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lachian Trail (Welcome Home, Mom)
* 유람은 다시 시작되고 -펜실베니아 주
6-1 금 맑음 85일째 누적 1,865.7 km ( 1,159.3 mi )
피터스산 Peters Mountain 쉘터. 이동 17.7 km ( 11.0 mi )
마을에서 쉬었지만 음식다운 음식을 먹지 못하여 샌드위치를 주문하여 산에서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새로운 산맥과 산맥을 잊는 구간이 멀어서 던캐난 마을이 AT 길이다.
동네는 빈집이 많아 마을 전체가 어수선하였다.
마을에 이어 차량이 많은 고속도로를 걸었는데 소음이 많지만 인도가 따로 있어 안전하였다.
도로의 다리를 지나자 등산로 입구를 찾는데 어려웠다.
철길을 가로질러 우거진 숲으로 가파른 산길이 숨어 있었다.
산을 접어들자 어젯밤 비로 숲은 축축하고 여린 나뭇잎을 갉아먹은 애벌레의 분비물이 산 전체를 뒤덮어 힘들어도 배낭을 내릴 곳이 없어 무작정 오르는데 모기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요즘은 모기로 불편하고 우거진 숲의 습기가 몸을 더 무겁게 하였다.
산 위에 올라 돌아보니 산자락의 굴곡이 아름답고 산 아래에 굽이굽이 흐르는 걸어왔던 강이 보였다.
산 아래를 조망하며 샌드위치를 꺼내 먹으니 이것 또한 꿀맛이다.
옛 성인들의 도보여행은 어떠했을까?
신선들의 여행은 어떠했을까?
아마 지금의 나와 비슷했을 테니 나도 신선 같아서 우쭐해진다.
자연은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니 이것이 자연의 미학이라 생각된다.
일찍 쉘터에 도착하니 숲도 더워서 텐트 커버 절반만 덮고 낮잠을 즐겼다.
* 텐트도 숲 속의 별장 -펜실베니아 주
6-2 토 맑음 바람 86일째 누적 1,894.7 km ( 1,177.3 mi )
라우쉬 갭 Rausch Gap 쉘터. 이동 30.0 km ( 18.0 mi )
숲이 건조해지면서 어제보다 모기가 줄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천적이다.
이미 물린 자리의 가려움을 참고 걷는 것도 고역이었다.
잠시 풍광에 도취하여 서 있으면 모기는 바로 물어버렸다.
중간에 물 공급지 이정표의 파란색 블래이즈에서 물을 정수하며 잠시 휴식 후 다시 전진하니 개울 아래 주차장에서 하이커들이 손을 흔들며 트레일-매직을 알린다.
모처럼 맛있는 음식과 맥주로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한 하이커들은 생기가 돌았다.
나는 먼저 음식을 준비한 천사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더니 젊은 청년, 윌슨이다.
이곳에서 4월에 만났던 프린세스를 다시 만났다.
그때는 그녀의 여자친구와 함께 걸었는데 그 친구는 포기하고 직장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대신에 그녀의 옆에는 새 남자친구가 있었다.
프린세스는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발목 아픈 건 어때요? 이제 괜찮아요?”
“여기서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나도 반가워요.”
그 당시 나를 본 하이커들은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잡담을 나누던 중에 나는 윌슨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페퍼다인 대학교이다.
“윌슨, 윌슨 님이 입은 옷은 LA의 한 사립대학교인데요”
내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2년 전에그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나는 그가 4년간 내 집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는 것에 더 반가웠다.
주변의 나를 아는 하이커들이 입을 모아 윌슨에게 말했다.
“모하비가 엘에이에서 왔어요.”
이 말을 듣자 그는 더 환한 웃음으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페퍼다인 대학교는 캘리포니아 주의 말리부 해변에 위치한 사립 대학교로 캠퍼스 잔디밭에 앉으면 태평양 바다의 하얀 파도가 넘실거리는 전망 좋기로 유명한 대학교이다.
캠퍼스의 푸른 잔디 위의 언덕을 지키는 늙은 고목은 이 학교의 대표 명물이다.
윌슨이 제공하는 음식은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말에 하이커들은 감동하였다.
닭고기 타코의 매콤한 맛은 지친 하이커들에게 활기를 주었다.
매콤한 맛 사이로 마시는 맥주는 피곤을 가시게 했고 그가 잘라 주는 수박은 그동안의 갈증이 해소되었다.
또 수제품 아이스크림 속에는 껍질째 썬 레몬이 신맛과 단맛을 동시에 느껴 청량감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트레일-매직에서는 핫도그, 햄버거, 바나나, 도넛인데 모처럼 윌슨의 수제 요리들로 입이 호강하였다.
윌슨은 하이킹하면서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이야기해 보라고 하였다.
나는 CD를 처음 만나서 나의 트레일-네임 모하비와 CD의 모하비사막에서 겪은 힘든 이야기를 해 주었다.
PCT를 하이킹하던 CD는 모하비사막에서 물 공급지가 없어 사막에서 죽음의 고비를 느꼈는데 그때 이후 모하비라는 말에는 패닉이 생기는데 그가 나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내가 “모하비!”라는 말에 그는 왜, 왜, 하필 ‘모하비’로 이름 지었냐고 되물었다고 하니까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윌슨 덕분으로 에너지가 충분히 보충되고 다시 산을 오르니 오후 무더위는 많은 땀을 흘리게 하였다.
