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lachian Trail (Welcome Home, Mom)
* 산장의 비앤비 B&B -버지니아 주
5-1 화 맑음 54일째 누적 1,005.5 km ( 624.8 mi )
우즈홀 Woods Hole 호스텔 9박째. 이동 21.6 km ( 13.4 mi )
홀로 잔 지난밤에는 다행히 동물 소리가 없었고 새벽을 알리는 새소리가 더 반가웠다. 여우가 우는 소리를 쉘터에서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나 홀로 듣는다는 것은 상상만 하여도 끔찍하였다.
아침햇살과 걸으니 주변은 이끼와 소나무 숲으로 바뀌고 신선한 숲의 공기로 가득하다.
어제 도착할 예정이었던 쉘터에 도착하니 아침 8시인데 하이커들은 떠나고 아무도 없었다.
쉘터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재촉하니 돌길의 그늘 없는 오름길은 땀이 절로 났다.
한 젊은 하이커가 햇살에 지쳤는지 그늘 없는등산로에 철버덕 앉아 있었다.
“길을 차지해서 미안해요.”
그가 말하며 일어나려고 하였다.
“나는 괜찮으니 그대로 앉아 쉬어요.”
“고맙습니다.”
나도 힘들어 더 이상 그와의 대화 없이 지났다.
그늘 없는 곧은길은 완만한 오름길로 계속 이어지고 한 중년의 하이커가 또 길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는 길에 한 젊은 친구 봤어요.”
“젊은이는 쉬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야 할 겁니다.”
“오늘같이 더운 날씨에 그늘 없는 오름길은 힘들지요.”
작은 소방도로를 가로질러 산맥이 바뀌면서 멋있는 길은 돌이 많고 아기 사슴이 등산로에서 나를 보고도 작은 나뭇잎을 먹고 있다.
그때 언덕에서 엄마 사슴이 보이자 아기 사슴이 달려갔다.
지도 책 정보에 의하면 오늘 지나는 산속에 호스텔의 이정표가 있다고 한다.
시장을 볼 수 없는 산속의 숙소이지만 샤워를 하기 위해 호스텔에서 쉬기로 했다.
벌써 8일째 샤워다운 샤워를 하지 못해서 몸이 무겁고 침낭과 슬리핑패드가 축축한 상태로 다녀서 냄새가 진동한다.
등산로를 벗어나 내리막길로 걸어서 에어비엔비에 힘겹게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세탁을 맡기고 내가 잘 방에 들어오니 4개의 침대가 있었는데 벨라스틱과 함께 자게 되었다.
다른 하이커들은 모두 2층으로 올라가고 옆에 누운 40대 초반의 벨라스틱은 섹션 하이커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왔다고 한다.
그녀는 1년에 한 번씩 남편과 등산로 입구의 마을을 여행한 후 헤어지고 그녀는 2주간 홀로 도보여행을 한다고 한다.
끝난 지점으로 다시 남편이 데리러 오면 또 다른 마을 여행을 하고 함께 귀가한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4년째 AT를 부분적으로 하는 섹션하이커이다.
그녀는 내일 큰 마을에서 식품구입과 뷔페식당에서 영양보충 후 호스텔에서 하루 더 머물고 북진하여 이번 주말에 남편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모처럼 샤워와 정상적인 식사로 몸이 노곤해지자 벨라스틱은 바로 코를 골며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다.
나는 새로운 환경과 그녀의 코골이로 잠을 설치며 밤새 뒤척였다.
* 산속의 B&B
* B&B 홈매이드 유료 뷔페 저녁
* 시골 밥상 같은 홈메이드 뷔페 저녁
* 하이커의 체중감소 -버지니아 주
5-2 수 맑음 55일째 누적1,035.1 km ( 643.2 mi )
라이스필드 Rice Field 쉘터. 이동 33.5 km ( 20.8 mi )
아침으로 간단한 바 하나를 먹고 아침 7시에 벨라스틱과 비앤비를 떠났다.
이곳에서 3 km를 걸으면 첫 쉘터가 나오니 그곳에서 아침을 해 먹기로 하였다.
딕스납 쉘터는 리모델링하여서 아직도 통나무냄새가 나고 그 옆으로 개울이 흐르는 정겨운 숲이었다.
행동식을 먹으면 시간이 절약되지만 버너에 끓여 만든 음식은 국물이 있어 든든한 식사가 된다.
버너의 국물은 몹시 뜨겁고 마음은 조급하여 급하게 먹다 보면 입안이 자주 헐게 된다.
뜨거운 국물로 입안이 아픈 건만은 아닌 것 같다.
힘든 여정이 장기간 지속되어 입안은 물집도 자주 생기고 몸은 여기저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또한 입술이 부르트면 잘 낫지 않고 흉터가 오래 지속되었다.
벨라스틱은 오름길에서 나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였다.
그녀는 섹션하이커들은 AT를 하여도 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다이어트는 영원한 자신과의 숙제라고 말하였다.
나는AT를 시작한1개월후 5 kg ( 11 lb )빠지고 3개월 후에 다시 5 kg 더 빠져서 AT를 완주하는 동안 총 10 kg ( 22 lb ) 이 빠졌다.
AT 를 종주하는 동안 평균적으로 여자는 15 kg ( 33 lb ) 남자는 25 kg ( 55 lb ) 정도 빠진다.
내가 한 달 만에 5 kg 빠졌을 때 벤은 더 많이 먹으라고 충고하였고 윌리엄은 바나나 2개 이상을 먹으면 살 찌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산에서 항상 배고픈 하이커들은 항상 식욕이 왕성하다.
특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식탐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다음 마을에서 뭘 사 먹겠다는 둥,
컵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둥,
아이스크림도 먹어야겠다는 둥,
쉘터에 누워서도 온통 먹는 이야기이다.
완만한 오름길의 절벽을 오르니 천사가 쉬어간 바위라는 명성답게 거대한 바위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제 완연한 봄 날씨를 느끼게 되고 땀과 하루살이 벌레가 성가시게 하였다.
바위를 감상하고 이제부터 긴 내리막길을 걸으니 소보하이커가 힘겹게 올라왔다.
그는 버지니아 비치에 산다는 섹션하이커로 배낭을 멘 채로 등산로에서 오랫동안 이야기 했지만 벨라스틱은 오지 않았다.
큰 바위를 지나고 완만한 내리막길에서 펼쳐지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여유롭게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바위에 앉아서 30분을 쉬었는데 벨라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벌레가 얼굴에 달라붙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다시 하산을 하니 일일 하이커들이 내리막길을 걷는 나를 부러워하며 삼삼오오 줄지어 힘겹게 올라오고 있었다.
마을로 통하는 좁은 자동차 도로가 나오고 차량 이동이 많았는데 그곳에서 벨라스틱을 다시 30분을 기다리다가 벌레 때문에 견딜 수 없었다.
숙소로 가려면 마을까지 걸어가야 하고 나는 계속 이동하기로 하였다.
마주 오는 일일등산객에게 산을 오르다가 만나는 여자하이커인 벨라스틱에게 모하비는 계속 전진한다고 전하고 다시 새로운 숲으로 접어들었다.
다음 능선으로 접어드는 곳에서 지도에 물 공급지가 없고 기온은 점점 상승했다.
새로운 산맥으로 접어들자 빼곡하게 피어난 야생화의 아름다운 숲길이 나를 환희의 세계로 유혹하였다.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물 걱정은 잊고 숲을 빠져나오니 큰 다리와 고속도로가 연결된 곳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잘못된 고속도로로 1.6 km ( 1 mi ) 넘게 뙤약볕을 걸어서 물도 없고 도로에는 차량 속도가 빨라서 위험하였다.
도로 위로 내리쬐는 햇살은 따가웠다.
다시 되돌아가기엔 물이 없어서 고속도로에서의 히치하이킹은 자동차가 정차하는 것조차 위험하였다.
주택지가 아닌 주변에는 컨테이너 물류회사가 보였다.
마침 물류회사 정문에서 자동차가 한 대가 나와서 도움을 요청하니 그는 회사 자동차이어서 나를 태워줄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문 앞에 아가씨가 있는데 그곳에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며 AT 길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물류회사 정문의 작은 게이트에서 아가씨를 만났다.
그녀의 허락을 받고 시원한 물을 단숨에 마시고 물을 3병 담았다. 나는 염치없어 미안하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이 물의 전부가 당신의 물입니다.”
그녀의 말에 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영어의 어법은 참으로 재미있다.
똑같은 말이지만 ‘걱정 말고 실컷 마시세요.’
라는 말보다 나를 더 편하게 표현하는 영어 대화법에서 나도 이왕이면 상대방을 감격시킬 어법으로 말해야겠다 고 생각을 하였다.
시원한 물로 갈증이 해소되자 느긋하게 잘못 걸은 길을 되돌아 나와 큰 다리에 당도하니 젊은 하이커 역시 내가 잘못 택한 길로 걷고 있다.
그에게 물 없이 길을 잃었다는 내 말을 듣자 그는 물 없으면 주겠다며 그도 많지 않은 물병을 주려고 하였다.
내가 이야기를 끝까지 해주자 다행이라며 그는 날씨가 더워서 물이 많이 필요한 날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 다리 아래로 난 길로 내려가 고속도로의 굴다리를 건너 새로운 산맥으로 접어들자 흰색 블래이즈가 다시 보였다.
더운 날씨에는 물을 더 많이 마시게 되는데 새로 만난 산맥에도 역시 계곡물이 없었다.
불행 뒤에는 행운이 기다리듯이 길을 잃어서 2마일 정도 이탈하였지만 물류회사 여직원에게 물을 얻어서 물 걱정은 해결되었다.
또다시 새로운 산맥으로 들어서는 소방도로에서 군용 지프차가 보였다.
그 차에서 아프리카 출신의 군인이 나를 보자 차창을 내리고 군인훈련으로 일반인 입산금지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안에는 특수한 통신기기가 장착된 복잡한 전문군용 차량이다.
그는 AT 트루하이커외의 일일등산객을 통제하고 있었고 나의 차림새를 보고 묻지도 않고 입산을 허락하였다.
나는 그에게 물공급지역을 물었더니 바로 아래 계곡물이 흐르고 자기도 그곳에서 정수해 마신다고 하였다.
계곡물을 정수하고 다시 쉘터로 향하는 길은 무더웠다.
