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alachian Trail ( Welcome Home, Mom )
* 폭염 -매사추세츠 주
7-1 일 맑음 115일째 누적 2,564.2 km ( 1,593.3 mi )
윌리엄스 타운 Williams town 20박째 숙박.
이동 23.7 km ( 14.7 mi)
교회 잔디밭에서 선잠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산을 접어들 산딸기가 빨갛게 익고 있었다.
그 산딸기에 빠져 순식간에 모기에게 물렸다.
4일째 고온 다습한 무더위에 모기까지 극성을 부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34℃ ( 94 F )의 더위에 하이커들도 지쳐하였다.
산길을 오르며 연못에는 올챙이가 있었다.
나는 올챙이는 어린 시절에 보고 처음 보았으니 환경 오염으로 올챙이도 추억이 되었다.
호수, 계곡, 개울, 시내 이 모든 물을 만나면 하이커들은 먼저 식수가능성을 살피게 되는데 연못의 물빛이 갈색이고 탁한 물로 정수할 수 없었다.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등줄기는 땀방울이 흘러내려 옷이 금방 땀으로 젖고 먼저 떠난 프로패썰은 곰을 보았다며 길에서 땀을 식히고 있다.
산길은 점점 가파르고 나무뿌리가 엉겨서 마치 계단 모양을 한 길이 어어졌다.
마침내 배스컴 랏지 Bascom Ridge에 도달하니 주말을 맞아 관광객들로 붐볐다.
하이커들은 우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정상의 식당을 찾았다.
나도 전망이 좋은 자리를 잡고 햄버거와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허기와 더위를 달랬다. 전쟁 참전사 기념탑을 중심으로 들꽃이 만발하여 있었다.
재를 넘어 윌리암스타운의 도로를 만나니 아기자기한 집들이 보이고 현관에 나오던 한 아주머니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차가운 물병을 들고 나왔다.
요즘은 날씨가 매일 덥다며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산에서 얼마나 덥겠냐고 물병을 건네며 격려해 주었다.
마당에 있을 때 하이커들이 보이면 항상 차가운 물병을 준다며 아주머니의 응원과 차가운 냉수 한 병으로 위로받았다.
숙소에서 무료 셔틀이 오기로 하여 길가에서 기다렸는데 더운 날씨로 길바닥은 개미천국이다.
더위로 어디에나 벌레가 있어 도로 길에도 앉을 수 없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땀과 습기로 냄새나는 등산용품을 햇빛에 말리고 빨래도 하고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었다.
큰 마켓은 멀어서 아이스크림 한 통으로 그동안의 체력을 충전시켰다.
내일 아침은 숙소에서 마련하는 9불짜리 아침을 신청하였다.
강렬한 오후 햇살에 배낭, 침낭, 슬리핑 패드, 등산화가 마르고 소독까지 되어서 마음까지 개운하였다.
숙소에 들어왔지만 가까운 식료품가게가 없어 충분한 영양섭취는 할 수 없어서 배는 여전히 고팠다.
내일 아침에는 무료셔틀로 마켓에 내려서 과일과 기본 식품을 구입한 후 등산로 입구까지 걷기로 계획했다.
* 야생 산딸기
* 배스컴 랏지 Bascom Ridge 자원봉사자들
* 전쟁기념탑 앞의 AT 이정표
* 배스컴 랏지 Bascom Ridge의 전쟁참전사 기념탑과 야생화
* 물을 찾아서 -매사추세츠 주 -벌몬트 주 경계선 통과
7-2 월. 맑음 116일째 누적 2,586.9 km ( 1,607.4
mi )
콩던 Congdon 쉘터. 이동 22.7 km ( 14.1 mi )
아침식사를 위해 카페테리아로 가니 아침 상이 예술품같이 차려져 있었다.
한정식이라면 9첩 반상이요 미국식이라면 5성급 호텔조식 같았다.
9가지 과일, 9가지 견과류, 9가지 빵, 9가지의 음료,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깔의 미국 아침밥상이다.
체리, 복숭아, 키위, 사과, 살구, 블루베리, 딸기, 멜론, 포도, 오렌지, 바나나 과일만 하나씩 먹어도 다 먹지 못했다.
피스타치오, 호두, 피칸, 땅콩, 아몬드, 캐슈, 해바라기 씨, 건포도, 말린 체리 뭘 먹을까 고민된다.
머핀, 베이글, 오트밀, 호밀 빵, 과일맛 빵, 샌드위치 빵, 쿠키 모두 다 먹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셔틀을 운전하시는 분은 사장님의 경영방침을 잘 아는지 차에 오르자마자 아침 밥상에 대하여 말했다.
“오늘 아침 보았지요?”
“늘 그렇게 푸짐하게 차리는 것이 우리 사장님의 즐거움이죠.
“주변 화단에 꽃이랑 화분걸이 봤지요?
“우리 사장님은 늘 이렇게 주변을 꽃으로 가꾸신 답니다.”
아침식사만으로도 이 마을을 디시 여행 오면 이곳에 묵고 싶어졌다.
자동차는 이윽고 마켓에 도착하였고 이 마켓에도 값싼 제철 과일들이 나를 유혹하였다.
딸기와 블루베리, 빵, 치즈스틱, 훈제터키고기를 구입하고 재출발하자 아침부터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에 무거운 배낭은 짐이다.
이 마을에서 마켓에만 들러 식품을 구입하고 떠나는 하이커들도 많았다.
