이 점점 험준한 길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니 늘 긴장을 가져야 했다.
오늘은 고온으로 더 힘들었지만 휴식은 더 달콤하였다.
* 스카츠산 정상부위의 산불전망대까지 오름길이 가파르고
* 스카즈산으로 가는 통나무사다리와 쇠사다리 길
* 임시 빨랫줄
* 각 나라의 문화 공유 -뉴햄프셔 주
7-16 월 맑음 130일째 누적 2,884.3 km ( 1,792.2mi )
하이커스 웰컴 Hikers Welcome 호스텔 캠핑장.
이동 26.1 km ( 16.2 mi )
힘든 길도 만나고 솔잎이 깔린 부드러운 길도 만나고 계곡을 끼고 걷고 숲이 우거진 하산길은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한 산림욕이 되었다.
마주 오는 하이커가 얼마 안 가서 소방도로에서 트레일-매직이 있다고 힘내라고 말해 주었다.
소방도로에서 만난 트레일-매직은 연세가 지긋하신 60대 후반의 연세이고 나무에 바나나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하이커를 반겼다.
커피, 주스, 물과 도넛을 트럭 짐칸에 놓고 마음껏 먹으라고 한다.
켄터키 주에 산다는 30 초반의 도저를 여기서 처음 만났다.
산의 가파른 고개를 넘어 바위에서 멋진 산세를 구경하고 무더위로 오후에는 더 지칠 때 산속에서 부부하이커를 만났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응원의 박수를 쳤다.
“트루하이커지요?”
“지금까지 걸어온 것이 대단합니다. 더욱 힘내세요!”
그녀의 남편은 배낭을 내리고 그 배낭을 열어 보이며 웃으며 말했다.
“트레일-매직!”
그의 깜짝 이벤트가 나를 기쁘게 하였다.
그의 배낭 속의 아이스쿨러백에는 터키샌드위치가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캐롤과 그녀의 남편은 산행을 하면서 트레일-매직을 하는 부부이다.
나는 음식이 점점 떨어져 가는데 고맙다고 하였더니 그녀는 두 개를 주었다.
요즘은 날씨가 덥고 길도 험준하여 계획한 쉘터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도 호스텔에 들러 우편물만 받고 1.6 km를 더 이동하여 쉘터에 도착하기로 했지만 호스텔에 도착하니 이미 5시가 되어 포기했다.
샤워도 하고 호스텔에 머물기로 하였는데 침대 있는 건물은 자리가 없고 새롭게 지은 건물은 아직 전기 시설이 없어서 찜통이다.
하루 종일 더위에 시달리고 다시 더운 공간에서 여러 사람의 체열과 잠자기보다는 텐트를 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호스텔 건물 옆에 위치한 캠프장에 텐트를 쳤다.
오늘 새벽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이 되었지만 개인공간을 만끽하며 호스텔에서 유료 텐트를 쳤다.
호스텔에 너무 늦게 도착하여 마켓으로 가는 무료셔틀이 끊어졌다.
내일 비가 오니까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침대가 없어 내일은 다시 산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캐롤이 준 샌드위치는 내일 먹기로 하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더운물과 이틀 전 트레일-매직이 준 드라이푸드를 요리하려고 구 건물로 들어갔다.
누군가 작은 소리로 “모하비!...” “모하비!”
속삭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페이스-카였다.
반가워 그간의 여정을 서로 물었다.
“속도가 저보다 훨씬 빨라서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앞서 가봐야 또 만났잖아요.”
이른 오후에 도착한 그는 마켓에 다녀왔는데 식당에서 햄버거를 사 먹고 식료품가게가 없어서 과자만 사 왔다고 한다.
그는 가려운 피부는 회복되었지만 오늘은 더위를 먹었는지 입맛이 없어졌다고 하면서 연신 젤리사탕을 입으로 넣기 바쁜 60의 나이가 무색하게 귀엽다.
나는 이 호스텔로 딸이 보내준 소포를 받았다.
볶은 천일염을 딸이 보냈으니 넉넉하여서 그에게 원하면 주겠다고 하니 그는 그 소금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소금을 지퍼\백에 넣어 그에게 주었다.