오늘은 18마일 ( 29 km ) 내에는 쉘터가 없어 서둘러 걷는데 큰 방울뱀이 있다고 모두 구경하느라 야단이다.
펜실베니아 주는 숲에서 하이커들을 자주 만나서 나 홀로 산행이 없어 좋았다.
쉘터는 AT 길에서 벗어나 오르막으로 0.5 km 들어가야 하고 쉘터 전의 계곡물을 미리 받아 가야 하는데 물이 풍부한 계곡 옆의 캠핑장이 있어 이곳에서 텐트를 쳤다.
계곡물로 몸을 닦고 각반과 땀에 젖은 옷을 씻어 나무에 걸고 늦은 오후에 텐트에 누웠다.
누워서 우거진 나뭇잎을 보고 초여름의 산들바람이 텐트로 들어오고 초록빛 나뭇잎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계곡의 물소리는 청아하고 하이커들의 저녁준비 소리와 음식 냄새가 음악이 흐르는 카페 같다. 내일 일정을 공부하며 무릎과 발목 마사지를 하고 눈을 뜨면 나뭇잎이 나를 보며 다시 속삭인다.
텐트는 이제 나의 별장이다.
* 물공급지를 알리는 파란색 블래이즈
* 윌슨의 트레일-매직
* 비 오는 밤은 숙소가 천국 -펜실베니아 주
6-3 일 비 흐림 밤비 87일째 누적 1,919.6 km ( 1,192.8 mi )
파인글로브 Pine Grove마을 15박째 숙박.
이동 24.9 km ( 15.5 mi )
이전 마을의 구멍가게에서 음식물을 조금 구입하여서 음식이 금방 동이 났다.
만나는 마을 간의 거리가 짧은 경우에는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음식을 조금 구입하여 배낭을 가볍게 하여야 효율적이다.
대부분의 하이커들도 큰 마켓을 만나면 많이 구입하고 작은 가게에서는 조금 구입한다. 하지만 마을로 들어가고 나오는 히치하이킹으로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도 한다.
아침으로 하니번 빵을 먹고 출발했는데 빈속에 단것이 들어가자 속이 싸하게 아파왔다. 물을 넉넉히 마시고 힘차게 출발하자 비가 오렸는지 아침인데도 숲은 깜깜하여 하이커들이 곤히 자고 있는 텐트들만 보인다.
등산로는 늪지대로 변해서 물웅덩이다.
흐린 날의 어둑한 숲에서 늪지대의 물을 피해 이리저리 걸어 보았지만 신발이 젖어서 등산화가 진흙으로 화장을 했다.
오늘 아침의 숲은 왠지 두렵고 으스스한 느낌이라 숲의 두려움을 잊으려고 달리듯이 내리막길을 질주하자 어슴푸레 한 하이커가 보이고 그는 CD였다.
이제 숲을 벗어나고 다시 개울을 건너는 통나무 다리가 높아서 위태롭다.
하이킹 스틱을 길게 하였지만 균형을 잃으면 개울물에 빠질 것 같았다.
어느새 어두운 숲의 두려움과 통나무 다리의 위태로운 긴장이 지나고 초원지대를 만나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배낭을 내리고 비옷과 배낭커버를 꺼내자 CD의 배낭은 방수여서 비옷만 달랑 꺼내 입고 앞서 걸었다.
오름길에는 그가 빠르고 내리막길에는 내가 그를 따라잡고 서로 걷는 속도가 비슷하지만 각자의 걸음으로 걸어서 산맥이 끝나는 등산로 입구에서 기다려 마을에 함께 가기로 했다. 이런 숲에서 마을로 가는 히치하이킹은 두 사람이 더 좋다.
혼자 시도를 하면 긴장되고 조심스럽고 3명이 넘으면 소형차에는 큰 배낭 3개가 자동차에 싣기 힘들다.
나는 3명이 타게 되면 내 배낭을 메고 차에 끼어 탈 때도 많았다.
히치하이킹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차도를 건너니 정원에서 볼 수 있을 마가렛꽃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어 잠시 꽃 사진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주차장으로 한 대의 자동차가 들어오고 한 젊은이가 마을까지 태워주겠다고 하였다.
트레일-앤젤을 자처한 젊은 청년은 이 마을 주민이고 어제 캠핑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뒷자리가 짐으로 어수선하였다.
그의 마을 정보를 들으며 숙소에 도착하였다.
이 마을은 그로서리 마켓은 없고 달러스토어만 있어 저녁을 사 먹기로 하였다.
식당으로 가자 미네소타 주에서 온 패이스카를 만났다.
그는 유료셔틀을 타고 마을로 들어왔다고 한다.
내일은 유료셔틀로 복귀하기로 했다.
패이스카와 CD는 이미 만나서 구면이다.
저녁을 먹고 간단한 공산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들어오니 비가 내린다.
비 오는 밤에 숙소에 자면 제맛을 맞은 기분이다.
젖은 숲에서 잠자지 않고 텐트가 젖지 않아서 비 오는 밤의 숙소에서 잠자리는 천국과 같다.