등산로 입구를 향하는데 집 입구에는 수도꼭지에 샤워기를 달아서 AT하이커들은 마음대로 씻고 물도 채워 가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매사추세츠 주의 넉넉한 인심을 마음에 담고 가파른 돌길로 벌몬트 주에 첫발을 내디뎠다.
벌몬트 주부터는 AT와 LT 길이 함께한다. LT는 The Long Trail로 이곳 벌몬트 주에서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로 미동북부지방의 하이커들이 즐기는 하이킹코스이다. AT와 LT는 169 km ( 105 mi ) 구간을 함께 가는 길로 오늘부터 새로운 하이커들을 만나게 되었다.
LT 하이커는 주로 미동북부 사람들로 현지 정보를 들을 수 있고 한 젊은 여자 하이커는 LT를 하며 미서부에 있는 3대 롱트레일 중의 하나인 PCT를 3년 전에 종주했다고 한다.
오늘 처음 만난 쉘터 들 머리 이정표에 당도했지만 더워서 쉘터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딸기를 먹고 다시 출발했다.
더운 오늘따라 작은 연못과 큰 호수를 만났지만 모두 갈색물은 식수로는 부적절하였다.
큰 호수를 지나는 길에 살이 오동통하게 찐 왕눈이 개구리와 두 마리의 호랑나비를 만났다. 나비는 꼼짝하지 않아서 그들과 잠시 놀았다.
오후가 되자 점점 더워졌고 큰 계곡의 물소리가 났지만 역시 갈색 강물이 흐르고 그 물줄기 위를 따라 등산로는 이어져서 오늘 저녁은 아무래도 저 강물을 먹어야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늘 머물 쉘터가 빨리 나오길 바라며 걸었지만 쉘터는 보이지 않았다.
요즘은 더운 날씨로 버너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물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녁에는 몸을 닦고, 양치질하는 물과 마실 물이 필요하다.
쉘터에 도착하니 쉘터 안은 습한 냄새와 벌레 때문에 야영지를 찾으니 쉘터 전방에 있다고 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등산로 옆에 캠핑장이 있고 쉘터의 왼편으로 난 길이 내일 걸어야 할 길이였다.
텐트를 치고 지도를 꼼꼼히 보니 역시 아래 계곡이 물공급지이다.
물을 걱정하였더니 하이커들 말로 강을 거슬러 오르면 물이 덜 탁하다고 하여 물길 따라 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숙소에서 늦게 출발하였고 물 때문에 저녁식사 때는 캄캄한 밤이 되었다.
* 물을 사용하라는 집주인의 배려
* 매사추세츠 주와 벌몬트 주의 경계지점
* 가파르고 거친 돌길에서 휴식하는 롱트레일 ( LT ) 하이커들
* 보고 싶다 -벌몬트 주
7-3 화 맑음 117일째 누적 2,610.0 km ( 1,621.8 mi )
가달드 Goddard 쉘터. 이동 23.2 km ( 14.4 mi )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부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쉘터의 하이커들을 뒤로하고 먼저 길을 떠났다.
산길도 진흙이고 이런 길에는 통나무다리가 계속 이어져 있고 썩은 나무는 미끄러웠다.
통나무다리가 낡아서 고정된 대못이 밖으로 튀어 올라와 있고 그 대못이 나의 신발바닥의 각반 고리에 걸려서 중심을 잃었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안간힘 쓰다가 검고 냄새나는 진흙으로 넘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배낭의 무게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자 고요한 아침 숲의 정적을 깨트리게 되었다. 모기와 더위, 검은색 진흙탕에 넘어진 최악의 아침이었다.
나는 AT 초반에 심한 발목통증으로 3월에 만났던 하이커들이 나를 많이 기억해 주었다. 동양인의 중년여자하이커라는 홍일점으로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나를 기억하고 3월에 만났던 그들을 지금 만나면 먼저 ‘모하비’라고 부르며 반겼다.
그리고 내 발목 안부를 물었으니 AT중반에 만났던 CD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모하비는 발목이 그렇게 많이 아팠어요?”
“지금은 나보다 더 잘 걷는데 AT초반에 아팠다는 게 이해되네요.”
“AT 초반에 배낭이 무거워서 발목이 붓었지요.”
“그때는 내리막길에서 잘 걷지 못해서 많은 하이커들이 나를 앞서 걸었답니다.”
“세난도어 국립공원에서 발목이 좋아져 포기 않고 걸으니 하이커들을 다시 만나네요.”
물을 잘 정수해 주는 그의 배려심이 고마워 나는 부실하게 식사하는 그에게 자주 음식을 챙겨 주었고 호스텔에서도 요리하면 꼭 나누어 먹었다.
그는 PCT의 모하비사막에서 물 때문에 고생하여서 물 공급지와 물을 가장 먼저 챙기고 물 인심이 후한 하이커이다.
나는 그를 만나는 날은 물 걱정 없이 하이킹을 할 수 있었다.
AT초반에 내 발목이 아팠을 때 함께 걸어 주었던 하이커들과 쉘터에서 물을 받아 주었던 청년 하이커들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이커들은 대부분 걷는데 집중하고 정상의 드넓은 풍광에 관심을 가지지만 나는 소소한 식물과 돌에도 관심이 많아서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였다.
나는 작은 식물과 동물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AT초반부에는 사진을 많이 분실하였다.
오늘밤 머물 쉘터가 나오기까지 16 km ( 10 mi ) 거리에 457 m (1,500 ft )의 엘리베이션 게인으로 내리막길 없이 계속 오르는 코스를 만났다.