쉘터 도착 1마일 전방에 넓은 바위 위에 두 명의 하이커가 앉아서 숲 속 파티 중이다.
그들은 어제 만났던 윌리엄과 그의 외삼촌 빌이다.
초원지 언덕에 위치한 쉘터 주변에 물이 없으니 이곳에서 물을 정수하라고 하였다.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물이 맑고 깨끗하였다.
초원지의 철조망 사유지에서 사다리를 넘어서 쉘터가 위치하고 젊은 그룹하이커들이 쉬고 있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2마일이나 잘못된 길을 걸어 발바닥에는 물집이 더 생겨 버렸다고 오늘의 힘든 여정을 하소연을 하였다.
한 청년이 나의 배낭과 무거운 가죽등산화를 보고 격려해 주었다.
“우리 엄마 같았으면 장거리 하이킹은 어림도 없어요.”
“우리는 해가 아직 있어 더 걸어서 다음 야영지에서 텐트 칠 겁니다.”
그들이 떠나고 나는 혼자 쉘터에 남아 저녁과 잠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윌리엄과 그의 외삼촌이 도착하여 쉘터 뒷 쪽의 숲에 해먹을 쳤다.
윌리엄은 다시 쉘터를 빠져나가 초원지의 높은 언덕의 등산로 바위에 앉아 일몰을 감상하였다.
푸른 초원과 황금빛 석양이 묘한 보색을 이루고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을 나는 쉘터에 앉아 감상하였다.
그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도록 명상을 즐기고 돌아와 혼자 있는 나와 다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윌리엄의 엄마의 남동생인 외삼촌이 각별히 자기를 예뻐해 주고 외삼촌과 3년째 섹션하이커로 함께 AT길을 걷는다고 했다.
“제 남동생도 있지만 외삼촌과 저는 늘 함께 하이킹을 다녔어요.”
“취미가 같은 조카가 있어 자랑스럽겠어요.”
“모하비님은 산을 좋아하시지만 저희 엄마는 등산을 안 하셔요.”
“내 딸들은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엄마의 여행길을 걱정하지요.”
“서로 좋아하는 취미를 부부나 가족이 공유하는 것은 행운이죠.”
“윌리엄과 외삼촌처럼요.”
그들은 해먹도 똑같이 구입하여 나무 아래에 나란히 매달았다.
해먹이 튼튼해 보이고 좋다며 나도 해먹을 구입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해먹 회사이름까지 메모해 주었다.
지난주 외삼촌 큰 딸이 결혼식을 했는데 그 결혼식이 끝나고 둘은 바로 배낭을 싸서 산으로 왔다고 했다.
나이가 30살인 윌리엄은 장거리 산행으로 살이 빠진 나를 보고 바나나가 좋다는 둥,
동생과 자신과의 성품이 너무 다르다는 둥,
엄마가 글만 쓰는 학교 선생님인데 인생을 재미없게 산다는 둥,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밤이 되었다.
윌리엄은 금발의 곱슬머리가 그의 통통한 살집과 잘 울리는 예의 바르고 친절한 청년으로 펜실베이니아 주의 필라델피아서 태어나 건축설계 일을 하는 젊은이다.
오늘밤은 2명의 보디가드가 있고 쉘터를 나 혼자 독채로 차지하였다.
코 고는 사람도 없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도 없어 별장 같은 쉘터에서 나는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 라이스필드 쉘터에서 바라본 노을
수평선의 등산로에서 쉘터로 들어오는 길
쉘터 옆으로 보이는 석양
* 군인 트레일 매직 -버지니아 주
5-3 목 맑음 56일째 누적 1,061.7 km ( 659.7 mi )
배일리갭 Bailey Gap 쉘터. 이동 26.6 km ( 16.5 mi )
동이 트기 전에 쉘터를 떠나려는데 어젯밤 숲 속의 두 보디가드인 윌리엄과 빌이 쉘터로 와서 아침을 준비하였다.
나는 떠나면서 어제 조카에게 들었는데 따님의 결혼을 축하한다고 빌에게 인사를 하였다.
완연한 봄의 아침 숲길은 이슬을 맞은 싱그러운 풀 내음과 쾌적한 공기다.
큰 천막과 모닥불에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겨 들어가 보니 느낌이 이상하다.
그곳은 군 초소로 갑작스러운 나의 방문으로 군인들이 긴장하며 나를 맞았다.
내 모습이 어딜 보아도 AT하이커이니 그들은 나에게 길을 알려 주었다.
아직 다음 마을을 만나려면 며칠을 더 걸려야 하는데 음식은2일 치 밖에 없다.
현재 가진 음식을 다음 호스텔까지 날짜에 맞추어 조절해서 먹는다면 부족한 열량으로 걷기엔 무리다.
군 초소를 빠져나와 걷는데 작은 바위 위에 군인이 올려놓은 군용 음식과 프로틴 바, 스낵이 있었다.
군인의 무인 트레일-매직이다.
이른 아침에 행운을 만나 흥얼거리며 숲을 걸으니 여러 개의 텐트가 보였고 어제 만난 청년 그룹들이다.
아직 자고 있는 다른 하이커들을 위해 서로 손 인사를 하고 지났다.
오후엔 기온이 더 상승하여 장에서 하이커들이 물놀이가 한창이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자 큰 다리를 만났고 많은 하이커들이 다리 밑에서 쉬고 있다.
옷도 말리고 배낭을 베고 누운 모습은 말 그대로 다리 밑의 거지마을이다.
산길을 걸으면 최고의 더위를 느끼지만 강가의 그늘진 곳은 최고의 피서법이다.
나는 하이커들이 많아서 곧장 다리 위를 올라 강을 감상하고 또 다른 산으로 접어들자 흙탕길로 걸음이 느려졌다.
이제 곧 도착할 쉘터는 키 낮은 잡목지의 급경사 오름길로 땀은 옷을 흠뻑 젖셨다.
바지도 역시 땀으로 젖고 물을 연신 마셔도 오름길 더위는 갈증을 더 심화시켰다.
오늘밤 머물 쉘터는 산중턱에 위치하고 물이 없는 곳이다.
물 공급지는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산 아래에 있다. 쉘터에서 이미 등산화 양말을 벗은 상태여서 물공급지까지 다시 걷기 힘들어 저녁을 물 없이 빵으로 대처하였다.
수영을 마친 그룹하이커들이 쉘터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캠핑장이 협소하고 물 공급지가 없어 더 전진할 것이라고 한다.
그룹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하이커가 한 병의 물을 내 병에 채워주며 그는 홀로 쉘터에 남은 나에게 위로하였다.
“오후 5시가 되면 다른 하이커들이 몰려올 거니까 무서워 말아요.”
혼자 쉘터에 남아 있으니 젊은 하이커가 도착하였고 그는 발가락마다 물집으로 고생하는 비버베어이다.
그는 배낭의 짐을 줄이기 위해서 버너 없이 음식을 끓여 먹지 않고 또 시간을 아끼려고 텐트보다 쉘터에서 잔다고 하였다.
보통 백인 남자 하이커들은 텐트를 선호하는데 조금 다른 취향의 하이커이다.
해질 무렵에 갑자기 다리 밑에 쉬고 있었던 하이커들과 시니어 하이커들이 몰려 비좁은 쉘터 주변으로 빼곡히 텐트를 치고 나무사이로 해먹도 많아졌다.
윌리엄과 그의 삼촌도 더위로 녹초가 되어 어둠이 내릴 때 도착하였다.
하이커들이 갑자기 많아져서 잠을 뒤척일 때마다 들리는 에어슬리핑패드 소리, 코 고는 소리와 더운 열대야로 모두 잠을 설쳤다.
* 2018 하이커 분포 -버지니아 주
5-4 금 맑음 57일째 누적 1,085.2 km ( 674.3 mi )
로렐크릭 Laurel Creek 쉘터. 이동 23.5 km ( 14.6 mi )
매일매일 먹고, 걷고, 자고, 짐 풀고, 짐 싸는 일이 반복되지만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고 날짜 감각이 없어진다.
계속하여 더워지는 날씨로 몇몇 하이커들이 새벽에 출발하여 아침 8시면 쉘터는 텅텅 비어서 다람쥐와 생쥐들 차지이다.
앞으로는 여름에 모기와 벌레로 텐트에서 자야 할 것 같다. 쉘터에서 자면 텐트를 치고 접는 번거로움과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여름에는 생쥐, 모기 때문에 불편하다.
새벽 4시에 시끄러운 소리에 이변이 일어났다.
비버베어는 31세로 젊은 친구지만 새벽 4시에 기상하여 1시간 동안 짐 싸는 소리에 모든 하이커가 침낭 속에서 말없는 짜증이 났다.
가장 단잠을 잘 새벽 시간에 그는 헤드램프를 켜고 새벽 5시에 쉘터를 떠났다.
쉘터에 누운 다른 하이커들은 비버베어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웅크리고 누워 있다가 그가 떠나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한꺼번에 기상하게 되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날 것이면 혼자 텐트에서 자야지.”
“쉘터에서 새벽부터 모든 사람을 깨우는 경우가 뭐야.”
“예의 없는 사람이 단잠을 깨웠으니 오늘은 하루종일 피곤 하겠어.”
연세 드신 분이 피곤한 얼굴로 불만을 토하자 여기저기 불만의 목소리다.
모두 잠을 설쳐 피곤한 기색으로 짐을 꾸렸고 나도 비버베어의 새벽 행군 덕분에 평소보다도 더 빠른 아침 6시에 출발하였다.
잘 먹지 못하고 잘 씻지 못하지만 아침에는 몸이 재충전되어 상쾌하다.
며칠간 더운 날씨와 높은 고도를 오르면서 몸이 빨리 피곤 져서 다음에 만나는 호스텔에서 2 밤을 머물러 하루를 온전히 휴식하는 제로-데이를 가져야겠다.
쉘터를 빠져 1시간을 걸으니 야영장에 6명의 그룹하이커들이 텐트정리와 아침준비를 하였다. 그들을 만나 1시간이 지나자 발 빠른 친구는 나를 따라왔다.
내가 쉘터에서 머물 때 그들은 더 이동하여 캠핑장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출발하면 그들을 야영장에서 또 만나고 이것을3일 동안 반복하면서 젊은 그룹하이커들과 친해졌다.
오늘의 첫 번째 쉘터는 길 위에 있어 쉬면서 점심을 해 먹었다.