그는 내일 날씨가 많은 비가 온다며 이 숙소에서 이틀을 체크인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일은 제로데이하고 내일 마켓에 또 갈 수 있다며 나에게 젤리 한 봉투를 주었다. 주고받는 정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미국사람들은 개인주의로 자신의 것만 먹고 남의 것은 잘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만난 미국인 하이커들 대부분은 정이 많고 음식도 잘 나누어 먹고 마음도 너그럽다.
미국인이 점심 저녁으로 먹는 샌드위치나 햄버거는 공산품을 넣고 만들어 같은 맛이 난다.
그래서 남의 음식이 궁금할 것도 없고 내 샌드위치나 상대방 것이나 맛이 똑같다.
하지만 한국의 음식은 김치만 해도 옆집, 뒷집의 맛이 다르고 다른 집의 김치맛을 보며 더 맛있는 김치 비법도 공유한다.
심지어 내가 만든 김치도 양념이 다르면 지난번에 만든 김치와 이번에 만든 김치 맛이 다르니 지난번도 나눠 먹고 새로 만든 김치도 나눠 먹는다.
나누어 먹고 안 먹는 차이는 이런 음식 만드는 방식에서 문화의 차이점이 생긴다.
나는 미국에 살면서 가급적이면 미국사람과의 소통에서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좋은 문화와 전통은 알려주고 싶고 내 주체성의 기준은 가지고 살고 싶었다.
산을 좋아하는 미국사람들 대부분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며 배우려고 한다. 각 나라의 문화를 현지사람에게 직접 생생하게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미국인을 많이 만났다.
세계최고의 부강국 미국이지만 이방인의 문화를 알려는 마음은 겸손이다.
나도 그들이 가진 문화의 존중성을 경청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최고부강국인 미국이지만 우리나라도 미래에 최고부강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긴 역사를 미국의 역사가 따라올 수는 결코 없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긴 역사를 통한 조상의 지혜와 전통을 부러워한다.
페이스-카는 미네소타 주에 사는 토박이 미국인으로 아직 한국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기회가 된다면 꼭 체험해 보라고 했다.
두 딸은 숲으로 떠난 엄마를 위해 알 수 없는 미지의 주소로 소포를 보냈다.
엄마에게 꼭 필요한 것을 소포를 보내준 딸에게 고맙다고 통화를 하니 잘 받았다는 소식에 더 기뻐하였다.
3번째 등산화로 교체하고 이제는 종주할 때까지 신어야 한다.
내가 소포로 받은 등산화는 이미 많이 신었던 내 발에 익숙한 신발이지만 바닥이 조금 낡아서 동부의 기후조건에 맞추어 무사히 종주하기를 고대한다.
* 트레일- 매직이 즐거움이시라는 분
* 5월에 구입한 킨 등산화는 오늘로 작별
* 두 딸이 호스텔로 보내준 우편물
* 험준한 길에서 악천후 날씨 -뉴햄프셔 주
7-17화 천둥 비 131일째 누적 2,898.9 km ( 1,801.3 mi )
비버개울 Beaver Brook 캠핑장. 이동 15.0 km ( 9.3 mi )
산간 마을의 호스텔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잠들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한 밤에 코요테의 무리에 화들짝 잠이 깨 버렸다.
호스텔 건물과 숲 사이에 캠핑장 있어서 숲에서 내려온 코요테는 텐트 옆으로 서성거리며 울부짖는다.
새벽에 온다는 비는 오지 않아서 비에 젖지 않은 텐트를 짐을 꾸려 다행이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호스텔에 머무는 하이커들과 작별을 하였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걱정되어 오늘은 CD와 나는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페이스-카는 오늘 제로데이로 앞으로는 왠지 못 만날 것 같았다.
그들은 AT길에서 만나 서로 성품이 잘 맞는 친구여서 나는 두 사람을 세우고 각각의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오늘 산행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 중에서 가장 어려운 길이고 설상가상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아침부터 하늘은 먹구름으로 심상치 않다.
비를 만나면 짧게 3.2 km ( 2 mi )까지 걸어서 첫 쉘터를 만나면 그곳에서 온종일 쉴 계획으로 떠났다.
뉴욕에서 온 미셀과 빌은 어제 마을의 유료 셔틀을 이용하여 북으로 이동후 이 구간을 조금이라고 쉽게 걷기 위해 북에서 남으로 반대코스로 산행하였고 오늘 이 쉘터에 머문다고 한다.