오후의 무더위에 나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천근의 모래주머니가 내 발목을 잡는 듯이 힘겨웠다.
늦은 오후에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CD가 내 뒤를 따라오면서 모하비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날은 처음 보았다고 했다.
나는 숨쉬기도 벅차서 대답도 못하였다.
하이커끼리 동행하며 걷기로 한 날은 악조건의 날씨나 위험한 길이나 그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함께 걸어서 위험을 줄이고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이때는 잘 걷는 사람이 뒤에서 걸으면 함께 걸을 수 있다.
오늘따라 내 몸의 에너지는 모두 소진되어 기운도 없고 들숨과 날숨에도 엄청난 힘이 필요하였다.
계속 오름길이 이어지는 늦은 오후의 산길은 내 체력에 한계점이 왔다.
쉘터는 보이지 않고 무더위로 동공은 흐려지고 마음은 나약해지자 왈칵 눈물이 났다. 단순히 힘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이 넘실거리며 육체적 고단은 마음으로 밀려와 눈물이 났다.
그리운 얼굴들이 전나무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스치며 지나갔다.
보고 싶다
잠깐이라도 보고 싶다
나를 심오하게 아는 그 누구라도
그립고 보고 싶다.
지금 만난다면 쓰러지고 싶다
소리 없는 눈물은 깊은 한숨이 되고
나를 아는 그 누구도 이 숲에 없다는 것
오늘따라 눈물 나게 서러웠다.
내 뒤에 바짝 따라오는 CD는 잘 걷지 못하고 지쳐가는 나에게 물을 마시라고 권했지만 그의 말은 공명으로 들리고 물을 마실 기운조차 없었다.
힘들어도 스스로 걸어야 한다. 소리 없이 우는 눈물을 삼키며 앞만 보고 걸었다.
나는 여러 하이커들과 함께 걸은 날도 많았지만 AT가 끝날 때까지 그와 가장 오랫동안 길동무로 걸었다.
항상 그를 앞서 간 나는 쉘터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또 말했다.
그래도 힘들다는 속내는 그에게 차마 못하고 마지막 있는 힘을 내어서 쉘터에 도착하니 많은 보이스카웃이 학생들이 쉘터와 캠핑장을 자리 잡고 있었다.
남아 있는 자리는 경사가 심하고 쓰러진 나무옆으로는 벌레가 있었다.
어젯밤 머문 쉘터의 물 공급지가 좋지 않았다면 오늘밤 머물 쉘터에는 땅속에서 쏟아 나오는 샘물로 차갑고 맛있었다.
샘물 아래에서 족욕을 하고 맛있는 샘물을 마시니 기운이 돌아왔다. 뒤이어 도착한 젊은 하이커도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곳에서 0.5 km ( 0.3 mi ) 더 북진하면 글래스텐버리산의 전망대 아래에 작은 캠핑장이 있어 그곳의 좋은 장소를 기대하며 젊은 하이커에서 경사진 자리를 양보하고 배낭을 다시 메고 더 오르기로 하였다.
샘물을 마시고 힘을 내어 조금 더 올르니 또 다른 경치와 전망대가 보이고 내일 북진할 등산로 옆에 작은 캠핑장은 전나무 잎이 떨어져 폭신폭신하였다.
전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진 숲은 하늘을 가릴 만큼 높이 자랐다.
작년에 자란 잎은 짙은 녹색이고 올해 새순으로 자란 솔리프 끝부분은 붓으로 연둣빛을 그려 놓은 그림 같은 나무들이 빼곡하였다.
이것을 전체 숲으로 보니 마치 나뭇잎 끝에 꽃이 피어있는 듯하였다.
텐트를 치고 CD는 전망대 위에 올라가 가족과 통화를 하였다.
전망대 위는 통화가 잘되는 곳이다. 통화가 끝나고 내려온 그는 올라가면 또 다른 멋진 풍광이라고 했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용기를 내어 전망대 위로 올랐다.
“와우! 우와!” 미국말 한국말은 완벽한 반대 구조임을 이 감탄사에서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빛깔과 대자연의 웅장함을 이 감탄사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음이 아쉽다.
수려하고 장엄한 산림 속으로 황금빛 석양빛이 물들기 시작하고 그 노을빛에 물든 방대한 대자연은 파노라마로 펼쳐지면서 마치 시간에 따라 스토리를 만드는 영화 같다.
숲 위의 지평선과 맞닿는 하늘의 뭉게 구금이 붉게 물들고 그 아래 겹겹이 둘러싸인 산맥들도 저마다 노을빛을 받고 그 산맥 아래의 호수도 옹기종기 붉은 온기를 받았다.
풍력기도 돌면서 물들이고 내 발아래 숲은 전나무들의 군집으로 내 시선을 압도한다.
전나무는 유화물감으로 끝부분을 살짝 칠하여 서로 다른 석양빛의 마술쇼가 시작되었다.
전우주의 대자연을 단번에 덧칠하는 노을빛은 원근법으로 마법을 걸고 있었다.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내 얼굴도 물들었고 전망대 아래에는 한 하이커가 뒤늦게 도착하여 까마득하게 보이는 전망대 아래에 텐트를 치고 있다.
나는 그에게 잠시 멈추고 빨리 전망대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찰나의 자연의 마술을 적어도 이 장소에 있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서 지금의 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한국의 친구, 엘에이의 산 친구, 길에서 나를 태워준 트레일-앤젤, 산에서 음식을 제공한 트레일-매직, 하이커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다.