한 쉘터가 지나면 다른 쉘터를 만날 때까지 중간에 새로운 산맥을 만나는데 오늘밤 머물 쉘터로 가는 길은 산 허리를 돌면서 오름길로 왼쪽은 깊은 계곡이어서 절벽아래가 멋있었다.
길은 좁아서 균형만 잃어도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질 듯이 아찔하였다.
그 길이 끝나자 이제는 비로 길이 유실되어 움푹 파인 소방도로의 가파르고 그늘 없는 길이다.
오늘 처음으로 만난 마이클은 하이킹 스틱을 어긋나게 꼬고 몸의 상체를 하이킹 스틱에 의지하고 엉덩이를 빼고 머리를 땅으로 숙여 가쁜 숨을 고르는 모습이 웃겼다.
그는 미국에서 추운 곳으로 유명한 미시간 주에서 와서 더위를 견디지 못하였다.
마른 체구의 그는 뼈만 앙상한 60대로 기운이 없어 보였다.
기진맥진한 그를 보고 나는 괜찮으냐고 물으며 그를 지났다.
나도 숨이 턱밑으로 차도록 힘들게 오름길 끝에 서서 걱정되는 그를 뒤돌아 보았다.
이제 그는 더 가파른 언덕에서 숨을 고르는 폼 세가 더 가관이다.
배낭 속의 물통과 연결된 호스로 나오는 물을 마시다 말고 캡을 입에서 빼지도 못한 상태로 입을 반쯤 벌리고 얼굴을 하늘로 올리고 숨을 고르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급경사의 오름길이 끝나자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고 더위로 몸은 고무줄처럼 흐느적거리며 산 윗자락의 평지를 걸었다. 젊은 하이커도 얼마나 지쳤으면 오름길이 끝나자 햇볕에 그냥 주저앉아 버렸다.
구들장 같이 얇은 편마암이 얼기설기 흩어진 길로 햇빛을 받은 검은색 돌판의 열기가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였다.
AT 길의 80% 가 그늘진 숲길인데 오늘은 뙤약빛 길을 걸었다.
오늘처럼 더운 날 그늘 없는 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내리막길에서도 다리가 힘이 풀려 중심을 잃었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프거나 물집이 있는 하이커들에게는 지옥 같은 내리막길이다.
한 하이커가 고통스럽게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그는 오늘 새벽 5시에 쉘터에서 새벽잠을 깨워놓고 떠났던 비버베어였다.
그는 내리막길에서 거의 신음하며 하이킹 스틱을 의지하며 걸었다.
오늘은 더위를 이겨낸 고된 여정이고 새벽에 출발한 탓으로 오후 3시에 쉘터에 도착하였다.
물 공급지를 찾으니 내일 걸어야 할 북쪽의 등산길에 계곡이 우렁차게 흐르는 있었다.
계곡에는 이미 도착한 그룹하이커들이 발을 담그며 쉬고 있고 힘들었던 마이클도 마침내 계곡에 도착하여 물을 받고 있었다.
계곡 위에서 한 염치없는 하이커가 발을 담그고 있다.
나는 마이클의 물병을 받아 계곡 건너편의 물을 받아 주었다.
마이클은 그제야 위에 아프리카인 젊은 친구가 발을 담근 모습을 보고는 나에게 고맙다고 눈인사를 하였다.
마이클은 더 전진하여 다음 쉘터에서 머물 계획이라고 한다.
AT 하이커중에서 보기 드문 사람이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사람이고 하이커 대부분 미국인이고 그다음이 유럽인이다.
내가 AT전체 구간에서 만난 사람도 아프리카인 3명, 아시아인은 3명, 남미인 4명, 호주인 2명을 만났다.
아시아인 4명도 모두 미국 거주자이고 한국인 2명의 하이커도 엄마만 한국인으로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았다.
2018년 인종별 통계를 보면 백인 95% , 히스패닉 2% , 아시안 1% , 흑인 0.3% 로 분포되었고, 학벌로는 대학 46%, 대학원 21%, 칼리지 14%, 고졸 9%, 기타 7% 순이다.
나라별 통계를 보면 미국 89%, 영국 2%, 캐나다 2%, 독일 1%, 오스트리아 1%, 에스토니아 0.7%, 노르웨이 0.7%, 노스랜드 0.7%, 기타 10개국 나라 3.3%이다.
AT 장거리 하이커들 대부분이 1~3일간 또는 4~7일간의 백패킹 경험자가 52.3% 를 차지하여서 백패킹 마니아가 많았다.
트루-하이커인 종주자가 중간에 부분으로 걷는 섹션-하이커로 변경한 가장 큰 이유가 부상으로 나타났다.
쉘터에서 저녁을 해 먹고 쉬고 있으니 비가 내린다. 오후 5시가 넘어서 비를 맞고 윌리엄과 그의 외삼촌이 도착했다.
그들은 저녁을 식사 후 자동차를 세워둔 다음 마을로 가서 집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음식이 모자라는 나를 위해 남은 간식을 주고 떠났다.
건축학을 전공한 윌리엄에게 자연을 닮은 디자인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더니 그는 엄지손을 치켜 세우며 떠났다.
* 이른 아침에 쉽게 만나는 사슴
* 깊고 깊은 숲 속 쉘터 -버지니아 주
5-5 토 간간히 비 58일째 누적 1,121.4 km ( 696.8 mi )
피클브랜치 Pickle Branch 쉘터. 이동 36.2 km ( 22.5 mi )
나무에 얼음이 영롱하게 맺힌 숲을 보고 온종일 눈산을 걸으며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였다.
영화 ‘나니아’ Narnia의 주인공처럼 눈세상 미로에 끌려 추위를 견디며 멋진 설경을 감상했고 애니메이션 영화, ‘프로즌’ Frozen처럼화려한 얼음나라는 고스란히 추억이 되었다.
앙상한 겨울산은 어느덧 온화한 여름풍경으로 변하였다.
숲은 바람의 위력에 맞대응하고 검은 마법을 이기고 마침내 봄을 맞았다.
봄은 나에게 인내심을 가르쳐준 스승이다.
긴 겨울을 인고한 복사꽃과 야생화는 추워도 꽃을 피웠다. 짧은 봄날에 최선을 다 하는 것도 배웠다.
오전에 만난 쉘터는 깊은 산속에 있으면서 등산로를 이탈하여 있어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냥 지나치기로 하였다.
다시 날씨가 흐리고 길에서 산거북이가 보이니 오후엔 비가 올 같다.
노란 줄의 등딱지가 예쁜 산거북이는 나를 보자 목을 집어넣고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 산에서 보는 거북이가 신기하였다.
버지니아 주의 산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자주 보이는 산거북이라고 현지인들이 말해 주었다.
산의 언덕길을 쉼 없이 올라가니 비스듬한 바위에서 아스라이 먼 마을과 그 마을 너머 산자락의 풍광 멋지다.
60 중반의 하이커와 돌능선에 앉아 함께 점심을 먹고 그는 나에게 사진도 찍어 주셨다. 그의 트레일 이름은 ‘프리 라이프’이다.
2016년 AT를 처음 시작하였고 그 해에 산에서 넘어져서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와 그때 이후 해마다 한두 달씩 AT 여행을 한다고 하였다.
“아내가 불평하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묻자
“이제 나가면 나가나 들어오면 들어오나 하지요.”
“이제 걱정도 면역이 되었는지 무덤덤해요.”
“할머니도 나 없으니 휴가인 셈이지요.”
그는 부부도 서로의 취미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다른 산자락에서 먹구름과 간간이 들리는 천둥소리가 다시 불안한 마음을 만들어 발걸음이 서둘러진다.
그룹하이커들은 여전히 내가 머문 쉘터 전방의 캠핑장에서 밤을 보내고 일찍 출발한 나는 아침에 그들을 만났지만 오늘따라 그들이 나를 따라잡지 못하였다.
나는 비를 맞지 않으려고 서둘러 걸었고 첫 번째 만나는 쉘터가 10km 두 번째 만나는 쉘터가 10 km 그리고 3번째 쉘터의 거리가 16 km이다.
오늘은 2번째 쉘터까지는 이른 오후에 도달하게 되고 내일 오전 일찍 호스텔에 들어가 쉬려면 3번째 쉘터까지 이동해야 하였다.
전체 구간 36 km ( 22 mi ) 거리를 걸어야 하는데 비를 몰고 오는 먹구름이 마음을 재촉하였다.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인 역사적 산자락이 보이는 파란색 블래이즈가 보이고 산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데 그곳까지 올라가 역사 탐방할 여유를 날씨는 주지 않았다.
몸의 에너지가 고갈된 후 1마일 전방의 쉘터를 만나러 가는 길은 힘의 한계가 오는 고비이다.
숲이 우거져 쉘터를 알리는 파란색 블래이즈를 보고 들어가니 왠지 을씨년스럽고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빠져 들었다.
비버베어는 새벽에 출발했고 두 개의 쉘터에서 못 만났으니 그가 이번 쉘터에 있을 것 같다.
참았던 먹구름은 비가 되어 내 얼굴의 열기를 식히며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내일 아침에 나 혼자 등산로까지 나오려면 지금 쉘터로 가는 길을 세심히 보아야 한다.
자고 일어나 이른 아침에 걸으면 방향 감각도 둔하여 길이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쉘터로 가는 깊은 골짜기는 어둡고 적막감이 흘렀다.
산아래 위치한 쉘터에 도착하니 오후5시 20분이다. 쉘터 안에 한 하이커가 있는데 그는 비버베어이다.
그를 보자마자 나는 순간적으로 내일 새벽에 4시에 또 그로 인해 잠을 설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불편한 심기로 쉘터에 도착하자마자 그에게 물었다.
“쉘터에 아무도 없어요?”
“내가 있잖아요.”
그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비가 오면 하이커들은 진행을 중지되어서 고요한 저녁이다.
오늘밤은 그와 단둘이 이 쉘터에 잔다면 그는 내일도 새벽 4시에 부산을 떨고 떠날 것이 뻔하다.
그럼 새벽 5시에 이 깊은 숲에 나 홀로 남기 보다는 새벽 출발형인 그와 함께 움직여야겠다.
그는 깊은 산자락 아래의 물 공급지로 2번이나 내려가 물을 정수해서 마시고 또 마셨다.