그녀가 어제 걸은 길은 오늘 내가 가야 할 길이니 생생하게 상황을 말해 주었다.
그녀는 걷다가 한 발만 미끄러져도 바로 폭포로 떨어진다며 절벽과 폭포 사이가 등산로라고 말했다.
첫 쉘터로 이동하면서 일기예보처럼 비는 얌전히 차분하게 내리기 시작하였다.
쉘터에 도착하니 여러 하이커들이 비로 발이 묶여 쉘터에 머물고 있었다.
9시가 되니 비는 그치고 몇몇 젊은 하이커들은 출발하기 시작했다.
10시엔 해가 살며시 나오고 CD는 온종일 쉘터에 있을 생각을 하니 지루하다고 출발하고 싶어 했다.
삼삼오오 길을 재촉하자 걸음이 빠른 젊은 하이커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30분이 지나자 잠시 주춤했던 비는 장대비가 내렸다.
길은 오를수록 점점 좁고 험준한 돌길이고 정상인 무슬락산까지의 8 km ( 5 mi ) 거리에 엘리베이션 게인이 1,220 m ( 4,000 ft )로계속 오름길이었다.
이제 비는 화를 내뿜듯이 쏟아지고 가파른 산길은 순식간에 시냇물이 되었다.
급기야 천둥번개가 동반하니 간이 콩알만 해지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두려웠다.
나무 없는 알파인존의 정상에서 번개는 사람이 맞을 수 있어서 산행에서 가장 위험하다. 천천히 걸어야 하는지 빨리 정상을 올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다만 정상에서 비가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행은 계속되었고 가슴이 콩닥거리는 소리와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 바윗길과 바위 계단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빗물로 철버덕거렸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모래 길로 부드러워지고 빗물이 고여 있었고 무슬라키산 정상이 보였다.
정상에 도달하자 고맙게도 비는 그쳤고 이제 거센 바람이 발걸음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였다.
주변은 알파인지역으로 숲은 사라지고 무릎 아래의 키 낮은 소나무와 바위들이 뒹굴고 넓은 정상은 웅장하였다.
좋은 날씨라면 산아래 풍광이 대단했을 텐데 거센 바람과 흰구름이 바람에 산발적으로 우왕좌왕하였다.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산자락을 휘감는 흰구름의 춤사위가 연출되었다.
날씨 상태가 불안정하여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으니 핸드폰에서는 비상 지역을 선포하는 벨이 ‘뱅뱅뱅...’ 울린다.
이 소리로 혼비백산하여 하산을 시도하였다.
하산길이 두 능선이 정반대로 나 있어 혼란스럽다. 정상에서 AT 길의 반대 길로 접어들어 당황하였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 반대쪽 등산로로 있는 힘껏 달렸다.
그쳤던 비가 다시 바람과 함께 휘몰아쳤고 숲으로 피신하려고 필사적으로 숲을 향하여 돌진하였다.
무거운 배낭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달렸으니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온통 땀범벅이 되었다.
밋밋하고 드넓은 정상의 돌탑들의 안내를 받으며 숲 속으로 들어와 겨우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행히 천둥번개와 소나기가 그쳐서 정상에서 장엄한 운무를 보고 안전하게 숲에 들어오자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울창한 숲 속에는 이끼가 소나무와 길을 감싸고 겨우 만든 등산길도 이끼로 덮여있고 내리막길은 척박한 바윗길이 젖어서 만만치 않았다.
쉘터까지 절벽 같은바윗길로 두 손을 이용하여 하산하였다.
쉘터에 안전하게 도착하자 마침내 마음이 진정되었다.
쉘터 안에 텐트를 치고 2명의 하이커가 있었고 어젯밤부터 비를 피해 머물렀다고 한다. 비를 맞고 정신을 집중한 상태로 걷다가 쉘터에 도착하자 갑자기 한기가 들고 추워서 쉘터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
쉘터도 바위능선에 매달려 지어져 있어 불안정하고 경사진 돌바닥에는 야영이 불가능한 척박한 곳이었다.
화장실도 쉘터 전방의 절벽에 위태롭게 위치하고 있었다.
점심대신에 달콤한 쿠키로 열량을 높이고 추워서 다시 출발하기로 하였다.