아침에 진흙에 넘어진 것도 오후에 지쳐 가슴으로 울었던 눈물도 모두 이 전망대에서의 멋진 풍광으로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전나무의 밀림지대와 겹겹이 펼쳐진 산들과 석양빛을 가슴에 품고 폭신한 솔잎침대에 누웠다.
이것이야말로 지친 몸을 달래줄 황제의 침실이다.
노을빛은 나의 힘겨웠던 여정길을 망각하게 하였다.
전나무 숲의 취침은 한여름의 서늘한 밤공기가 나를 감싸 주었다.
* 작년에 자란 녹색과 올해 자란 연두색 잎새의 색깔 대비
* 올해 새로 난 잎새가 꽃보다 장관
* 전망대에서 바라본 노을
* 산불전망대의 노을
* 호수에서 멱을 감다 -벌몬트 주
7-4 수 맑음 118일째 누적 2,641.1 km ( 1,641.1 mi )
스트라던 연못 Stratton Pond 쉘터. 이동 34.3 km ( 21.3 mi )
어제저녁의 멋진 일몰에 이어 일출을 보려고 했지만 잠에서 깨어나니 아침 해가 먼저 떠 올랐다.
각자의 걸음 속도로 가야 하지만 모두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어제 함께 노을을 보았던 하이커도 텐트를 접고 나는 인사를 하고 먼저 길을 떠났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 일찍 출발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오늘 하이킹 코스는 어제 오른 것보다 더 가파른 길이다. 어제처럼 몸이 힘들어 마음까지 나약하지 않기 위해서 일찍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체력을 비축하는 비법이다.
새로운 산맥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뜻밖의 트레일-매직 통에는 초콜릿과 시원한 이온음료가 가득하다.
무엇을 마셔도 무엇을 먹어도 몸은 모든 것을 소화해 낸다.
더위를 견디며 가파르고 험준한 산의 정상에 오르니 이곳에도 멋진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 옆에 작은집에서 산지기 노부부가 나와서 자세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험준한 산을 오르면 숲은 온통 이끼들로 덮여 있고 전나무와 소나무의 침엽수들만 자란다.
이 정상에서 다시 3시간을 하산하여야 쉘터에 도착한다.
그곳은 캠핑장이 없는 쉘터이고 호수부근까지 더 전진하여 유료 캠핑장을 찾아야 된다.
이끼가 낀 가파른 내리막길의 푹신한 길을 걸어서 하산을 계속하니 산길은 다시 활엽수로 변하고 길바닥은 바위계단이 많아서 무릎이 아팠다.
설상가상으로 쉘터는 등산로상에 있지 않고 등산로에서 이탈하여 쉘터로 들어가 주변 환경을 하이커들에게 정보를 물었다.
호수 근처의 캠핑장이 너무 멀고 호수 안의 섬에 누군가가 텐트를 쳤다고 한다.
이 쉘터에는 물도 없고 캠핑장도 없다.
다시 쉘터에서 나와서 호수로 가니 몇몇 하이커들이 호수에서 멱을 감고 있다. 그들은 쉘터로 돌아갈 거라고 한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만만치 않은 거친 길을 헤치고 섬에 사람이 보이니 길을 뚫고 들어갔다.
막상 도착하니 섬 바닥은 쉘터의 노면보다 더 거칠고 4명의 하이커들도 텐트 칠 자리가 없어 해먹을 치고 쉬는 중이며 나머지 하이커들은 이동할 거라고 했다.
호수 입구로 되돌아 나와 산에서 호수로 흐르는 얕은 물을 정수했다.
한 하이커가 호수에서 수영하니 살 것 같다며 날씨가 더운 탓인지 물이 차갑지 않다며 수영을 하라고 한다.
땀으로 젖은 옷을 입고 호수로 들어가 겉옷도 벗어 빨았다.
호수 바닥은 미세한 흙으로 내가 들어갈 때마다 흙탕물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는 물고기가 몰려들고 차갑지 않은 물은 멱을 감기는 적당하였다.
큰 호수에 혼자 들어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수영장을 잠시 소유하였다.
호수와 산자락이 맞닿은 수면에 노을이 내리고 물속에서 보는 석양은 더 아름다웠다.
밖으로 나와 젖은 옷은 손수건으로 닦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쉘터로 다시 돌아가니 이미 어두워졌다. 텐트를 칠 수 없는 노면에 이미 많은 하이커들이 여기저기에서 텐트를 쳤다.
나도 작은 나무를 헤집고 바닥만 평평한 곳을 찾아 텐트를 쳤지만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벌레들이 많아서 헤드램프를 밝힐 수 없었고 임시 빨랫줄을 만들어 젖은 옷을 걸치고 불편한 잠자리를 만들었다.
밤은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으로 정상적인 텐트자리가 아니어서 음식물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저녁을 먹지 못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피곤한 코스였지만 호수에서 씻고 땀 없이 취침하자 몸이 날아갈 듯이 개운하였다. 비누 없이 물에만 들어가도 이토록 개운하다.
매일 씻지 못하고 세수도 못하지만 피부가 전혀 가렵지 않고 스킨도 로션도 바르지 않고 다니지만 더 매끈한 피부가 되었다.
신선한 숲의 공기일까 매일 흘린 땀일까 신기할 뿐이다.