저녁 6시에는 빗줄기가 더 세게 내렸고 이내 어둠이 깔렸다. 언제 숲이 우거졌을까 새삼 놀랍도록 녹음이 우거진 숲 속에 파묻힌 느낌이다.
나 혼자면 두려웠을 이 산장 같은 쉘터에 그가 파수꾼이 되어주어 두렵지 않고 비 오는 산장의 호젓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룹하이커들은 비로 중간지점에서 텐트를 친 것이 분명하다.
이 쉘터는 물공급지까지 불편하여 하이커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또 오후 일찍 도착한 하이커들은 7마일 거리의 호스텔에 쉬려고 더 전진하였을 것이다.
나는 내일의 계획을 세우려고 비버베어에게 물었다.
“비버베어, 내일도 새벽 4시에 기상하고 새벽 5시에떠날 건가요?”
“그럼요. 저는 항상 그 시간에 출발해요.”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하였다.
“5시 출발이면 1시간 후면 해가 뜨는데 어두운 새벽에는 짐승이 나올까 두렵지 않나요?”
“또 좋은 풍광을 못 보게 되잖아요.”
“갑자기 비가 오니 오늘밤 이 쉘터에 방문할 하이커들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지요?”
“아마도...”
내가 주절거리는 말이 그는 귀찮다는 듯이 말하고 초저녁인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럼 비버베어 먼저 떠나면 나 혼자 남아 있으니 내일 같이 출발해도 될까요?”
“원하신다면 그러세요.”
그는 쿨하게 대답하였다.
그는 대답을 하고 10분도 안되어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비는 양철 지붕을 때리니 내일 새벽길 등산로가 미끄러울 것 같다.
나는 어둠 속 산행은 하지 않는다는 나의 불문율을 깨고 내일은 그를 따라 새벽부터 걷기로 하였다.
이 심심산중의 숲에 홀로 남는 것보다 그와 함께 밤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31세의 젊은 나이지만 걷는 속도가 나와 비슷하고 내리막길에서는 나보다 더 느리게 걸어서 나는 그를 따라 걸을 자신이 있었다.
새로운 체험의 야간산행, 내일의 안전산행을 생각하면서 나도 일찍 잠을 청했다.
* 용의 이빨 -버지니아 주
5-6 일 비 맑음 59일째 누적 1,132.2 km ( 703.5 mi )
포파인스 Four Pines 호스텔 11박째. 이동 10.8 km ( 6.7 mi )
새벽 4시에 비버베어는 그의 손목시계 알람 소리로 일어났고 나도 그를 따라 짐을 꾸렸다.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어두운 숲은 안개가 자욱하다.
별이든 달이든 빛이라는 빛은 모두 삼킨듯한 칠흑 같은 어둠이다.
빛은 그와 나의 헤드램프뿐이고 새벽을 매일 다닌 그는 밤눈이 밝았다.
산행 채비가 끝나니 그는 출발하기 전에 그의 하이킹 스틱을 세게 부딪히며 새벽의 경적을 깬 후에 걷기 시작한 시간은4시 30분이다.
길은 밤새 내린 비로 미끄럽고 그가 비추는 헤드램프의 희미한 불빛을 따라 나는 천천히 걸었다.
새벽 산행길은 마치 깜깜한 탄광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비에 젖은 나뭇잎과 풀들이 내 옷을 적시고 나무에 있는 흰색 블래이즈는 램프불빛으로 선명하게 보였지만 산능선의 돌길이 위험하고 바위 위의 흰색 블래이즈를 찾기가 혼란스러웠다.
바윗길을 만나 그는 우왕좌왕하고 그럴 때마다 함께 길을 찾았다.
나는 짐승이 나올 것 같은 두려운 마음에 그의 뒤를 적당한 간격으로 걸었다.
깜깜한 바위절벽으로 연결된 능선을 걷는 등산로는 산 전체를 이루는 바위 산이 해가 점점 밝아지면서 선명하게 보였다.
이 능선만 지나면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그 능선을 끝으로 다시 절벽 바위가 나왔다.
길이 없어 깎아지른 바위에 철근 사다리를 잡고 절벽 타기를 하였다.
길은 점점 더 험한 바위절벽으로 내려 갈수록 바위에 박아둔 철근을 밟고 때로는 철근에 매달리면서 이동하는데 비에 젖어 미끄러웠다.
비버베어는 나를 리더를 하면서 여러 번 발걸음의 망설임이 많아지고 위험천만한 암벽 타기를 하였다. 긴장된 절벽 타기가 잠시 끊어지자 그는 나를 위로했다.
“이제 위험한 것은 끝났어요.”
“절벽을 지날 때 날이 밝아서 다행이네요.”
나도 무사히 절벽을 타고 안심하며 말했지만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절벽이 다시 나타나고 바위로만 이루어진 절벽이 입 벌린 용의 이빨 같아서 이 등산로 이름이 용의 이빨 Dragons Tooth이라고 부른다.
내 짧은 다리가 닿지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리자 큰 배낭이 균형을 잃게 되어 걸림돌이 되었다. 산 아래에 당도하니 위험한 등산로의 경고문이 있었다.
내리막길에서 산두꺼비도 만나고 화려한 꽃이 개화하여 그는 나를 보고 꽃 감상하라고 말했다.
미국의 철쭉과 꽃은 그 크기가 한국의5배 정도 크고 꽃이 촘촘히 모여 핀 모습은 사람 얼굴만 하였다. 화려한 꽃을 구경하며 조마조마하였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다시 내리막길을 하염없이 걸어서 마침내 자동차 산길도로를 만났다.
비버베어는 위험한 길을 무탈하게 끝내자 나에게 주먹 인사로 안전산행을 축하하였다. 오늘은 특별한 풍광이 많았지만 비와 안개가 심하여 사진을 찍지 못하였다.
길이 험하면 산세가 멋지고 일기도 자주 불안정하여 좋은 경관을 사진에 담지 못할 경우가 많지만 안전이 우선이어서 멋진 바위의 기백은 가슴으로 담았다.
호스텔은 등산로를 이탈하여 동쪽 방면으로 반 마일 더 걸어가야 하는데 좁은 찻길의 오르막이다. 도로 오른쪽은 언덕 위에 위치한 아름다운 집들이 보이고 왼쪽은 여전히 숲이다. 비버베어는 빠른 속도로 걸었고 나는 발바닥 물집으로 딱딱한 도로에서는 통증이 더해 천천히 걸었다.
그가 보이지 않고 내가 혼자 걷고 있을 때 내 뒤에 오던 자동차가 정차하였다.
다름 아닌 호스텔 주인 조 아저씨이다. 나는 그의 트럭을 타고 편하게 호스텔에 도착하였다.
이 호스텔은 부부가 은퇴한 후 AT 하이커들을 위한 무료 호스텔이다.
큰 차고를 리모델링하여 10개의 벙크침대와 큰 소파 그리고 부엌, 샤워시설이 있고 부부 주거공간은 별채에 있었다.
차고 뒤로 세탁장이 있고 냉동고에는 하이커들의 갈증을 식혀줄 쥬쥬바가 가득하다.
큰 언덕과 넓은 대지의 잔디로 돌아다니는 암탉들이 낳은 달걀도 하이커들의 양식이다. 나도 암탉이 낳은 달걀 2개를 팬에 구워 먹으니 그 고소한 맛은 내가 어릴 때 키운 암탉이 낳은 따끈한 그 달걀 맛이었다.
팬케이크도 마음껏 만들어 먹고 하이커들은 기부함에 기부만 하면 된다.
이 부부는 그 기부금 전액을 불우한 사람을 위해 기부한다고 한다.
이 부부는 각각의 자동차로 우체국, 월마트, 식당으로 무료 셔틀을 제공하느라 바빴다.
트레일-앤젤을 생활화하는 분이다.
그래서 이 호스텔에 오면 하루 이상 푹 쉬었다가 가기도 하고 오후가 되자 더 많은 하이커들이 몰려왔다.
하이커들을 도우려고 동분서주하는 조 부부의 마음씨가 아름답고 그들은 하이커들에게 어떤 규정도 규율도 정하지 않고 마음껏 쉬도록 하였다.
나는 그들의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한 벽면 전체의 칠판에는 이곳을 다녀간 하이커들의 감동적인 메시지와 재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비버베어는 먼저 하이커박스에서 필요한 것을 챙기고 그가 이 호스텔로 보냈던 우편물을 받아 음식물을 정리하며 내일도 역시 새벽에 떠가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나는 하루 더 쉬어 가겠다고 하고 그와 미리 작별을 했다.
* 호스텔 주변의 넓은 공터
* 무료로 호스텔에 널어둔 빨랫줄
* 요 녀석들의 유기농 달걀 2개 먹었는데 모하비 생애 최고의 맛
* 호스텔의 악동 -버지니아 주
5-7 월 맑음 비 60일째 누적 1,132.2 km ( 703.5 mi )
포 파인스 Four Pines 호스텔 10박째. 이동 0 km ( 0 mi )
호스텔에서 온종일 휴식을 취하며 침낭과 슬리핑패드를 뽀송뽀송 하게 말렸다.
오전까지 쨍쨍하던 날씨가 오후부터 가랑비가 내렸고 낯익은 하이커들이 호스텔에 속속 도착하였다.
나 혼자 숲에서 텐트를 치던 날 뒤따라 오지 못했던 재크님도 도착하였다.
“그날은 왜 뒤 따라오지 않았어요.”
나는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
“덥고 힘들어서 더 이상 걸을 수 없어서 도로에서 마을로 나가 첫 주유소에서 잤어요.”
“주유소 주인에게 부탁하여 6불 주고 주유소 건물 뒤에 텐트 치고 잤지요.”
“그러셨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1시간을 캠핑장에서 기다리다가 혼자 숲에서 잤어요.”
“무서워 혼났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의 잘못도 아닌데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였다.
곧이어 덴마크에서 온 30 후반의 여자하이커는 한국 여행도 갔다며 미국하이커들에게 한국이야기를 하였다.
한국을 가보지 못한 하이커들은 한국에 대하여 열심히 경청하였다.
“한국에는 여자들이 드레스업 하고 산행해요.”
“그렇지요? 모하비,”
모두 이 말을 의심하면서 ‘왜?’라 고 반문하였다.
다른 하이커들이 산에 가면서 왜 차려입느냐며 호기심을 가졌다.