땀과 비로 젖은 몸의 열이 식으면서 한기가 들었다.
쉘터에 머무는 두 하이커도 어제 몹시 힘들게 올라왔다며 오늘은 비에 젖은 바윗길 하산이 더 위험하다며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비는 그쳤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안전을 우선으로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지금은 춥지만 쉘터보다 고도가 낮아서 따뜻하게 오늘밤을 보낼 수 있었다.
쉘터를 지나면서의 하산길은 뉴욕의 미셀이 오늘 아침에 말한 것처럼 발만 미끄러져도 폭포에 떨어질 듯이 폭포 옆이 등산로였다.
폭포는 산 정상에서 시작하여 요란하고 거칠 물살로 하산길의 집중력을 방해하였고 내려갈수록 위험한 바위 절벽은 비에 젖어 미끄러웠다.
위험한 바위가 얼기설기 놓인 좁은 길로 오늘만큼은 절대로 넘어지는 실수를 하면 안 되는 길이다. 넘어지면 바로 폭포 물속으로 떨어지거나 바위절벽으로 낙상하게 된다.
폭포는 위험천만한 등산로를 끼고 흐르고 그 길이가 1.6 km 거리로 흘러 내 생애에 가장 긴 폭포를 보았다.
마주 오는 젊은 하이커는 등산로를 이탈하여 폭포 물길의 바위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 서로 바라보는 모습조차 아찔하였다.
나는 스스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안전한 곳에 서서 그가 폭포의 물살을 가르고 안전하게 등산로로 복귀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등산로는 다 내려왔다는 생각을 하면 다시 무시무시한 검은색 칼바위 길이 나를 위협하였다.
또 정신을 가다듬고 내려가면 이제는 넓은 폭포바위가 등산로이고 잡을 곳도 없는 미끄러운 바위로 내려서서 한숨을 쉴 때 왼쪽의 밧줄이 있었다.
그것을 잡고 폭포의 물보라를 맞으며 한 발씩 내렸다.
산의 흙이 비로 무너져 돌은 허공에 있고 어떻게 건널까 암담하였다.
폭포가 흐르는 바위 위의 나무계단을 지나서 폭포 아래의 물이 흐르는 바위징검다리는 아찔하였다.
아마 이 부분에서 올라오던 하이커가 폭포 물길을 선택한 것 같다.
하산이 거의 끝난 후반부에서 뒤 따라오는 CD 가 보였다.
그는 안전한 길에서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미셀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남쪽 방면으로 하이킹을 선택했는데 이 등산로는 오르는 것이 더 힘들겠군요.”
“나도 이 길을 올라가라면 큰 바위가 많아서 더 힘들 것 같아요.”
나도 그와 같은 의견이다.
북쪽 방면의 내리막길 못지않게 남쪽 방면의 오름길도 위험한 코스이다.
장거리 하이커들은 위험하고 험준한 구간을 가끔은 자동차로 이동하여 반대로 남쪽으로 걷는 방법도 택하지만 이것도 2번이나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나는 정상적으로 내 배낭을 메고 한결같이 남에서 북진하는 노보하이커의 길을 택하였다.
거친 하산이 끝나자 폭포 소리에 멍해진 귀를 의식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CD와 나는 주먹을 부딪치며 안전한 하산을 자축하였다.
오늘은 총 15 km ( 9.3 mi ) 가량의 짧은 산행이지만 지금까지 AT를 걸어온 여정 중에서 가장 험준하고 최악의 날씨를 만났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나의 걸음 속도는 오름길에 마일당 ( 1.6 km ) 30분이 걸리고 내리막길에서는 마일당 20분 걸린다. 하지만 오늘은 오름길 내림길 모두 마일당 1시간 이상 걸렸다.
오늘 운행시간은 15 km ( 9.3 mi )의 길지 않은 거리이지만 총 9시간 걸려서 안전하게 산행이 끝났다.
내일 호스텔로 빠져나가는 도로인 킨스맨나치는 오늘 머물 캠핑장에서 0.3 km ( 0.2 m )의 거리로 코앞에 두고 텐트를 쳤다.
저녁에 늦게 호스텔에 들어가면 세탁, 샤워, 시장 보기, 식사, 등으로 휴식 없는 촉박한 시간으로 내일 아침 일찍 숙소에서 쉴 계획이다.