캠핑장을 찾으러 우왕좌왕하였지만 그래도 오늘밤 안전하게 텐트 속에 누웠다.
열악하지만 자연은 늘 해결책을 주었고 나뭇잎이 텐트를 살짝 스치는 소리를 자장가로 잠을 청하였다.
오늘은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독립을 축하하는 폭죽소리는 세상으로부터 숲까지 아련히 들려서 내 귓전을 간지럽혔다.
미국땅이 들썩들썩하도록 불꽃놀이 축제로 밤이 더 화려한 오늘밤이지만 숲은 고요하다. 포근한 숲의 이불을 덮고 나는 잠이 들었다.
* 노을을 품은 호수에서 멱을 감고
* 트레일-엔젤 -벌몬트 주
7-5 목 맑음 소나기 119일째 누적 2,661.5 km ( 1,653.8 mi )
브롬리 Bromley 쉘터. 이동 20.4 km ( 12.7 mi )
어제 호수에서 멱을 감아서 젖은 옷은 숲의 이슬로 더 축축하였다.
이른 아침에 젖은 옷을 갈아입는 일은 아침의 추운 기온에 한기가 저절로 느껴졌다. 산맥이 끝나고 만나는 큰 도로의 주차장에서 구글맵으로 주변 지도를 검색해 보았다.
음식물을 구입하기 위하여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데 큰 고속도로여서 히치하이킹이 힘들었다.
주차장에서 섹션하이커로 보이는 60대 중반의 하이커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남자분은 뉴욕에서 왔고 여자분은 이곳 현지인이다.
허밍터덜은 남편이 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몇 년 전 섹션하이커로 만난 젝님과 산친구가 되어 해마다 섹션하이킹을 한다고 한다.
젝은 뉴욕에서 비행기로 오고 그녀는 그를 픽업하여 오늘 이 주차장에 장기간 주차고 일주일간의 산행을 한다고 한다.
나는 허밍터덜에게 마을로 가는 방향을 물었더니 길을 건너지 말고 히치하이킹하라고 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도로를 향해 가는데 그녀는 나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자기들이 30분 늦게 출발하고 마을까지 태워주겠다고 하였다.
그녀의 차에 올라타고 마을 주변의 설명을 들으며 마켓에 내렸다.
나는 따뜻한 그녀의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날씨가 더워서 마켓에 들어서니 시원한 에어컨바람으로 몸이 재충전되었다.
시장을 보고 다시 등산로 입구까지 복귀하여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식품을 구입하고 마켓 밖의 수도에 사과를 씻고 물도 받았다.
벤치에 앉아서 사과를 먹는 맛은 지금까지 먹은 사과 중에 최고로 맛있어서 단숨에 2개를 먹었다.
근처 맥도널드에 들어가 더위도 식힐 겸 배터리 충전도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2개나 먹었다.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 위해 도로로 나왔지만 쉽지 않았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는 소나기로 지열이 공기 중에 품어져 나왔다.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서 있으며 비가 그치길 기다리자 이내 비가 그치고 해가 나왔다.
도로를 걸으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3 블락을 걸어도 성공하지 못했다.
등산로 입구까지의 거리가 먼 구간이어서 반드시 차를 타야 되는데 자주 4거리 도로가 나와서 계속 걷게 되었고 도로가 산으로 접어드는 부분에서 너무 힘들었다.
히치하이킹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만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도로에서 무작정 차를 태워 달라는 내 마음도 불편하여서 택시를 알아보려고 핸드폰을 꺼냈을 때 한 트럭이 정차하였다.
그는 현지인 젊은 친구, 샘이다.
그는 늘 바쁜 일과로 하이커를 보면 AT는 자신의 버켓 리스트이며 로망이라고 한다.
지금은 일 때문에 하이킹을 할 수 없지만 그 꿈을 열망하며 공부하고 기록해 두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바로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샘에게 차를 태워주어 고맙다는 말을 내가 여러 번 하니까 오히려 좋은 이야기에 더 고맙다고 했다.
나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지만 공감 가는 산이야기는 내가 쑥떡같이 이야기해도 샘은 찰떡같이 이해했다.
오늘은 두 사람의 트레일-앤젤인 허밍터덜과 샘의 도움으로 음식을 든든하게 준비하고 다시 산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산으로 오르니 소나기가 내린 흔적으로 숲은 젖고 버몬트 주의 산에는 다양한 버섯들이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음식을 채운 배낭을 지고 쉘터에 들어서니 모두 젖은 옷을 처마에 걸고 있다.
젖은 않은 나를 보고 소나기를 안 만났냐고 묻었다.
나는 비 올 때에 마을에 있었다고 하니 재팟을 만났다고 말했다.
숲에서 비를 맞는 것은 모두에게 끔찍한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하이커들에게는 비를 피하는 것이 재팟과 맞먹는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소나기가 내리면 옷과 배낭이 비에 젖어 더 고달픈 여정길이 된다.
쉘터가 비탈진 곳에 위치하여 노면이 평평하지 않아서 쉘터 뒤에 평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도 빈 평상에서 텐트를 치니 오늘같이 산 전체가 젖은 날은 평상 위의 텐트는 최고의 잠자리이다.
* 나무의 흰색 블래이즈와 버섯들
* 좋은 날씨가 최고의 선물 -벌몬트 주
7-6 금 비 맑음 120일째 누적 2,690.2 km ( 1,671.6 mi )
리틀 락 연못 Little Rock Pond 쉘터. 이동 28.6 km ( 17.8 mi )
밤부터 시작된 비는 거친 바람과 밤새 내려서 잠을 설치게 하였다.