* 시계꽃 Tulip Poplar
* 산에서 자생하는 마가렛꽃
* 돌길로 이루어진 펜실베니아 주 등산로
* 평화로운 등산로 -펜실베니아 주
6-4 월 맑음 88일째 누적 1,944.6 km ( 1,208.3 mi )
애플비 Applebee 캠핑장. 이동 24.9 km ( 15.5 mi )
유료셔틀을 타고 등산로에 복귀하자 어젯밤의 비로 숲의 기온은 내려가서 가을 같은 쾌적한 날이다.
패이스카는 60의 나이에도 건장한 청년의 체격을 가졌고 식성도 거의 2인분을 먹었다.
나는 그의 걸음을 따라갈 수 없었고 그는 등산로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CD와 등산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었다.
CD가 말했다.
“하이커들은 왜 빨리 걷는 데만 집중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연을 감상하며 사진도 찍고 즐기며 걷는 게 좋은데 말입니다.”
“저렇게 빨리 걸어도 결국 쉘터에서 만나게 되지요”
그는 PCT를 종주한 경험자로 도사 같은 소리만 했다. 먼저 날아가듯이 앞서 갔지만 호스텔에 도착해 보면 그곳에서 그들을 또 만날 때가 많다.
그는 또 매일 20마일을 넘기지 않고 그만의 걷는 기준을 가지고 몸의 무리를 최소화하였다.
이제는 바람소리 새소리 숲의 색깔조차 익숙하고 편해졌다.
팬실베니아 주의 북쪽으로 가까워지니 그 위용을 품은 산들은 위험한 등산로가 많았으며 물이 부족하고 돌길에 진드기 벌레에도 주의해야 하였다.
오늘도 거친 돌길을 걷기도 하고 멋진 지의류 식물의 군락지가 등산로 등산로 양쪽으로 자라서 평화로운 길도 만났다.
돌의 성분과 지의류를 보면 펜실베니아 주는 오랜 고생대의 지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치 고생대로 시간여행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CD 도 유난히 지의류 숲길이 좋다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내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면 그는 사양하지 않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 바로 지의류 숲이라며 식물이야기를 했다.
그는 오하이오 주에 사는데 사유지가 집보다 더 큰 숲이 있어 밭을 만들고 뒤뜰이 산이어서 겨울에는 장작으로 불을 지핀다고 한다.
그는 캔터기 주의 별장에는 견과류 나무가 자생하여서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두 학기 동안 식물공부를 했다고 한다.
마을에 머물다가 출발한 날은 등산로 입구까지 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려 다음 쉘터까지도 시간이 빠듯하고 배낭의 무게로 쉘터 전방의 캠핑장에서 텐트를 쳤다.
오늘은 1,200마일의 고지를 넘긴 날이다.
이런 특별한 지점은 전날 공부를 하고 걷지만 핸드폰앱을 일일이 열지 않으면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지나기 쉬운데 부지런한 하이커들이 1,200 마일 지점에 축하 표시를 만들어 다른 하이커들을 기분 좋게 해 준다.
* 펜실베니아 주 대부분이 돌길로 이루어진 AT
* 가장 많은 지의류 군락지의 펜실베니아 주
* 바위 위의 방울뱀
* 프라버블리 Probably -펜실베니아 주
6-5 화 맑음 89일째 누적 1970.8 km ( 1,224.6 mi )
윈저 용광로 Windsor Furnace 쉘터. 이동 26.2 km ( 16.3 mi )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을날씨처럼 청명하여 등산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이다.
그동안의 습했던 공기는 사라지고 적당한 미풍으로 하이커들의 땀을 씻어 주었다.
하지만 펜실베니아 주의 북쪽 길이 움직이는 바윗길이 많고 또 노면이 모두 뾰족한 돌길로 그 뾰족한 돌이 촘촘히 있어서 밟으면 마치 지압 신발을 신고 걷는 것처럼 얇은 등산화는 발바닥이 아프다.
펜실베니아 주의 햄버거마을이 나오기 전까지 지그재그로 절벽을 걸어서 그 마을에서 푸짐한 점심을 먹기 위해 CD와 마을에서 합류하였다.
마을 전에 기차역이 보이고 옛날의 전성시대를 말해 주듯이 철로 공사에 필요한 물품과 철도레일이 쌓여 있는 꽤 규모가 큰 역사를 지났다.
기차역을 지나서 강의 다리를 건너 바로 햄버거마을로 들어서고 우체국이 AT 길을 지나서 그곳에는 물품을 받기 위해 하이커들이 보였다.
물품을 막 받고 나오는 하이커는 바로 탑건과 제트였는데 며칠 만에 다시 만났다.
그들은 오늘밤 마을의 숙소에서 머문다고 하였다.
나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다시 다음 쉘터까지 갈 예정으로 작별을 나누었다.
한동안 그로서리 마켓이 있는 마을을 만나지 못해 정상적인 음식을 못 먹은 지 10일이 넘었다.
CD는 배가 많이 고팠는지 오늘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싶다며 잔뜩 기대하였다.
식당에 들어서자 많은 하이커들이 바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나는 일반 테이블에 앉아 정코스의 음식을 먹자고 CD에게 말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그런데 CD는 바에 앉아 있었고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말없이 맥주 한 컵만 마시고는 갑자기 배가 고프지 않다며 음식을 거부하였고 핸드폰만 만지고 있었다.
나는 큰 햄버거 하나를 시켰지만 30분이나 기다려 나왔다.