이 무슬라키산의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캠핑장은 넓고 솔잎이 깔려 노면이 푹신하여 야영지로 최적의 장소였다.
비가 그치면서 기온이 조금씩 올라 해발고도가 낮은 산자락의 캠핑장의 포근함이 위로되었다.
텐트를 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포송해진 몸은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밀려왔다.
저녁으로 따뜻한 라면을 끓여 먹고 텐트에 누워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니 막 도착한 하이커들이 텐트를 향하여 인사를 하였다.
나도 악천후에 하산하느라 고생했다고 그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하자 고맙다고 젊은 하이커가 대답했다.
나뭇가지에 걸친 옷을 확인할 겸 얼굴을 보고 다시 인사하려고 밖으로 나가니 3명의 청년하이커들이 텐트를 치기에 바쁘다.
오늘은 악조건의 날씨였지만 중간에 비가 그쳐서 도움이 되었다.
안전 산행에 감사하며 텐트에 누워 피곤을 달래니 또 2명의 하이커가 안전하게 도착하였다.
모두가 험준했던 여정을 달래며 숲의 밤은 달콤한 잠으로 포근하였다.
* 돌탑을 따라가는 등산로
* 1.6 km 연결된 비버크릭
* 무슬라키산 정상
* 지반이 약해 식물보호로 정해진 길로 걸어라는 이정표
* 등산로가 1.6 km의 긴 폭포와 이어진 비버계곡
* 아름다운 산간마을 -뉴햄프셔 주
7-18 수 맑음 찬바람 132일째 누적 2,899.2 km ( 1,801.5 mi )
노스 우드스탁 North Woodstock 23박째 숙박.
이동 0.3 km ( 0.2 mi )
숙소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 산자락에는 전화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였다.
미국의 여러 통신사 중에 가장 기지국이 많은 버라이존만 연결되었다.
나만 이 회사폰으로 오래된 내 전화기지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링컨 마을의 숙소가 만원으로 우드스탁 마을에서 묵기로 하였다.
무료 셔틀을 기다리는 동안 2대의 차량이 마을로 간다며 차를 태워주겠다는 친절을 받았다.
장거리 하이커들에게 주민들의 배려심으로 그들과 친밀감이 느껴졌다.
어제 내린 비 탓인지 아침의 등산로 입구는 한여름이지만 쌀쌀하고 추웠다.
해마다 새로운 AT 종주자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올리는 잡지 ‘The Hiker Year Book’ 자동차를 지난번 호스텔에서 만나고 또 만났다.
그는 종주 후에 사진을 꼭 보내라고 당부했다. 올해 2018년의 새로운 AT 종주자들이 카타딘산의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과 제 각각의 이야기들이 실어질 AT 잡지도 기대된다.
자동차에 오르니 겹겹이 산맥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뉴햄프셔 주의 수려한 산세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주인인 앤은 70세로 플로리다 주에 살다가 은퇴 후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숙박업을 운영한다고 한다.
총 7개의 방이 있는 숙소로 하이커들과 여름여행객이며 여름에는 바쁘게 일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다닌다고 하였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는 숙소 방마다 느낄 수 있었다.
각 방마다 침대 시트도 색깔 별로 꾸몄고 인테리어와 메모지까지 단풍 모양을 사용하였다.
은퇴 후에도 일하는 그녀의 근면성과 하이커들에게 가족같이 대하는 그녀의 마음씨는 아름다운 이 마을과 닮았다.
하이커들이 머무는 숙소는 세탁을 본인이 하거나 오너가 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후자였다.
보통은 세탁이 끝나면 완료된 세탁을 찾으러 가는데 그녀는 세탁주머니를 방문에 걸어 두었다.
세탁한 옷이 가지런히 개켜진 것은 그녀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무료 셔틀을 운행하고 한 방에 4명까지 투숙 가능하고 방마다 식기류가 잘 구비되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어 온정일 영양보충과 휴식으로 여독을 풀었다.
* 우드스탁 마을의 한 식당
* 숲이 편해지고 -뉴햄프셔 주
7-19 목 133일째 맑음 청명 누적 2,911.3 km ( 1,809.0 mi )
엘리자 개울 Eliza Brook 쉘터. 이동 12.1 km ( 7.5 mi )
어제에 이어 오늘도 청명한 날씨이고 한여름이지만 서늘한 가을의 운치가 느껴졌다.