날은 밝았지만 텐트에 누워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평상 위에 친 텐트라 빗물이 잘 빠져서 텐트 안은 뽀송하다.
비가 그치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하자 날씨가 맑아지고 연 4일간 폭염의 날씨가 진정이 되었다.
산길은 급경사로 오른 후 정상부에는 신기하게 초원지였지만 안개가 자욱하였다.
브룩산의 정상은 보통 산과 다르게 넓은 초원지로 싱그럽다.
산 정상의 잔디는 어제 비가 안 왔다면 잔디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어제 비가 야속하였다.
정상에는 스키 리프트가 있고 작은 허트 안에는 쓰레기통이 있어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다.
정상에는 안개비가 내리자 작은 허트의 실내공간은 하이커들로 인산인해였다.
정상의 초원과 건물이 이색적이지만 안개비로 사진은 찍지 못하고 길을 떠났다.
키가 크고 깡마른 담배를 좋아하는 미셀과 그녀의 산 친구 빌은 뉴욕에서 온 트루하이커들이고 두 사람 모두 걸음이 빨라서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휴식시간을 길게 가져서 쉘터마다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계획을 이야기 나누었다.
다음 오른 곳은 스타일산인데 정말 스타일이 남다른 웅장한 산세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빗물로 범람한 평평한 산길을 지나 노보 방면 1,661.9 마일 지점부터는 칼바위능선을 가파르게 오르면서 약간의 위험이 있었다.
바위 타기가 아슬아슬하지만 산아래 절경은 아름다웠다.
날씨 변화로 운무를 품은 굽이굽이 산자락은 자연의 그림들을 시시각각으로 그려내는 미술박물관 같았다.
이색적인 칼바위 길을 지나고 마침내 편안한 길을 만나서 리틀락 쉘터로 가는 길은 계곡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나무다리도 만나서 서바이벌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오후에는 제법 큰 계곡을 위에서 조망하면서 걷는데 깊은 계곡 아래 큰 바위들 사이로 미셀이 휴식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만나는 쉘터는 계곡을 아래로 보면서 산을 등지고 쉘터 입구가 AT 길이다.
쉘터에 걸 터 앉으면 계곡에는 둥글둥글한 크고 작은 바위는 계곡의 웅장함을 더해 주어서 마치 한국의 설악산 계곡과 같았다.
비가 불편한 점도 있지만 비 온 덕분으로 선선한 날씨가 상쾌하다.
길이 젖어 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날씨가 좋다는 인사를 하고 하이커들의 컨디션도 최상이다.
숲에서의 날씨는 때로는 힘든 고통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최고의 선물이 되기도 한다.
하이커들은 24시간 자연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몸의 컨디션까지 바뀌게 된다.
오늘도 여전히 길고 긴 여정으로 마지막 쉘터에 도달하기까지 왼쪽으로 가느다란 물줄기의 계곡을 끼고 오랫동안 걸으니 한기가 느껴졌다.
오늘 머물 쉘터 주변은 텐트 치는 곳이 유료이고 버몬트 주에는 유료 구역이 많다.
그래서 계획을 잘 세워서 유료 쉘터를 지나가는 것이 좋은데 날씨와 몸 상태에 따라 유료 캠핑장에서 쉬기도 한다.
이름은 리틀락호수지만 결코 작지 않은 호수로 북으로 오를수록 호수 물빛이 점점 맑고 아름답다. 호수 근처에 텐트를 쳤으니 밤에는 추웠다.
* 집밥 같은 핫도그 -벌몬트 주
7-7 토 맑음 121일째 누적 2,712.1 km ( 1,685.2 mi )
클래런던 Clarendon 쉘터. 이동 21.9 km ( 13.6 mi )
지난밤의 추위로 다리를 오그리고 잔 탓인지 아침에 무릎이 아팠다.
왼쪽 발목이 좋지 않았는데 무릎은 언제나 오른쪽이 아팠다.
이른 새벽의 추위로 깨어나 방한재킷 위에 방수재킷을 입고 판초를 담요 위에 덮고 다시 잠을 청했다.
오늘 산행을 위해서라도 피곤을 풀려면 아침잠이 더 필요하였다.
햇살 가득 품은 숲의 기온이 상승하고 포근한 단잠으로 몸이 가벼웠다.
늘 새벽이면 깨고 6시 30분 전후에는 이미 산행이 시작되는 변함없는 일과가 오늘은 단잠으로 일어나니 8시였다.
햇살 받은 리틀락호수의 아침 물빛은 더 아름다워서 마치 쪽빛 바다 같았다.
연못에 하늘이 반영된 부분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푸른 숲의 산맥이 반영된 곳은 에메랄드 물빛으로 두 개의 색을 품은 호수이다.
호수는 시간에 따라 수시로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것도 자연의 신비로운 기술이다.
호수를 지나서 좁은 오름길이 불안정하고 이끼가 건강하게 자라 푹신함을 넘어서 이끼로 돌이 숨은 곳에는 균형을 잃었다.
좁은 산길로 오르면서 왼쪽 아래는 절벽이고 오른쪽으로는 경사가 심한 산비탈로 소나무 군락지이다.
절벽으로 미끄러져도 촘촘하게 자란 전나무에 걸릴 것 같다.
험준한 길을 숨 가쁘게 오르니 화이트락스 정상에 도달하였다.