덴마크여인은 한국에서 산에 갔는데 한국여인들은 옷 색깔도 맞추고 하나같이 옷을 잘 입었다고 한다.
그녀의 열변에 내가 해명해야 할 차례인 듯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산에서 간편한 옷을 입기도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이 차려입는 것이 한국 문화이니 산에서도 그 문화가 자연히 이루어졌지요.”
“또 다른 여성들도 질투심에 그렇게 쫙 빼 입는 경향이 있고요.”
“한국 문화이지요. 산에서도 거리에서도 모두 깔끔한 여성들이 많지요.”
“신기하네요. 산에서 드레스업이라...”
저녁시간에는 미시간에서 온 마이클 님이 바위능선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던 프리라이프님과 함께 도착하였다.
마이클은 어제 프리라이프님으로부터 나의 소식을 들었다며 다시 만나 반가워하였다. 그에 이어 6명의 그룹하이커들도 도착했는데 늦게 도착한 상황을 물었더니 비가 와서 일찍 텐트를 치고 어제 다시 걸으면서 한 친구가 발을 삐었고 한다.
더 이상 전진이 어려웠고 오늘은 등산로를 이탈하여 드래건락 정상을 오르다가 삔 발을 또 접 질러서 오늘도 역시 고전하였다고 한다.
나는 깨끗한 침대를 가리키며 저 어서 짐부터 풀고 냉장고에 얼음 있으니 냉찜질부터 해 주라고 했다.
늦게 도착한 하이커들은 호스텔 주인의 셔틀을 타고 가게에 들러 맥주, 피자를 한 판씩 들고 왔다. 저녁을 만들고 있으니 프리라이프님이 피자 3쪽이 남았다고 먹으라고 했다.
“저는 어제부터 쉬면서 잘 먹고 있어요. 고마워요.”
“그 피자 냉장고 넣어 두었다가 내일 아침에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드시고 출발하세요.”
“아아 전자레인지가 있지! 그것 좋은 생각이네요.”
마이클 님은 6개들이 맥주를 샀다고 나에게 캔맥주 하나를 주었다.
맥주 한 캔으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나에게 마이클은 냉장고에 맥주가 있다며 더 마시라고 했다.
“저는 맥주 한 캔이면 이미 취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마이클이 웃었다.
“모하비는 팅크벨이네. 맥주 한 캔은 우리 한 데는 한 방울인데...”
재크님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마켓을 가서 음식물을 많이 구입했어요.”
“내일 산에 갈 때 배낭 무게가 걱정되는데 늘 이런 실수를 해요.”
“저도 항상 많이 구입하게 됩니다.”
“어제오늘 내내 먹었는데도 음식이 많이 남았어요.”
“잘했어요. 휴식 때라도 많이 먹어야지요.”
산에서 점점 음식이 떨어져 가면 아무리 열량이 높은 과자와 군것질이라도 역시 군것질이고 열량만 높은 스낵류는 순식간에 기운이 떨어진다.
내 나이 또래인 친구끼리 온 두 여인은 서로 프랑스말을 하는데 하이킹 초반에 만난 적 있어서 인사를 나누었다.
키가 크고 건장한 그녀는 내 발목이 좀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좋아졌다고 했더니 그녀는 요즘 무릎이 아프기 시작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어젯밤도 나는 낯선 호스텔의 환경을 적응하느라 잠을 설치게 되어서 오늘 낮에 낮잠을 2번이나 잤다.
이러다 오늘밤 또 잠을 못 잘 까봐 걱정이었지만 밤 9시가 되자 모두 잠자리에 들었고 나도 10시부터는 잠이 스르르 왔다.
많은 하이커들이 함께 자면 2층짜리 침대의 피거덕거리는 소리와 코 고는 소리가 있기 마련인데 오늘밤은 신기하게 조용하여서 같은 시간대에 스스로 잠이 들었다.
문제는 이때였다. 모두 옅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빠질 때에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문이 살며시 열리자마자 그는 청소용 빈 양동이를 찼다.
‘땡스러렁...’
모두 잠결에 화들짝 놀랐다. 곧 정적으로 다시 잠들기 위해 꼼짝하지 않고 좁은 침대에서 잠들기를 시도하였다.
그는 5초도 안되어서 캄캄한 화장실 쪽으로 가다가 그만 마대포걸레를 차서 바닥으로 떨어져 요란한 소리가 났다.
‘꽈 당...’
“Stop it.”
잠을 깬 할아버지 하이커가 몹시 화가 났다.
미국 문화로는 이 정도에서도 대부분은 속으로 불평할지언정 침묵을 유지하지만 잠을 깨운 악당은 용서되지 않았다.
그 젊은 악동은 아무 말도 않고 화장실 문을 열면서 화장실문의 삐걱 소리가 다시 굉음으로 들렸다. 이제 여기저기서 하이커들의 잠이 달아나고 한숨소리와 몸을 뒤척였다.
그는 잠시 다시 화장실 문을 열면서 삐걱 소리를 내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호스텔의 소음으로 악동이 된 그는 다행히 어둠으로 누구인지 아침에 일어나서도 알 수 없었고 모두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 호스텔 침대와 소파
* 무료 호스텔을 제공하는 감사 글이 벽면 칠판 가득
* 하이커들의 갈증을 위해 가득 채워둔 냉동고의 무료 쥬쥬바
* 버지니아의 명소 맥피납 McAfee Knob -버지니아 주
5-8 화 맑음 구름 비 61일째 누적 1,158.4 km ( 719.8 mi )
램버츠 메도우 Lamberts Meadow 쉘터. 이동 26.2 km (16.3 mi )
어제는 제로데이로 하루를 푹 쉬었으니 아침 일찍 채비를 하고 숲으로 접어들자 프리라이프님이 덥다고 등산로에서 재킷을 벗고 있었다.
숲을 지나 초원지를 걸으니 아침 일찍 소들이 풀을 뜯고 주변에 예쁜 농가들은 별장 같아 보인다.
높은 산자락에는 멋진 궁궐 같은 대 저택도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다.
초원의 잔디에 몽글몽글 맺힌 이슬로 각반이 젖고 나는 다리에 풀이 스치면 알레르기가 생기는데 각반을 착용하여 알레르기도 방지하고 다리에 물이 묻지 않아서 좋았다.
초원지를 지나 개울의 나무다리를 건너자 바로 산으로 접어들었다.
요즘은 지네과에 속하는 갑각류가 등산로 위로 기어 다녀서 성가시기 그지없다.
징그럽기도 하고 안 밟으려고 땅을 살피며 걸었다.
이 벌레는 비 오기 전후는 더 많이 보이고 습한 숲에서 많았다.
호스텔에서 이미 앞서간 프랑스 두 여인들을 만났는데 그녀는 어젯밤 잘 잤느냐고 웃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도 웃으면서 어젯밤에 잘 수 없었던 것은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더니 그녀도 웃으며 잠을 깨운 악동 한 사람으로 지금도 함께 웃었다.
오늘은 버지니아 주에서 유명한 명승지이자 AT길에서 꽃이라 불리는 멋진 곳인 만큼 평일에도 많은 일일 등산객들로 복잡하였다.
나도 그 유명한 맥피납 McAfee Knob에도착하였다.
맥피납은 깎아지른 뾰족한 바위들의 절묘한 돌기 부분이 허공에 뾰족하게 나와 있어 이 바위 위에서 서면 마치 허공에 선 아찔함이 묘미이다.
소나무는 그 줄기가 굽이굽이 틀어지게 자라서 대형 분재를 연상하게 하고 허공에 돌출한 바위 위에 서 있는 자체도 짜릿할 뿐만 아니라 그 아래로 굽이굽이 이어진 아팔래치안 산맥을 잘 조망할 수 있었다.
아팔래치안 산맥을 뒤덮은 산림지대의 곡선미와 버지니아 주의 풍요로운 대초원과 옹기종기 모인 마을까지 완벽한 풍광이다.
여러 갈래의 산맥들이 펼쳐진 지형은 웅장하고 장대하였다. 이곳은 AT 길 중에 가장 인기 있는 명소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AT의 영화 ‘A Walk In The Woods’의 주인공들도 이 바위에 서서 자연의 장관에 감동하는 장면이 있다.
하이커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멋진 포즈를 찍느라 돌출된 바위에서 아찔한 묘기를 부리며 포즈를 취했다. 바위 위에서 휴식을 가지는 하이커들도 많았다.
나는 고소공포증으로 난간에는 서지 못하고 가슴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쉘터에 일찍 도착하니 섹션하이커인 하이커가 있었다.
그는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풀포기를 뽑아와서 샌드위치 사이에 끼워서 먹으며 말했다.
“이게 무엇인지 모하비는 당연히 알고 있지요?”
“그럼요. 와일드 온니언 Wild onion 한국말로 달래이지요.”
“알면서 왜 안 먹어요?”
버지니아 주의 주변에는 달래뿐만 아니라 참나물도 산에 자생한다.
그는 부부가 모두 미국인인데 아시안 마켓에 자주 간다며 나에게 준 간식은 바로 생강편이다. 백인에게 생강편을 얻어먹다니...
“요즘은 생강편을 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음식이죠.”
“하지만 옛날에는 큰 잔칫날에 맛볼 있는 건강 간식이지요.”
그는 오늘 섹션하이킹을 처음 시작했다며 이곳은 자기가 사는 곳과 가깝다고 했다.
옛날에는 이곳에 생강나무가 많이 자생한 곳이었는데 중국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지금은 야생생강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이때 2명의 섹션하이커가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데리고 온 개의 이름이 ‘진저’ 즉 생강이다.
진저는 암컷 강아지로 진저 아빠는 진저 자랑이 대단하여서 진저의 장기자랑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음식냄새가 더 자극되어 아빠 말은 듣지 않았다.
진저가 겨우 장기자랑에 성공하여 박수를 받자 상으로 맛있는 과자를 주었다.
쉘터에 주황색 깃털의 멋진 새가 날아와 지저귄다.
깃털이 오묘하게 화려하여 신비롭다. 쉘터 아래의 모래 있는 개울 근처로 텐트가 삼삼오오 쳐지고 이 쉘터에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많이 날아왔다.