나의 체감온도는 약간 쌀쌀했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미국인들은 완벽한 기온이라고 좋아하였다.
우드스탁 타운은 여름이지만 서늘한 날씨로 여름 휴양지와 가을 단풍의 명소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고 한다.
아침을 먹으려고 동네를 산보하니 관광지이지만 아기자기한 마을 조용하였다.
식당마다 꽃 화분을 단장한 모습이 마치 가정집 같은 안락함을 주었다.
아쉽게도 아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이 없어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으로 커피, 달걀찜, 빵을 구워 먹고 오전 10시에 앤이 태워주는 셔틀로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였다.
AT의 산마다 그 오름길이 만만하지 않아서 쌀쌀한 날씨에도 땀이 흘렀고 발걸음이 빠른 하이커들은 이미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끼 낀 좁은 등산로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고 뾰족한 바위가 있어 평탄하지 않았다.
남으로 향하는 젊은 하이커 커플이 길바닥에서 앉았고 남자하이커의 이마에 피가 흘렀다.
나는 그들을 보고 약과 밴드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도 있다며 지금 막 넘어졌다고 한다.
그는 돌 뿌리가 발에 걸리면서 배낭의 무게에 균형을 잃고 이마가 먼저 바위에 부딪혀서 큰일 날 뻔하였다.
소나무가 크고 빼곡하게 밀집하여 자란 숲길은 좁아서 마주 오는 등산객을 만나면 비켜서 있어야 하였다.
오늘밤 머물 쉘터의 위치는 고도가 낮은 곳인데도 오후부터 기온이 차가워졌다. 쉘터에는 젊은 하이커들이 쉬고 있었고 쉘터 앞부분의 잘 정비된 곳을 찾아 텐트를 치고 숨을 돌렸다.
캠핑장은 내일 걸어야 하는 길목에 있었다.
산은 해가 늦게 뜨고 등산을 시작할 때는 여명이 밝아 오는 시간으로 방향감각이 둔해진다.
또 길을 걷다가 뷰 포인터나 정상을 감상하기 위해서 등산로를 이탈하려면 길을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한다.
다시 등산로에 복귀하면 왔던 길로 돼 가는 하이커들이 가끔 있다.
숲길은 비슷하여 방향감각을 잃기 쉽다.
뉴햄프셔 주와 메인 주에는 파란 바다 같은 호수가 많고 정상에 올라서면 수려한 산들이 숲으로 덮여 있고 그 속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그 풍광을 더 아름답게 해 준다.
산들은 호수를 품고 호수는 숲을 더 풍요롭게 한다.
그래서 뉴햄프셔 주와 메인 주는 산간 지역이 많아서 여름과 가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호수가 있어서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생동감이 넘친다.
요즘은 호수와 계곡에서 깨끗한 물이 많아서 물 걱정 없이 걷는다.
마을에 나가면 분주해지고 유명관광지를 지나는 길에는 여행객들도 만나게 된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는 장거리 하이커들끼리 만나는 숲의 쉼터가 익숙하고 편하며 텐트가 더 안락해졌다.
* 유료 허트 -뉴햄프셔 주
7-20 금 맑음 134일째 누적 2,925.9 km ( 1,818.1mi )
캐스캐이드개울 Casacade Brook 캠핑장. 이동 14.6 km (9.1 mi )
어젯밤에는 추위로 웅크리고 잠을 잤더니 몸이 굳었고 새벽 공기는 차갑다.
산행을 시작하자 나무뿌리가 엉킨 가파른 길이 나오고 왼쪽으로는 작은 폭포들이 물거품을 만들었다.
한 폭의 달력 같은 그림 같다.여명의 파란빛이 계곡의 물을 비추어 더 춥게 느껴졌지만 물은 수정같이 맑았다.
추워서 물은 많이 마셔지지 않았지만 깨끗한 샘물을 만날 때는 물 욕심이 절로 생겨서 빈병을 채우고 길을 재촉하게 된다.
경사가 가파른 바위와 나무뿌리가 교차하여 걷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이제 이런 길쯤은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또 다른 어려운 길이 나왔다.
차가운 바위를 두 손을 이용해서 오르기를 여러 번 하였다.