이곳은 여느 산과 다른 모습이 나를 흥분하게 하였다.
지금까지 2,700 km( 1,678 mi ) 걸었으니 미동부의 볼 수 있는 자연은 다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오늘 만난 화이트락스 산 위에는 예쁘지도 않은 돌을 쌓아 올린 돌탑이 많았다.
못생기고 여기저기 뒹굴었을 돌멩이가 사람의 손길로 멋진 돌탑이 만들어졌다.
이 작품들은 자연의 무대에서 자연 갤러리가 되어서 화이트락스산을 빛내고 있었다.
폭포를 수없이 만나고 호수가 많아서 요즘 만나는 쉘터는 호수 이름이 쉘터 이름이었다.
쉘터 들머리 이정표 아래에서 휴식하자 벤그룹이 도착하였다.
나보다 더 빨리 북진했을 줄 알았는데 어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이틀 전의 숙소에서 제로데이를 했다고 한다.
조금 더 걸으면 벤의 여자친구의 친구가 다음 주차장에서 트레일-매직을 연다고 그곳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길은 다시 깊은 절벽아래의 내리막길로 이 산은 끝나고 다시 새로운 산맥을 만나기 전의 등산로 입구에 젊은 친구들이 있을 것 같다.
이 내리막길이 생각보다 깊고 가파르고 흔들 다리 중간에 서서 보는 계곡은 산과 산의 협곡 사이로 깊은 물줄기가 형성되어 협곡 바닥의 크고 작은 바위를 품고 흘러 멋있다.
트레일-매직을 열고 있는 모글리는 매사추세츠 주에 살지만 버몬트 주와 인접하여 차로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그는 이미 PCT, AT를 종주한 하이커이며 유난히 파란 눈을 가진 인정 많은 청년이다.
그는 최상급 소시지와 빨간 피망으로 수제 핫도그를 만들어 주어서 정성이 담긴 집밥 같은 핫도그였다.
맥주도 원 없이 마셨는데 벤은 이 맥주가 자신이 사는 미시간 주에서 만든 맥주회사라고 나에게 자랑하였다.
나는 젊은 친구들보다는 걸음이 느려 먼저 출발하려고 모글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비스킷을 주며 산에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했다. 젊은 친구이지만 그의 세심한 마음이 느껴졌다.
핫도그 2개에 맥주 한 캔으로 남은 2마일을 가뿐하게 걸어서 쉘터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자 트레일-매직을 접고 모글리도 친구들과 함께 쉘터에 도착하였다.
쉘터 가까이 있는 계곡에서 씻고 돌아오니 나보다 먼저 도착한 미셀과 빌도 휴식 중이다. 낮에 조용하던 쉘터는 저녁이 되자 젊은 친구들로 생기가 돌았다.
요즘은 한여름이지만 밤마다 추웠다.
내일 아침에는 국물 있는 라면을 먹어야 할 것 같다.
* 북진할수록 바다 같은 쪽빛 호수
* 돌탑이 있는 화이트산
* 트레일-매직을 연 모글리의 핫도그와 맥주파티
* 길을 잃어도 산 -벌몬트 주
7-8 일 맑고 청명 122일째 누적 2,735.8 km ( 1,700.0 mi )
처칠스캇Churchill Scott 쉘터. 이동 23.8 km ( 14.8 mi )
더위와 사투하며 걸어서 오늘 처음 만난 쉘터는 2층짜리 건물이다.
쉘터 앞의 길이 여러 갈래로 혼란스럽고 롱트레일인 LT와 아팔래치안 트레일인 AT의 두 길이 헷갈려 길을 잘못 들어서 베어산 정상에 도착했다.
길을 잘못 찾았지만 베어산 정상에 올라 스키 리프트가 보이고 그 아래의 언덕으로 햇살을 품은 야생화가 한창이다.
야생화 유혹으로 나비는 꿀 따기가 바쁘고 나는 잘못 들어선 길에서 아생화를 구경하고 되돌아 나왔다.
길을 잃어도 산이고 길을 찾아도 산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질문은 산에서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적어도 AT의 산길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혹여 길을 잃어도 되돌아 나오면 흰색 블래이즈가 보여 길을 찾게 된다.
다만 길을 잃기 쉬운 곳은 산맥이 끊어지고 새로운 산맥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흰색 블래이즈가 없어 헷갈리지만 산속에서는 오히려 길을 잃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등산로에 복귀하여 살펴보니 길은 쉘터 앞으로 내려가는 길이였다.
쉘터 이전에 이미 서로 다른 여러 갈래의 길이 산발적으로 있어서 헷갈렸던 것이다.
쉘터를 지나서 소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오후 햇살을 즐기며 길에서 샘물을 받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화장실 갈만한 곳을 찾았지만 숲이 아닌 이끼 숲의 언덕으로 마땅한 곳이 없었다.
전나무 사이의 언덕을 더 오르니 새들이 저마다 깊게 자고 있다가 새도 나도 서로 놀랐다.
새의 보호색으로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자연에서 생활하는 그 모든 것은 각자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숲길에 앉아 쉬는 것은 지나가는 하이커들에게 불편함을 줄 것 같아서 거의 쉬지 않았지만 오늘은 푹신한 이끼 위에 앉아서 원시림을 느꼈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초 식물군인 이끼는 단순히 몇 종류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끼의 종류가 무려 2만 3천여 종이 있다니 놀랍다.
이끼는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나무에 수분을 공급하며 이끼를 뚫고 나온 새싹들이 싹을 잘 틔우게도 한다.