* 사유지인 초원지의 AT등산로
* 맥피 납에서 본 아팔래치안 산맥
* 흡혈파리 -버지니아 주
5-9 수 맑음 62일째 누적 1,191.6 km ( 740.4 mil )
윌슨크릭 Wilson Creek 쉘터. 이동 33.2 km ( 20.6 mi )
산맥과 산맥이 이어지는 사이로 고속도로가 나오고 이곳에서 쉴 수 있는 숙소가 많이 보였지만 나는 트레일-매직이 놓고 간 캔맥주와 주유소에서 파는 작은 치킨윙 5개를 점심으로 먹고 다시 출발했다.
가파른 산길에 여린 봄꽃이 피어난 모습을 보니 극한의 추위를 체험한 나는 작은 꽃조차 장하여 세상에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지니아 주의 산길은 완만하고 길 상태도 좋아서 많이 걸어도 무리가 없다. 산의 정상부에서 산자락을 사이에 두고 유유히 흐르는 강도 보이고 계곡에는 민물 가재가 있다.
계곡물에 햇살이 투영되어 눈이 부셨다.
간식을 먹으며 물을 정수하면서 만난 중년의 두 남자는 서로 친구 사이로 그들은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산타 모니카에서 왔다고 한다.
소방도로에서 도넛과 그의 친구와 함께 물을 정수할 때는 날씨가 몹시 덥고 파리가 다리를 물었는데 피를 빨아먹는 흡혈 파리였다.
두 사람은 반바지아래의 다리에 물리고 나도 각반과 반바지 사이의 무릎 뒷부분이 물려서 그 자리를 빨리 떠났다.
추울 때는 추워서 힘들었고 더워지자 벌레들이 성가시게 하였다.
우거진 활엽수 군락지를 만나면 그늘 길을 걸을 수 있어 시원하다.
미 동부의 산은 활엽수가 많고 가늘고 하늘을 맞닿을 듯 자라서 그늘이 많고 산림욕이 되었다.
또 고도가 높아지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습하고 안개가 많아 이끼류가 많다.
오늘 만난 소나무들은 한국의 소나무와 같아서 친숙하고 정겨웠다.
도넛과 그의 친구는 이미 쉘터 전방의 조용한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있었다.
계곡을 많이 만나 물도 충분히 마시고 편하게 쉘터에서 누워서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는 여유를 가졌다.
오늘 머물 쉘터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하이커, 세르파는 20대 후반으로 PCT를 완주하였고 뉴저지에 살며 함께 다니는 두 명의 예쁜 아가씨는 뉴욕에서 왔다고 했다.
두 아가씨는 쉘터에 올라와 나를 따라 함께 스트레칭을 하였다.
세르파는 미서부의 PCT 를 완주하여서 나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의 산세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남가주의 샌하시토산 정상의 절벽 아래의 모하비사막과 웅장한 소나무의 상반된 조망권을 한눈에 본 것이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북가주의 미국본토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산과 씨에라 네바다 산맥을 접하며 그 아름다움에 감격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동부 출신의 다른 하이커들도 PCT에 대한 꿈을 키웠다.
뉴욕에서 온 30세의 아가씨들은 텐트를 치고 잔다면서 내 나이가 그녀의 엄마와 같은 나이임에 놀라면서 대단하다고 격려해 주었다.
나는 일찍 출발하고 일찍 하루를 끝내는 타입이라고 했더니 그들도 아침형이 되겠다며 내일 출발 전에 깨워 달라고 했다.
* 버지니아 주에서 자주 만나는 철쭉 꽃길
* 봄날의 변덕스러운 날씨 -버지니아 주
5-10 목 맑음 천둥 소나기 63일째 누적 1,225.0 km ( 761.2 mi )
브라이언트 리지 Bryant Ridge 쉘터. 이동 33.5 km ( 20.8 mi )
도넛 일행은 벌써 출발하였고 그다음 내가 출발하면서 뉴욕아가씨의 텐트를 노크하니 세르파도 배낭을 꾸리며 그는 오늘 머물 2번째 쉘터가 멋진 곳이라며 나에게 기대하라고 했다.
오늘도 23 km의 원정길에 올라야 하니 몸이 지치지 않도록 서둘렀다.
아침의 산길은 점점 버지니아 주의 전형적인 산길로 길 양쪽으로 철쭉과 진달래가 만발하였다.
내 앞을 가로지르는 당찬 아가씨 이름은 풀문이고 씩씩하게 잘 걷는다.
텐트를 치고 멋진 보름 달빛의 반해서 풀문이라고 트레일-네임을 지었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잠자면 보름달은 물론이고 보름달이 없는 깜깜한 밤하늘의 별도 아름답다. 미서부의 산속의 별은 촘촘하게 깨알 같은 큐빅 보석을 뿌려둔 것 같다면 미동부의 산속에는 큰 별들이 듬성듬성 크게 빛나서 하늘에 다이아몬드를 콩콩 박아둔 것 같다.
개천 옆의 도로를 건너 새로운 산맥을 들어서니 그 유명한 블루릿지 Blue Ridge Parkway길이 시작되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테네시 주에 위치한 그레이트 스모키 산 국립공원과 버지니아 주에 있는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이어주는 곳이 블루릿지 드라이브 길이다.
활엽수로 빼곡하게 자란 푸르른 숲에 안개가 자주 끼고 흰 안개와 푸른 숲의 색이 때때로 파랗게 착시현상으로 보여 블루릿지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각종 사탕단풍나무, 분홍색 떡갈나무, 호두나무 등의 백 여종이 넘는 활엽수가 단풍으로 물들이는 가을에는 드라이브코스로 미 동부에서 최고의 명승지로 자랑하는 곳이다.
그레이트 스모키산 국립공원, 블루릿지 파크웨이, 쉐난도어 국립공원 이 세 곳이 어쩌면 아팔래치안 산맥의 최고봉이며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미 동부의 손꼽히는 자연경관이다.
이제부터가 숲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곳을 접근하니 나도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완만한 길 양쪽에 철쭉이 화려한 꽃을 피우며 봄의 축제를 알리듯 반겨주었다.
그리고 막 산행이 끝난 일일 시니어그룹이 내려왔다.
등산 경험이 많은 일일등산객은 장거리 하이커들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먼저 비껴준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연세 드신 어르신들을 위해 기다렸다.
나의 궁금증으로 그들도 발길을 멈추고 그렇게 철쭉꽃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덕담을 들었다.
이 길에는 은방울꽃도 길가에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었다.
시니어 등산객 후미의 리더로 보이는 여인에게 이 꽃 이름을 물었다.
“와이드릴리 플라워 Wild Lily Flowers라고 해요.”
“이 꽃을 한국말로는 은방울꽃이라고 해요.”
“흰 꽃이 너무 희게 빛나서 은색으로 보여 은방울꽃이라고 한국에서는 부르나 보죠?”
좋았던 햇살은 어디 가고 오름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하늘의 먹구름이 심상치 않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어두워졌다.
짙은 회색 비구름이 순식간에 빗방울로 돌변하였다.
재빨리 비옷을 입는데 ‘으르렁 꽝꽝’ 하늘에서 굵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머리 위의 나무에서 번개가 번쩍, 천둥소리가 우루르 ‘꽝’ 하는 소리가 반복되고 쉼 없이 내리는 소나기는 신발에 물이 새고 등산로도 순식간에 강물이 되었다.
천둥소리가 나면 산의 정상으로 오르지 말고 내려가야 안전하다.
나는 이때 좁은 등산로의 오름길을 걸어서 불안하고 선택의 여지없이 있는 힘껏 달렸다.
살아있는 나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천둥소리와 소나기에 긴장되고 번개를 피하기 위해 내리막길에빨리 당도하고 싶었다.
이때 마주 오던50 후반의 남성 하이커는 비옷도 없이 흠뻑 젖어서 여유롭게 걸어온다. 나도 너무 더우니까 비옷만 입고 비옷 바지는 입지 못하였다.
그는 나를 보고 비 맞으며 숲을 걷는 것도 재미있다며 소년처럼 즐거워한다.
소나기는 집중호우성이 있어서 내가 내리막길을 접어드니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소나기가 그쳐도 젖은 숲은 바람이 불자 나뭇잎의 빗물이 우두둑 떨어진다.
그래도 비가 잠시 그쳤을 때에 얼른 쉘터에 도착하고 싶어서 총총걸음으로 달렸다.
세르파가 멋진 쉘터라고 말했듯이 쉘터는 등산로 옆에 높게 자리 잡고 있었고 일반 쉘터보다 3배나 큰 2층짜리 통나무 건물로 쉘터 옆으로 계곡물 흘러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나는 소나기로 비에 흠뻑 젖었는데 뒤에 도착한 세르파는 비 맞은 흔적이 없어 그 연유를 물었더니 소나기 내릴 때 이전 쉘터에 머물러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고 2명의 여자친구들은 아직 그곳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나는 빨랫줄을 임시로 만들어 옷을 널고 신발을 점검해 보니 앞부분의 이음새가 마모되어 빗물이 바로 들어왔던 것이다.
소나기를 만나 비를 맞은 날 쉘터에 도착하면 일이 더 많아진다.
널어 둔 빨래는 물이 빠지기도 전에 다시 소나기가 내려 쉘터 안의 처마에 다시 걸었다.
다시 내리는 소나기는 폭우로 만만치 않게 쏟아부었고 시간은 저녁으로 흘렀다.
늦게 도착한 하이커들 역시 비 맞은 생쥐로 도착하여 추위로 덜덜 떨었다.
그래도 쉘터 공간이 넓어 도착한 모든 하이커들이 쉘터 내에 머물 수 있었다.
한 노부부 하이커에게 오늘밤도 비소식이 있는데 쉘터에서 자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쉘터 아래에 극구 텐트를 쳤다.
그의 아내인 할머니 입 모양으로 저 고집을 누구도 못 꺾는다며 할아버지를 따라 탠트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아직도 그 기세에 눌려 사시는지 아니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편을 봐주시는지 그래도 그녀의 배려심은 배울 점이다.
내가 만난 여러 하이커들이 누구에게 내 잠자는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고 남이 잠자며 코 골고 방귀 뀌면 그것을 못 참는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텐트를 선호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할아버지의 인품이 깔끔하신 분이다. 서양 문화가 개인주의라지만 산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정이 많다.
또 할아버지 같은 깔끔한 성품도 때로는 필요할 때도 있다. 쉘터에서 안쓰럽게 텐트로 끌려가는 할머니를 우리는 반은 웃으며 반은 안쓰럽게 굿 나이트 인사로 배웅해 드렸다.