숲은 소나무로 밀집하여 되돌아보면 길은 이내 숲으로 가려져 걸어온 길이 사라졌다.
앞으로 보이는 시야는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만 보이고 발자취도 없는 바윗길이다.
산 중턱에서 자주 보이는 연못 주변의 길을 방심하고 걸으면 늪지대에 빠지기 쉽다.
점점 물을 가득 품은 산들이 많고 이 물이 조금 고이면 늪지대가 되고 많이 모이면 연못이 되어 산정상에서도 거대한 호수가 있으니 신기하기만 하다.
캘리포이아 주의 남단의 산을 다니면 보이는 호수는 모두 인공호인데 이곳은 모두 자연호이다.
그래서 호수 속에는 다양한 물풀이나 물백합이 자라고 있다.
늪지대에 뒤이어 만난 오름길은 더 좁은 길로 소나무를 겨우 헤치고 오르기를 반복하여 정상에 도달하였다.
소나무가 겨울바람으로 누워서 자란 키 작은 모습이 대견스럽다.
킨스맨 산 정상에도 돌탑을 올려 이정표가 되고 등산로가 예쁘게 정비되어 있었다.
정상에서 풍광을 감상하며 간식을 먹으니 늦게 출발한 도저가 벌써 따라왔다.
킨스맨산은 수려하고 그 산맥이 방대하여 등산로에서 처음 킨스맨남쪽 정상의 풍광을 조망한 후에 킨스맨서쪽의 정상을 만났고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서 폭포와 계곡이 어우러졌다.
산허리에 위치한 킨스맨호수 쉘터를 만났다.
킨스맨 릿지로 지루하게 내리막길을 걸어서 론썸호수에 별장 같은 허트가 있었다.
일단 산속에 건물을 만나자 반가웠지만 그 반가움도 잠시 실망감이 찾아왔다.
뉴햄프셔 주의 깊은 산속에는 별장같이 지어진 허트가 많은데 하루 숙박비가 무려 180불( 20만 원 )인데 그렇다고 멋진 5성급 호텔은 더더욱 아니다.
샤워시설과 전기 시설도 없는 그저 작은 2층짜리 벙크 침대가 촘촘히 놓여 있는 방과 건물과 떨어진 화장실과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첩첩산중 오지에 호수를 끼고 궁궐 같은 허트가 시선을 압도하지만 비싼 숙박료에 장거리 하이커들은 발길을 돌려 쉘터로 향하였다.
6월 초반부터 남쪽으로 향하는 노보 하이커들이 등산하려 7월이 된 요즘 소보하이커들을 자주 만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11월이나 12월에 최남단 조지아 주의 스프링어산에 도착하는 소보하이커들이다.
이들은 이미 긴 여정으로 걸어온 지금의 노보하이커를 만나면 몹시 부러워한다.
내가 걸어왔던 길을 노보 하이커들은 걸어야 하고 나는 그들이 걸었던 북쪽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허트를 등지고 앉아서 호수를 감상하며 점심을 먹고 다시 내리막길을 재촉하였다.
등산로에서 일일 등산객들을 만나게 되고 오른쪽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폭넓은 계곡을 끼고 걸었다.
앞에 보이는 하이커가 나무를 자르며 등산로를 정비하고 있었다.
하이커들이 편히 걸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계곡의 하류에는 폭이 더 넓어 속도가 느려지고 작은 조약돌과 큰 바위들이 강바닥에 있어 멋진 모습이다.
큰 강을 건너서 다시 고속도로의 소음이 들리는 강바닥의 굴다리를 지나 평평한 대로가 나왔다.
이곳에서 반 마일 가면 햄버거 가게가 있다는데 그곳에 들렀다가 돌아오면 시간이 촉박할 듯하여 망설일 때 길 반대편 물가에 작은 야영지가 보인다.
고운 모래땅으로 평평하여 텐트를 쳤다.
* 킨스맨 산 남쪽 뷰포인
* 하이킹 스틱 없이도 잘 걷는 도저
* 론썸래이크 허트 Lonesome Lake Hut
* 론썸호수 Lonesome Lake
* 건초를 포장해 둔 모습
* 비베폭포와 나란히 이어진 험준한 마후썩 등산로
* 모하비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하비의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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