반쪽을 잘라서 먹고 나머지는 산으로 가져갈 테니까 포장할 것과 계산서를 달라고 했는데 그녀는 눈치 없게 박스를 주었다.
기분이 나빠진 내가 박스에 넣어서 산을 오를 수 있는지 그녀에게 반문하자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봉투를 주었다.
미국인의 화를 삭이니 속내를 알 수 없지만 CD의 우울한 기분은 풀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가 평소에 물을 자주 정수해 주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그의 빈 물병까지 가지고 식당에 들어가서 물을 떠겠다고 말하자 CD는 어린아이처럼 속내를 주절주절 말하였다.
CD가 테이블에 앉겠다고 했더니 그 웨이트리스가 하이커들은 냄새가 나니까 테이블에 앉지 말고 바에 앉으라고 했고 CD는 이틀 전에 샤워도 했고 어제와 오늘은 선선한 날씨로 땀도 많이 흘리지 않았으며 배낭은 식당 밖에 있는데 무슨 냄새가 나느냐고 화난 속내를 말하였다.
이미 지난 일이라 나는 그의 상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물을 받기 위해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니 그 웨이트리스는 내가 든 빈 물통을 보더니 화장실에서 받으라고 하였다.
“당신이 일하는 화장실의 수도꼭지가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르세요?”
“저 수도꼭지로는 병에 물을 받을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은 큰 실수를 했어요.”
“내 친구가 이 식당의 음식은 배가 고파도 안 먹겠다고 했어요.”
그녀는 이제야 우리가 단단히 화난 것을 알고 음식을 적게 시킨 이유를 물었다.
“뭘 잘못했는지 말해 주세요. 제가 뭘 잘못했지요?”
그녀는 내가 물을 받는 동안 개수대 옆에 서서 아양을 떨었다.
“Oh, please tell me, honey.”
그녀는 나를 보고 애원하듯 말했다.
“I’m not your honey just a serious your customer.”
나는 그녀에게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당신은 말 한마디로 매상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이 식당의 가치도 추락했어요.”
“내 친구가 당신 식당에 리뷰를 달았니까 읽어 보셔요.”
나는 물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삐진 CD 아저씨를 별로 달랠 수 없어서 말없이 산으로 접어들자 숨이 꽉 막히는 한낮의 더운 열기가 마음만큼 지치게 하였다.
배를 쫄쫄 굶은 CD를 위하여 나는 힘들다며 바위 위에서 쉬자고 말했다. 그도 힘들었는지 내가 말하자마자 그는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싸 온 햄버거 반쪽을 꺼내서 그에게 주며 말했다.
“내가 물 받으러 들어가서 그녀를 말로 단단히 혼냈어요.”
“늙어가면 속마음도 좁아진다더니 이제 기분 풀고 이 햄버거 좀 드시지요.”
그는 배가 고파서 눈 깜짝할 사이에 햄버거를 먹고 내 말에 마음이 풀어졌다.
하이커들은 마을의 식당에서 가끔 겪는 일이다.
같은 금액을 지불하지만 홀대받는 것이 기분을 상하게 한다.
지난번 탑건과 제트와 함께 식당에서 홀대받았듯이 오늘도 식당에서 거지 아닌 거지 대접을 받았다.
AT를 관통하는 마을의 식당 대부분은 하이커들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한 식당이 많지만 가끔은 이런 식당을 만나면 불쾌하다. 다시 내리막길에서 산들바람은 언짢은 일들을 망각하기에 딱 좋게 하였다.
등산복이 깔끔한 섹션 하이 커 같은 한 사람이 오름길에서 거친 숨을 고르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CD는 그와 함께 걸으며 앞으로 돌길이 많을 거라는 이미 알고 있는 섹션하이커의 설명이 끝없이 이어졌다.
“프라버블리 Probably!”
CD는 가끔 그에게 맞장구치며 대답하며 끈기 있게 들어주었다.
나는 뻔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을 지나서 산 아래로 흐르는 계곡에 내려가 샘물을 받사오니 이윽고 두 남자가 도착하였다.
섹션하이커는 여전히 수타 중이고 내가 받아온 물을 CD가 정수를 하는 동안 그는 계속 이야기했다. 말 많은 미국 사람을 만나면 귀가 따가울 정도이다.
여자건 남자건 말 많은 미국인은 쉼표도 마침표도 없고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지 상대방이 지루해하는지 안중에도 없이 말을 쏟아낸다.
어느덧 물 정수가 끝나자 그 섹션하이커도 함께 걸었지만 오름길에서 그는 힘들어 따라오지 못하였다.
혼자 앞장서 걸어온 나는 쉘터의 이정표 앞에 큰 캠핑장이 보여 이곳에서 CD를 기다렸다.
내가 CD에게 이곳에 텐트를 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그는 쉘터가 시끄럽다고 들어갈 것도 없이 여기가 좋다고 말했다.
배낭을 내려 텐트를 치는데 섹션하이커가 도착했고 그는 나무에 해먹을 설치하고 빈 물병을 들고 물 공급지인 쉘터에 다녀오더니 생각보다 쉘터가 조용하고 깨끗하다며 쉘터에 가서 자고 싶다고 하였다.
그는 이미 짐의 반을 풀었으니 고민도 되는지 ‘쉘터에서 잘까, 숲에서 잘까’ CD에게 의견을 물었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텐트에 걸터앉아 신발 끈을 풀었다.