또한 나무가 넘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식물이다.
마치 사막의 선인장처럼...
* 이끼로 정수되는 샘물
* 베어산 스키 리프트와 산아래 전망
* 키 큰 전나무 군락지
* 함께 가는 길 -벌몬트 주
7-9 월 맑음 123일째 누적 2,738.9 km ( 1,701.9 mi )
러틀랜드 Rutland 타운 21박째 숙박. 이동 3.2 km ( 2 mi )
오늘은 2.2 km ( 1.4 mi ) 정도만 걸으면 마을로 들어가니 아침 늦게 일어났다.
하산길의 양쪽으로 자란 잎 넓은 식물이 자라고 있다.
마을과 연결되는 소방도로의 큰 도로에 도달하니 생각보다 도로가 위험하고 마을까지는 14 km( 8.7 mi )의 거리로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언제나 히치하이킹이 불편하다.
도저히 히치하이킹을 할 수 없어 망설이는 중에 한 하이커가 어젯밤 자고 내려오는 중인데 버스를 타라고 하였다.
그의 충고를 듣는 중 작은 버스가 오고 버스 정류장이 아닌데 세워 주었다.
문제는 이 버스가 버스터미널로 바로 가고 내가 예약한 숙소는 다른 코스라고 한다. 하이커들은 조지아 주에서 지금까지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현지인 승객들은 모두 AT 이야기로 왁자지껄하다.
한 아주머니도 이 주변에는 산이 많아서 산행을 자주 한다며 그녀는 나에게 아웃도어용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내 등산화와 입은 옷과 배낭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았다.
버스는 도시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점점 내리고 종점인 터미널에서 고맙게도 버스 기사님은 자신의 코스가 아닌데 나를 위해 숙소까지 태워 주겠다고 해서 목적지까지 쉽게 도착하였다.
오늘은 버스기사님이 나의 트레일-앤젤이 되어 주었다.
이렇게 목적지까지 우여곡절로 거의 2시간이 걸렸다. 다시 산으로 복귀할 때는 터미널에 가는 버스를 먼저 타고 터미널에서 갈아타야 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며칠간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이틀을 예약한 숙소에 너무 일찍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자 주인은 방을 청소하는 동안 오늘 아침은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먼저 아침부터 먹고 오라고 하였다.
숙소에 쉬는 날은 방이나 침대 배정과 세탁, 큰 마켓으로 가는 셔틀 시간에 맞추다 보면 한나절 끼니도 제때 먹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숙소 주인의 배려로 든든하게 아부터 먹어서 일처리가 여유롭다.
무엇보다도 숙소 바로 옆 건물이 큰 마켓이 있어서 걸어서 시장을 볼 수 있어서 편리하였다.
AT를 지나는 도시와 마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장거리 하이커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또 도와주려는 주민들이 많다.
오늘은 버스기사님이 트레일-앤젤이 되어 주었고 숙소의 주인은 트레일-매직으로 아침을 제공해 주었다.
나는 이런 도움을 받을 때 그들의 배려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그들이 원한다면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종주 후 사진을 보낼 생각이다.
AT 도보여행은 나 스스로 시작하였지만 종주는 나 혼자 이룬 것이 아니었다.
많은 트레일-매직의 무료 음식과 자동차를 태워 주고 도로에서 길을 잃었을 때 친절히 알려준 트레일-앤젤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이룬 것이다.
* 우주는 나의 응원자 -벌몬트 주
7-10 화 맑음 소나기 124일째 누적 2,738.9 km ( 1,701.9 mi )
러틀랜드Rutland 타운 22박째 숙박. 이동 0 km ( 0 mi )
오늘만큼은 푹신한 침대에서 늦잠을 자리라 생각하였지만 새벽에 잠이 깨졌다.
어제는 숙소에서 해야 할 일을 단시간에 마쳤고 큰 마켓이 가까이 있어서 어제 점심부터 영양보충을 잘하여 오후부터 몸이 회복되었다.
언제나 배낭의 무게에 압박되는 중압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더 힘들었다.
만약 평소에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면 배탈이 났을 것인데 몸은 그동안 먹지 못한 것과 앞으로 못 먹을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슈퍼 소화력을 발휘하여 온종일 먹방을 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르고 좁은 길을 걸으면서 나는 자주 ‘차마고도’의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차를 팔기 위하여 지게를 지고 산아래 마을까지 내려가는 고단한 삶의 여정이다.
1년을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추위를 견디며 위험한 협곡을 걷는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햇살 좋은 오후에 걸어서 월마트를 가보기로 했다.
남자 하이커들은 땀을 많이 흘려서 세탁을 해도 땀냄새가 옷에 남아 있다.
그래서 기능성 셔츠를 새로 구입하여 입고 헌 옷을 버리는 하이커도 많다.
가격이 싼 것을 구입해서 한두 달 입은 후 버리고 또 새로 구입하여 입는다.
나는 이온음료 농축액, 견과류, 웨하스를 구입했다.
처음에 내가 구입한 이온 음료는 파우더로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잠을 이루지 못해 고생하였다.
그 이후로 이온농축액의 무카페인을 구입하였다.
작은 글씨가 잘 안 읽어져 카페인이 없는지 젊은 친구들에게 읽어 달라면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다.
함께 있는 동안은 서로 도와주고 음식도 나누고 다음 여정도 의논하는 우애 좋은 형제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 맥도널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 모하비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하비의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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