* 블루리지 최남단 이정표
* 한국에는 멸종 위기인 요강꽃 Cypripedium
* 버지니아 주에서 핀 철쭉과의 다양한 꽃
* 한국에도 자생하는 은방울 꽃
* 한국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자주달개비 ( 잉크꽃 )
* 야생화 핀 등산로 -버지니아 주
5-11 금 맑음 64일째 누적 1,261.4 km ( 783.8 mi )
매츠크릭 Matts Creek 쉘터. 이동 36.4 km ( 22.6 mi )
아침부터 화창한 날이어서 기분도 좋아졌다.
하지만 지난밤까지 내린 비로 숲은 축축하고 바람이 일렁이면 키 높은 나무에서 비 아닌 빗방울이 떨어졌다.
잠이 없으신 할아버지는 벌써 텐트를 접고 배낭을 메고 계곡을 건너고 계셨다.
나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좀 천천히 걸었는데 두 분은 배낭을 내리고 등산길에 앉아 계셨다.
나는 두 분에게 불편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쉘터에 사람들이 많아서 이 길목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 하신다.
할아버지의 깔끔한 성품은 할머니의 남편사이에 나는 유구무언의 눈빛으로 위로를 보내자 할머니도 눈빛으로 나에게 답하셨다.
어제의 젖은 옷을 수습하느라 멋진 쉘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해 아쉽지만 길을 떠나니 바로 가파른 오름길이다.
힘들 때는 뭘 먹을 수도 없어져 걸으면서 에너지 보충은 사탕이나 젤리가 최고이다.
그 오름길에서 봄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었다.
3 장의 잎사귀 위로 꽃대가 올라와 3장의 꽃잎이 잎처럼 홑꽃으로 피고 흰색, 분홍색, 연선홍색, 자주색, 등의 다양한 색깔로 길 양쪽으로 군락을 이루며 피었다.
꽃 이름이 트릴리엄 Trillium이라고 하니 잎도 꽃잎도 각각 3 장이라 생긴 이름 같다.
드넓게 핀 숲길은 환상적인 트릴리엄 꽃을 발아래로 걸으니 마치 나만을 위해 테마식물원을 통째로 빌린 숲을 걷는 기분이다.
8 km를 걷자 첫 쉘터가 나왔는데 오늘은 많이 걷는 일정으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냥 지나기로 하였다.
다시 지형이 달라지면서 양쪽의 바위와 나무둥치가 모두 이끼를 덮고 있어 아마존의 밀림지대 속을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길을 잃은 불안감이 없도록 흰색 블래이즈가 수시로 이끼 먹은 나무기둥에 보이고 길을 잘 찾고 있다는 확신으로 걸으니 마음도 편하다.
다시 키 작은 활엽수 길을 만나자 그늘이 없어져 덥고 산 아래로 또 하나의 쉘터가 보였다.
더운 날씨로 쉘터로 들어갈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 위해 나는 계속 전진하였다.
오늘 물 공급지는 다행히도 길 위에 샘물을 만나서 더운 날씨지만 물이 충분하여 좋았다. 어제 내린 비로 젖은 옷들이 다시 땀으로 젖고 옷에서 배낭에서 냄새가 진동한다.
일찍 쉘터에 도착하면 햇볕에 말리고 싶지만 오늘도 긴 여정으로 쉘터에 늦게 도착 예정이다.
도넛과 그의 친구는 나를 앞질러 갔는데 나를 뒤 따라오고 있다.
그들은 2번째 쉘터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고 했다.
그들은 3번째 쉘터도 지나 마을의 호스텔에서 쉴 거라고 하고 나는 그 쉘터에 머물기로 하였다.
오늘 머물 쉘터는 계곡을 옆으로 끼고 있어 물이 풍부하였다.
먼저 도착한 아이언맨이 두 여자친구를 기다려 그 친구들이 도착하면 마을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내가 그 아가씨들을 만났을 때는 초원지대에서 쉬고 있어서 5시 넘어야 이곳에 도착할 것 같다고 그에게 말해 주었다.
아이언맨은 친절하고 통솔력이 있는 28세의 착한 청년이다.
그의 또 다른 친구 남자 2명 중에 한 명은 배앓이를 했다며 핼쑥한 모습으로 쉘터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산 신라면을 끓였다.
쉘터에 늦게 도착한 두 아가씨는 쉘터에서 자고 청년 3명은 산 위의 나무 아래에 텐트를 쳤다.
오늘은 벌레가 많고 모기가 많아서 나는 쉘터 바로 옆에 텐트를 쳤다.
오늘도 긴 여정으로 무려 36.4 km을걸어서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지친 몸을 눕혔다.
* 다양한 색상의 트릴리엄 Trillium 야생화
* 3장의 잎과 3장의 꽃잎을 가진 트리 밀리엄 야생화
* 트릴리엄 Trillium 야생화 군락지
* 바위를 뒤덮은 이끼
* 갈증과 모기 -버지니아 주
5-12 토 고온 맑음 65일째 누적 1,297.2 km ( 806.0 mi )
브라운산 크릭 Brown Mountain Creek쉘터.
이동 35.7 km (22.2 mi)
요즘은 무더운 날씨로 기온이 상승하자 벌레들이 많아졌다.
이른 아침에 첫 등산로를 걸으면 가장 성가시게 하는 것은 밤사이 만들어진 거미줄이다. 거미줄은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얼굴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하이킹 스틱을 올려 팔을 쭉 펴서 걷기도 하고 제일 좋은 방법은 아침에 누군가 먼저 길을 간 후에 걷는 것이다.
때로는 거미집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아침햇살이 등산로 정면으로 비추면 거미줄이 쉽게 보이지만 걸으면서 그것을 볼 만큼의 여유가 없다.
거미가 많다는 것은 자연이 건강하다는 징표이다.
오늘은 내가 첫 산행길에 올라 거미줄은 걷는 내내 성가셨다.
강가에 도달하니 어제 산 위에서 보았던 큰 강이 내 앞에 있다.
현지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등산길이 많아서 AT 길 찾는데 두 번이나 같은 길을 우왕좌왕하였다.
다시 걸으면 강 따라철길만 보였는데 사람이 건너는 다리가 따로 있었다.
나무다리의 대부분은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흔들거리고 흐르는 강물까지 어지럽다.
하이킹 스틱을 가급적이면 안 짚어서 다리 상판의 나무에 흠집을 내지 않으며 걸었다.
다리 한가운데서 강을 구경하고 작은 주차장이 있는 등산로 입구와 도로를 만났다.
주차장에는 마을로 통하는 호스텔로 가는 유료 셔틀이 있었다.
운전자는 호스텔 주변에는 마켓이 없어 다시 유료 셔틀을 이용해야 마켓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아이언맨은 내일이면 비앤비가 있는 좀 더 큰 마을로 가서 쉬는 것이 더 좋겠다고 하였다. 주차장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산행 준비를 하고 한 할머니가 장거리 하이커인 우리들에게 바나나를 주었다.
금방 마켓에서 사서 아직 익지 않았다지만 우리는 바나나 한 개씩을 게눈 감추듯이 꿀꺽 먹어 치웠다.
다시 계곡을 만나고 오름길을 만났는데 계곡물이 보이지 않았다.
2번째 만난 쉘터에도 물이 말라 있고 그 쉘터를 지나고 길서 만난 웅덩이 물은 반드시 약을 넣어서 마시라는 경고문과 함께 흙물이다.
60대 초반의 4명의 그룹하이커들은 물을 정수하고 약으로 다시 정수하는데도 물맛이 좋지 않다고 했다.
물을 찾아 계속 걸었는데 물은 점점 보이지 않고 오후의 햇살을 점점 강렬하고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역시 오염된 강물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모기에 물렸다. 뒷다리에 왕방울만 하게 부어서 걷는 내내 가렵고 불편했다.
아이언맨은 두 여자친구들이 날씨가 더워서 따라오지 못하여 기다리면서 야영지를 찾아보겠다고 하였다.
텐트 칠만한 곳은 어김없이 사유지이고 갈증을 동반한 산행의 오름길에서는 말하기도 버거웠다.
오후가 훌쩍 넘었지만 발 빠른 시니어 하이커들은 물 있는 쉘터까지 10마일을 더 걷겠다고 하였다.
5마일 전방에 비앤비가 있지만 인적 없는 비포장도로에서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아이언맨은 그 이전에 텐트를 치고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비앤비로 가겠다고 했다.
오후가 되자 기온이 계속 올라 숲의 기온이29℃이다.
나도 물 때문에 다음 쉘터로 계속 전진하기로 하고 아이언맨과 작별했다.
물을 만나려면 대부분 내리막길에서 계곡을 만나는데 계속 오름길이다.
다행히 점점 햇볕 없는 그늘진 등산로를 만났다.
나는 지친 탓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힘든 여정길에서 평평한 길의 울창한 숲은 점점 깊고 어두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드디어 계곡의 바위 징검다리를 건너 배낭을 내리고 빈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땀으로 젖어 버린 셔츠를 벗어 씻어 꾹 짜서 다시 입고 걸었다.
계곡 아래에 텐트가 보이고 더 전진하여 계곡을 다시 건너니 오후에 만났던 시니어 두 분이 텐트 옆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고 쉘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쉘터는 좀 더 올라가 산 중턱에 있는데 노면이 돌로 쉘터 주변에는 텐트 칠 장소가 없어요.”
그들의 충고로 계곡 옆에 텐트를 쳤는데 텐트 속 잠자리는 몹시 덥고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는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어 버렸다.
해 질 녘 늦게 텐트를 치면서 작은 벌레가 텐트에 들어와 여러 번 물려서 밤새 잠을 설치게 되었다.
모기는 물집 생기고 일주일 동안 가려워 흉터가 생겼다.
미국인들은 잘 물리 않고 물려도 하루 가렵고 괜찮다고 하였지만 나에겐 모기로 고통스러운 나날이 되었다.
* 산 위에서 본 제임스 강
* 다리 위에서 조망한 제임스 강
* 야생화 등산로
* 우산 나물
* 유료 캠핑장 -버지니아 주
5-13 일 맑고 무더움 66일째 누적 1,326.3 km ( 824.1 mi )
몬테벨로 Montebello 캠핑장. 이동 29.1 km ( 18.1mi )
아침에 텐트에서 나오니 벌써 60대 하이커들의 텐트는 사라졌다.