이미 텐트 치기를 완성한 CD는 텐트 속에서 비스듬히 팔을 괴고 누워 그에게 대답했다. “
“하고 싶은 데로 하세요.”
섹션하이커는 잠시 주저주저하면서 CD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잘 때 코를 골아요?”
CD는 대답을 아끼듯이 잠시 침묵하였다.
나는 그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벌써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어흠... 프라버블리 Probably...”
이 대답에 모두 한꺼번에 웃었다.
그의 솔직한 대답이자 또한 대답하기 민망할 때 그가 잘 사용하는 단어이다.
간단한 말 한마디인 프라버블리는 긴 뜻이 내포되어 있어 더 재미있다.
십중팔구는..., 아마도..., 아니 분명코 코를 골 것이라오!
이 짧은 CD의 답변으로 섹션하이커는 쉘터로 이동하기로 하고 짐을 옮겼다.
“텐트 앞으로 왔다 갔다 해서 미안합니다.”
섹션하이커가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귀여운 프라버블리 아저씨는 또 대답을 했다.
“얼마든지 지나다니세요 여긴 우리 모두의 땅이지요.”
야영지는 나무뿌리 위에 텐트를 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이 좁을 때는 서로 친한 하이커끼리는 텐트를 붙여서 치기도 한다.
또 처음 보는 하이커는 먼저 친 텐트의 출입구와 마주 보지 않도록 출입구를 다른 곳으로 내어 상대방을 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텐트 간의 간격을 아무리 멀리해도 한밤의 고요한 숲은 모든 소리가 옆자리처럼 들린다.
잠을 뒤척이며 움직일 때마다 에어슬리핑패드 소리, 코 고는 소리, 방귀소리까지 개인적인 공간은 무시되기 일쑤다.
쉘터 안에는 침낭을 나란히 깔면 더 가깝게 누워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침낭 속에 나란히 누워서 서로 같은 타이밍에 눈이 마주치게 되면 그저 웃지요.
한 식구가 자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따라 까마귀가 온종일 숲을 따라다니며 ‘꽉꽉’ 거리자 CD는 우리 장모님 같이 ‘꽉꽉’ 거린 다고 말했다.
혹시 장모님이 오셨는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캠핑장에서 또 까마귀 소리가 났다.
“장모님이 오늘밤에는 당신 텐트에 머물고 싶은가 보네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도 웃었다.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가 많지만 까마귀 소리는 언제 들어도 “꽉꽉” 신경질적이다.
그 이후 까마귀소리만 들리면 CD는 농담으로 장모님이 또 따라오신다고 하면서도 그는 그의 장모님 손맛의 음식이 그립다고 했다.
* 온종일 걷는 돌길
* 햄버거 마을 들머리
* 실수는 여행의 참맛 -펜실베니아 주
6-6 수 흐림 90일째 누적 2,000.5 km ( 1,243.1 mi )
포트 프랭클린 Fort Franklin 캠핑장. 이동 31.4 km ( 19.5 mi )
펜실베니아 주는 특이하게도 계곡을 만나기 어렵지만 땅속의 수맥은 많은 지역이다.
맑은 날씨이지만 땅에 돌출된 바위들이 습기로 젖어 미끄럽다.
점점 북진할수록 등산로 양쪽이 절벽능선으로 이어진 돌길은 발바닥은 물론 발목도 아프게 했다. 잠시 방심하면 움직이는 돌을 밟아서 넘어지게 되어 긴장하고 걸었다.
하이커들과 삼삼오오 모여 멋진 산 아래의 농경지 마을을 조망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며칠간 CD와 함께 걸으면서 더 이상 물집이 생기지 않았다.
그는 매일 32 km ( 20 mi ) 이상 걷지 않아서 내 발도 편해졌다.
오늘 머물 앨렌타운 하이킹클럽 쉘터는 쉘터 주변의 잔디도 잘 깎아져 있다.
AT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쉘터의 재래식 화장실을 적응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쉘터의 화장실은 큰 환풍기로 냄새가 없고 화장실에 휴지도 있었다.
내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CD는 야영하기 좋은 자리를 물색하러 가고 없었다.
쉘터와 피크닉 테이블에서 각각 하이커가 쉬고 있었고 쉘터 앞의 캠핑장에는 텐트가 이미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본 그는 앱을 확인하며 더 전진하면 작은 캠핑장이 있으니 그곳까지 이동하자고 했다.
좋은 텐트자리를 찾아서 3.2 km ( 2 mi ) 더 진행하니 피곤이 몰려왔다.
다행히 등산로가 넓고 적당히 넓은 길을 걸어서 캠핑장이 보였는데 지의류가 빼곡히 자라고 그 옆에는 돌담이 있어서 두 환경 모두 뱀이 있기 좋은 곳으로 보였다.
그의 앱으로는 약 0.8 km 더 가면 또 있다며 좀 더 가보기로 했는데 걷다가 다시 앱을 열어보니 지나 버렸다.
평소에 순한 성품인 CD 도 너무 힘든지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이런들 어찌하리오 저런들 어찌하리오 만수산 칡넝쿨이 엉켜도 캠핑장은 또 있다오.”
한국인 하이커라면 이 시조를 읊어 주겠건만 힘이 빠져 되돌아 걸어서 찾은 캠핑장은 나무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마주 오던 중년의 여자하이커가 벌써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 있다.
그녀도 앱을 보며 그 야영지를 찾은 듯하다.
그녀와 2분 사이로 야영지를 그녀에게 내어 주었고 그곳에 텐트 2동을 더 치기엔 자리가 좁았다.
그는 이제 화를 참고 있고 나는 다시 지의류와 돌담이 있는 야영지로 되돌아가자고 했다.
시조 말고 뭔가 그를 응원해 줘야겠다.
“뱀 나오는 돌담에 내가 텐트를 칠 테니 당신이 좋아하는 고사리밭 옆에 텐트를 치세요.”
“내가 그냥 텐트를 치자고 할걸 괜히 뱀타령을 해서 미안하오.”
“그러니 자기 자신에게 화는 내지 마셔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실수가 여행의 진미이고 지나면 추억이 되겠지요.”
다시 찾은 캠핑장은 넓은 장소이고 등산로 옆이라 하이커들의 왕래도 많아서 안전하다고 좋은 것만 주절주절 말했는데 그는 빈약한 내 영어를 다 알아나 들었는지 웃기만 하였다.
오늘의 실수는 추억으로 남고 오늘의 피곤함은 자고 나면 숲이 치유해 줄 것이다.
* 등산화가 마모되기 쉬운 거친 돌길
* 잘 정비된 앨렌타운 하이킹 클럽 쉘터
* AT의 7대 난코스 -펜실베니아 주
6-7 목 맑음 91일째 누적 2,033.6 km ( 1,263.6 mi )
리틀 갭 Little Gap 캠핑장. 이동 33.0 km ( 20.5 mi )
10 마일을 걸어 도착한 오늘의 첫 번째 쉘터는 수질이 좋지 않고 날씨는 더워서 물을 많이 필요하였다.
더위를 이기며 두 번째 쉘터를 지나자 산 언저리에서 샘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고 이 물은 정수할 필요 없이 마셔도 될 것 같아 그냥 마셔보니 역시 물맛이 좋다.
지의류의 숲 속을 걷는 구간에는 더위를 잠시 식히는 길이 되고 다음 쉘터까지의 거리가 멀고 캠핑장에 물 공급지가 없어 맛있는 샘터의 물을 힘들지만 병마다 가득 채웠다.
마을이 나오자 호스텔을 찾아가고픈 마음이 꿀떡 같았지만 계속 전진하였다.
강의 큰 다리를 지나고 큰 고속도로가 매우 위험하여 도로 위쪽으로 걸어서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 다시 도로 아래로 내려와 새로운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새로 만난 산맥은 갑자기 급경사지이고 한낮의 더위와 물을 가득 채운 배낭과 사투로 오르니 물을 버리고 싶은 충동이 절로 났다.
옷은 땀으로 젖었는데 초입의 급경자 오름길은 단지 맛보기였고 넘어야 할 재는 눈앞에 버티고 있는 돌산이다.
돌길을 가파르게 올라 산 중턱에 서니 방금 지나온 고속도로와 다리 그리고 흐르는 강이 한눈에 보였다.
이런 풍광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앞을 올려다보니 우뚝 쏟은 바위와 하늘만 보인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 일일 등산객 아주머니가 두렵게 내려다보며 주춤거리고 그저 웃고 있다.
올라갈 틈도 없는 매끈한 바위에 뭔가 잡을 곳도 없고 이때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내 기억이 가물가물 잘 생각이 안 나지만 3월 중순에 만났던 하이커이다.
그는 내가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것을 보고 소리 질렀다.
“모하비 아닌가요?”
“그 아픈 발목으로 이곳까지 왔으니 정말 대단해요.”
“Unbelievable! 믿을 수 없어요!”
청년하이커는 가까이 와서 나를 재확인하며 반가워했다.
“모하비, 어떻게 당신이 펜실베니아 주까지... 그렇게 부어 오른 발목으로 말이에요?”
“이곳에서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발목은 어때요?”
“나도 반가워요. 발목이 많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모하비, 당신은 정말 영웅입니다.”
그 청년 하이커와 바위 위에서 재회하고 그를 따라 나도 한 발씩 바위산을 올랐다.
발이 미끄러지면 굴러서 고속도로 위에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옷은 이제 땀으로 축축 하고 바위산의 정점에 가까스로 올랐다.
숨을 고르며 되돌아보니 날개가 있으면 하늘 위로 날아도 내가 걸었던 길을 찾을 것 같다.
바위정상에서 내리막길 산허리는 또 다른 위험한 길이다.
아래로는 낭떠러지이고 산허리는 비스듬한 돌길인데 돌이 지금까지 걸어온 거친 화산암과 다르게 대리석으로 매끄러웠다.
험준하였지만 나의 작은 보폭으로 그 험준한 돌산을 마침내 넘었다.
그리고 다시 산허리로 난 오솔길을 만나자 오른쪽 아래 마을이 보이고 석탄공장으로 보이는 대단지가 있고 그 너머의 낮은 산줄기는 모두 검은색 자갈산이다.
등산로에는 화산돌 같은 동글동글하고 가벼운 붉은 새알 같은 돌이 많았다.
대단한 화산폭발이 수천 년 전에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산 아래의 마을은 석탄을 캤던 번성기에 사람들의 일터로 그 옛날을 상상해 보았다.
이번 쉘터는 거리가 멀어서 캠핑장을 찾으며 걸어야 하였다.
산세가 바뀌면서 나무들은 사시나무가 보였고 그 숲은 깊게 들어가 다시 소나무 밭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에서는 많은 종류의 소나무가 자라지만 이곳의 소나무는 한국의 소나무와 닮아서 솔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소나무 잎이 바닥에 수북이 떨어져 있어서 오늘밤은 왠지 폭신폭신한 침대가 기대되었다.
소나무아래에 작은 자리를 정하고 배낭을 내렸다.
뒤따라 온 하이커들도 여기저기 평평한 노면에 텐트를 치느라 분주하다.
소나무 아래에 텐트를 치면 가장 좋은 곳이고 배수가 잘되는 곳에서 자라서 습한 기운도 없다.
오늘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 중에 가장 위험하고 AT 전구간에서 7대 험준한 등산로 중의 하나인 슈퍼번드 디투어 Superfund Detour 지역이다.
앞으로 또 어떤 위험한 구간이 나올까 상상하면서 솔잎 사이로 부는 바람의 청령함에 젖어 잠이 스르르 들었다.
* 7대 위험코스 중 하나인 슈퍼번드 디투어 중턱에서 뒤돌아 본 전망
* 험준한 돌길 펜실베니아 주의 AT 길
* 슈퍼번드 디투어 Superfund Detour
* 슈퍼번드 디투어 Superfund Detour 내리막길에서 되돌아봄
* 온 산천이 과수원 -펜실베니아 주
6-8 금 맑음 92일째 누적 2,087.6 km ( 1,279.2 mi )
윈드 갭 Wind Gap 마을 16일째 숙박. 이동 25.1 km ( 15.6 mi )
펜실베니아 주의 독특한 돌길이 이어지면서 더 위험하고 날카로운 능선을 만났다.
온종일 돌길을 걸어서 발바닥이 욱신거리며 아팠다.
맑은 날에도 우거지면 숲은 어두컴컴하여 모기떼는 하이커들을 시시때때로 노린다.
물을 공급받기 위해 처음 만난 쉘터에서 잠시 간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레로이 스미드 쉘터에 걸터앉아 밖을 보니 마치 고향의 텃밭 같다.
무성하게 자란 야생 우엉이 자라고 그 옆으로 포도덩굴에 조롱조롱 포도 알이 익어가고 있고 그 뒤로 복숭아나무에 복숭아가 토실토실 귀엽게 달려있다.
온 산천이 과수원이고 텃밭이다.
가을에 소보하이커들이 이 과일로 지친 날의 피곤을 해소할 것을 상상하면서 물 없이 척박함을 이기고 올망졸망 열린 아기 열매가 잘 영글길 바라며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
윈드갭까지의 내리막길은 여느 마을로 가는 내리막길처럼 길고 길었다.
마을에서 샤워도 하고 그로서리 마켓에서 야채, 과일,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지런히 내려갔다.
마침내 윈디갭의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하이커들은 어떻게 숙소까지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먼저 전화로 예약을 하려니 가장 가까운 숙소는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인기 좋은 숙소는 식당, 마켓, 세탁장, 등 부대시설이 인접하지만 반면에 외곽지에는 부대시설이 없지만 숙소 주변이 조용하여서 좋은 점도 있었다
더운 오후 햇살과 자동차 열기를 품는 도로를 걷는 것은 산행보다 더 힘들었다.
두 블록을 지나자 주유소와 우체국에서 하이커들이 보였다.
히치하이킹을 포기하고 한참 동안 도로를 걸었는데 자동차가 신호등으로 서행하자 트럭 속의 젊은이와 눈이 마주치자 차를 세웠다.
그는 이곳 주민으로 페인트일을 한다고 한다. 내가 갈 숙소를 잘 알고 있어서 쉽게 도착하였다.
* 야생화 만발한 아름다운 길도 만나고
* 온종일 물 없는 움직이는 돌길
* 돌길의 긴장을 잠시 풀어주는 지의류도 지나고
* 산속의 여유로움 -펜실베니아 주
6-9 토 맑음 93일째 누적 2,073.3 km ( 1,288.3 mi )
키크리지 Kirkridge 쉘터. 이동 14.6 km ( 9.1 mi )
오늘 일정은 음식 무게로 다음 쉘터까지만 운행하고 히치하이킹을 포기하고 택시를 불렀다.
요즘은 비 없는 날이 계속되어 날씨는 덥지만 불편 없이 자연을 즐기며 걸을 수 있었다.
이른 시간에 쉘터에 도착했는데 하이커들이 많았다.
그 이유는 이 쉘터와 다음 쉘터 간의 거리가 가장 먼 거리인 50 km ( 31 mi ) 전방에 있다.
쉘터를 좀 지나서 언덕 위에 무성하게 잡초가 자란 초원지의 작은 야영지가 보였다.
등산로 옆에 텐트를 치고 언덕에 앉아 산 아래를 조망하자 하이커들이 자주 지나갔다.
쉘터에는 모기가 많고 습한 공기였는데 이곳은 햇살 가득한 언덕으로 덥지만 건조하였다.
텐트 속에서 낮잠을 자려고 했지만 그늘 없는 초원 위의 텐트는 더웠다.
어제는 마켓의 계산대에 줄을 서 있는데 내 앞의 할머니가 느닷없이 전자동 캐리카를 후진하여 내 발등을 부딪혔고 그 부분이 많이 부었다.
하필이면 아픈 발목이어서 파스를 바르고 소염제를 다시 복용하였다.
하이커들은 왜 연락처를 안 받았느냐고 했지만 낯선 마을에서 그럴 마음도 없었고 아프면 약 먹고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여행지에서 그런 일로 시간을 소진하고 싶지 않았다.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른 오후의 망중한을 즐겼다.
텐트에서 언덕 아래로 펼쳐진 산 아래의 마을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작게 보이는 멋진 집들이 목장과 연못을 끼고 있는 별장 같은 집들이 많다.
다시 텐트에 들어와 간식을 먹고 이제는 텐트창으로 언덕 위를 바라보니 오른쪽은 내일 북진할 숲이고 왼쪽은 쉘터가 있다.
언덕에는 허리까지 자란 풀과 들꽃이 바람에 일렁인다.
등산로 바로 아래에 텐트를 친 하이커 커플은 손을 잡고 언덕 위까지 걸어간다.
텐트가 더워서 텐트 커버를 반만 벗기고 누워보니 하늘이 내 안방이요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창문은 숲이고 눈높이를 올리니 들꽃이 나의 정원이다.
오히려 오늘 같은 날은 텐트 속에서 약간의 사우나하는 느낌으로 피로가 풀렸다. 전망 좋은 언덕 위의 별장에 귀족 같은 하루를 보냈다.
* 펜실베이니아 주 북부지방의 농경지대
* 파머스 마켓 -펜실베이니아 주
6-10 일 비 94일째 누적 2,083.6 km ( 1,294.7 mi )
달라웨어 워터갭 Delaware Water Gap. 20일째 숙박.
이동 10.3 km ( 6.4 mi )
새벽 2시부터 비가 내리고 다행으로 텐트를 초원의 풀 위에 쳐서 흙이 텐트에 붙지 않아서 다행이다.
잠은 일찍 깼지만 비가 계속 내리니 그대로 누워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아침 6시에 잠시 비가 그쳐서 아침을 먹고 바로 텐트를 접으려는데 다시 비가 오고 7시까지 누워 있었다.
비를 맞고 산속을 빠져서 비포장의 넓은 소방도로를 걸었다.
소방도로에도 비로 큰 돌이 여기저기 뒹굴고 물웅덩이와 쓰러진 나무 둥치를 넘었다.
이윽고 마을을 만났지만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비가 오면 옷이 젖고 다시 해가 나면 얇은 여름 바지는 바로 마른다.
하지만 오늘은 비가 계속 내리면서 옷이 바를 시간이 없어 지도를 보려고 잠시 서면 저체온증의 한기가 밀려왔다.
델라웨어 워터 갭은 큰 마을은 아니지만 우체국이 있고 아웃도어용품점이 있으며 미국 건국 초기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적인 마을이다.
이곳을 지나는 다리는 펜실베이니아 주와 뉴저지 주가 만나는 경계점이다.
큰 마켓이 없어 불편했지만 하이커들은 거이 이 마을에서 묵고 떠난다.
나는 한 달 전부터 하이킹 스틱의 아랫부분이 닳아 자주 빠져서 고생했는데 이 마을에서 고칠 수 있었다. 하이킹 스틱 회사인 리키 LEKI는 아랫부분만 금액을 지불하고 중간 이음새 부분은 무료로 갈아 주었다.
스틱을 고쳐서 마음이 든든하였다.
비가 종일 오자 마을에 머무는 하이커들이 많고 등산용품 가게에서 프린세스를 만났다. 그녀는 파머스마켓 가게에서 애플파이가 맛있다며 꼭 먹어보라고 하였다.
그녀는 어젯밤 숙박을 했고 비 때문에 오늘은 제로데이로 쉬는 중이라고 했다.
이 마을의 한 교회에 도네이션 하면 무료로 잘 수 있는데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어제 숙박한 하이커들도 하루 더 머물러 침대가 없었다.
유명한 피자가게에서 피자로 포만감을 느끼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그치고 이 마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미국 건국시기 300년 전의 학교에서 사용하던 책상에 앉아 그 당시 비디오를 보고 그때 사용한 식기와 갖가지 생활용품을 감상하였다.
당시의 이곳은 수량이 풍부한 강이 유람지가 되어 호텔이 번성하였고 지금은 하이커들을 위해 호스텔로 바뀌었다.
박물관을 나와서 마을을 걸으니 집들이 100년 전에 건축된 건물이 많고 앤틱 가게도 구경하였다.
프린세스가 알려준 파머스마켓을 찾았는데 미서부의 파머스마켓은 유기농산품으로 비싼 편인데 이곳 농산물 가격은 저렴하였다.
감자, 수박, 옥수수, 복숭아, 토마토를 구입하여 모처럼 과일 파티를 즐겼다.
* 하이킹 스틱을 수리해 주는 아웃도어 용품점
* 달러웨어 워터 갭 마을의 파머스 마켓
* 비로 무료로 잘 수 있는 교회는 이미 만원
* 비좁은 야영지에는 서로 자리를 내어 주고
* 배낭이 무거우면 오름길을 만나고
* 배낭이 가벼워지면 허기가 지고
* 모하비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하비의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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