계곡의 물소리가 워낙 크게 들려 텐트 접는 소리도 못 듣고 내가 떠날 때는 옆자리 텐트와 계곡 건너편의 텐트가 보였다.
첫출발부터 깊은 오름길 산을 타고 산세가 우거져 아침이지만 깜깜한 하였다.
소방도로를 만나 도로 옆의 피크닉 테이블에서 프레즈노 님이 아침으로 바를 먹고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는 무릎 수술을 했지만 JMT, PCT를 완주하였다고 한다.
그는 과체중이지만 오름길에서 내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건장한 체력이었다.
오전부터 더워지면서 땀이 줄줄 흐르고 정상의 좁은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며 삼삼오오 하이커들이 간식을 먹었다.
나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왔다니까 저마다 PCT를 했느냐는 질문이다.
PCT 를 하지는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주의 산을 오르면 PCT 길을 지나는 구간이 많고 그늘 없는 등산로에 물이 귀한 것이 단점이지만 모기와 비가 없어 도보여행에는 최상이 PCT라고 말해 주었다.
다시 초원지대에서 40대 중반의 하이커를 만났는데 등산로에서 쉬고 있으며 나보고 쉬어 가라고 하였다.
나는 음식이 떨어져서 오후에 마을까지 당도하려면 서둘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도 다음 마을에서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하이오 주에서 온PC이다.
그는 에너지바 2개를 꺼내서 하나는 블루베리맛이고 하나는 넛츠맛인데 나에게 하나를 주려고 먹고 싶은 것을 먼저 고르라고 한다.
내가 음식이 없다니까 그는 2 개 남은 에너지바 중의 하나를 주며 나에게 선택권까지 주었다. 미국인이지만 꽤 정 많은 하이커이다.
그의 친구 중에 한국사람이 있는데 PC가 한국인 친구 쟌에게 전화를 걸면 그의 어머니가 잘 받으셨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쟌 바꿔 주세요.”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항상 ‘쟈니야~ 자니야~~’라고 불러요.”
내가 웃으면 PC에게 부연설명을 해 주었다.
“한국사람은 이름에 ‘아’ 나 ‘야’를 붙여 부르면 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표현이 되지요.”
그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것을 좋아하면서 나에게도 그렇게 불렸다.
“아아 모하비야~ 이렇게 말이요?”
하지만 한국에는 존대 어법이 있어서 이름 뒤에 붙이는 ‘야’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부를 때만 쓴다고 했더니 그는 바로 이해하였다.
그의 친구 쟌은 그런 말 해주지 않았다며 불평하였다.
나는 이런 이야기로 그와 함께 걸었다.
다음 마을 멀고 등산로 입구에 있는 공원의 가게가 문을 닫는 시간 전에 당도하여야 금액을 지불하고 캠프장에 잘 수 있다.
그런데 PC의 걸음이 자꾸 늦어진다. 보통 정상적인 남자 하이커라면 60대 초반까지는 건장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나보다 느리니 이상하다.
유료 캠핑장에서 샤워와 빨래를 할 수 있고 공원 내의 가게에서 공산품과 토마토, 감자 정도를 구입할 수 있다.
캠핑장은 2명이 한 자리를 공유하면 절반가격으로 텐트를 칠 수 있다.
오늘 저녁은 PC와 같이 사용하기로 하고 계곡에서 물을 정수하면서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더운 오후 열기와 가파른 내리막길 자갈 돌길로 0.8 km를 더 걸어야 도로가 나오고 그곳에서 4 km ( 2.5 mi )의도로를 걸어야 한다.
돌길이 많은 길에서 가족 하이커들을 만나 가게까지 태워주었다.
차를 태워준 크리스는 오늘 나의 트레일-에인절이다. 가게에서 캠핑장을 배정받고 빵과 기타 공산품을 구입하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냉동 햄버거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고 감자도 씻어서 전자레인지로 삶고 있을 때 PC 가 도착했다.
캠핑장을 다시 걸어 들어가기 힘들어서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캠핑장을 원했는데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캠핑장을 정할 때는 샤워장과 세탁장이 가까운 곳이 동선을 줄일 수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텐트를 치고 샤워 후 세탁물을 세탁기에 돌려 두고 다시 텐트로 돌아오는 번거로움과 저녁을 먹고 또 세탁장으로 가서 건조기에 넣어야 하였다.
PC는 작년 2017년에 AT를 시작하였는데 2016년에 다친 발가락 통증으로 AT를 절반을 하고 포기하였다.
그래서 올해는 나머지를 반을 걸어서 AT 섹션하이커로 종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작년의 아픈 발가락이 아직도 조심스럽고 이제 무릎까지 아파서 하루 15마일 이하만 걷고 천천히 걷는다고 하였다.
공원 내는 RV장과 캐빈도 보였고 주변이 조용하고 깔끔하였다.
캠프장 관리가 잘 되어 땅바닥이 고르고 모닥불자리도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세탁장에 다 말린 세탁물을 가지고 오는 수고로움을 PC가 모두 해 주었다.
불필요한 걸음을 줄여서 매일 걷는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한다.
* PC와 몬테벨로 유료 캠핑장
* 텐트 선호도 -버지니아 주
5-14 월 맑고 무더움 67일째 누적 1,340.9 km ( 833.2 mi )
타이강 Tye River 캠핑장. 이동 14.6 km ( 9.1 mi )
어제 크리스라는 트레일-앤젤을 만나 히치하이킹을 했지만 PC는 먼 거리의 도로를 걸어왔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아침에 등산로로 복귀할 때 꼭 히치하이킹에 성공하기를 그는 고대했다.
산속의 이른 아침에 과연 차량이 있을지 걱정인데 다행히 우체국 앞에서 탐 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등산로까지 태워 주었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나는 그분의 이메일 주소가 있는 명함을 받아서 AT 길의 풍경사진을 보내 주겠다고 하니 그의 아내인 캐티가 더 좋아하였다.
수월하게 주차장에 당도하여 다시 가파른 오름길의 자갈길을 오르니 아침부터 땀이 절로 흘렀다.
길마다 봄꽃으로 아름다운 산길을 걷다가 정상부위의 높은 곳에서는 아래로 조망하는 경치는 잠시 땀을 씻는 여유를 가졌다.
어제 공원의 가게 앞에서 만난 맥스는 오늘 우리가 지나는 길에서 텐트를 치고 트레일-매직을 한다기에 부지런히 걸었다.
그러나 아침 늦게 출발한 탓으로 늦은 호후가 되었다. 큰 산맥의 재를 여러 번 넘고 마침내 긴 계곡의 내리막길 끝에 타이강의 다리를 만났다.
타이강은 생각보다 폭이 넓고 수량도 풍부하고 나무다리를 건너니 맥스가 손을 흔들며 반겼다.
어제 만난 인연으로 다른 하이커들을 위해 PC는 닭숯불구이를 도와주고 나는 하이커들에게 바나나와 과자를 나누어 주었다.
트레일-앤젤인 맥스를 도우느라 2시간이 훌쩍 흘렀고 며칠 만에 도넛 일행도 만났다.
그들이 떠나고 다시 프레즈노도 도착하였다.
그는 몬테벨로 가게에 들러서 샤워와 음식물만 구입하고 다시 출발했다니 대단한 체력이다.
프레즈노는 도로에서 갈 때 올 때 각각 히치하이킹을 쉽게 성공했다고 하였다.
다른 하이커들이 이내 떠나고 강가에 발을 담그니 다슬기가 많다.
뾰족한 꼭지 부분이 모두 잘려 있는 것이 한국의 다슬기 모양과 달랐는데 우리나라는 이걸 먹는다니까 미국사람들은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발을 담그자 맥스는 우리를 위해 강물의 바위에 캔맥주를 보여 주었다.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며 그는 5년 전의 50세의 나이에 AT 트루 하이커였던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오늘 15명의 하이커들에게 음식을 대접하였고 그때의 배고프고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며 그는 닭 바비큐와 햄버거, 음료, 바나나, 과자, 달걀, 감자, 등 많이 준비하였다.
옛날이야기로 어느새 오후 5시가 넘자 빗방울이 떨어져 맥스의 짐 정리를 도왔다.
그는 이곳에서 집까지 자동차로 3시간 거리라고 말해서 그의 열정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는 오늘밤과 내일 밤 이곳에서 캠핑을 하며 트레일-매직을 하겠다고 했다.
맥스는 등산로 건너편의 강가에 야영지가 있으니 그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을 먹고 가라고 했다.비가 오니 이곳에서부터 5 km ( 3 mi ) 전방의 쉘터까지 비를 맞는 것보다 좋을 것이라고 했다.
프레즈노 님과PC와 나는 텐트를 치고 강물의 부드러운 물소리와 함께 다시 소나기가 내렸다.
어둠 속의 빗소리와 강물 소리의 화음으로 각각의 텐트에 누워 이야기 하다가 잠이 잠이 들었다.
프레즈노는 어제는 엄마 생신이고 내일모레는 60세가 되는 자신의 생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언제 만날지 모르니 바로 생일 축가를 불렀다.
누워서 생일 노래도 처음 해 보지만 프래즈노 님도 누워서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였다.
비가 오니 운치가 있어 좋았지만 나는 텐트 아랫부분에 돌로 기울기를 만들었지만 많은 비에는 텐트에 물이 들어올까 걱정이다.
비가 많이 오면 텐트가 젖는 것이 모든 하이커들의 걱정이다.
PC와 프레즈노는 Zpacks 회사 텐트인데 완벽한 방수와 텐트 무게는 타회사가 따라올 수 없다.
이 텐트는 텐트를 세우는 폴대가 없어 무게를 더 가볍게 했다.
두 남자들은 자기 텐트에 대한 자랑에 바빴다.
지팩스 제품 마니아들은 텐트는 물론이고 배낭부터 음식쌕, 옷보관쌕까지 그 제품을 선호한다.
하이커 대부분이 사용 후에도 그 제품에 대한 후기가 좋다.
단지 가격이 비싼 것이 최고의 흠이지만 아웃도어의 장점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지팩스의 배낭은 100% 방수이어서 비가 와도 따로 레인커버를 씌울 필요가 없고 또 비를 대비하여 레인커버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배낭 무게도 더 줄일 수 있다.
나는 AT 초반에 18 kg ( 40 lb )의 무게로 시작했으니 내 발목이 심하게 아팠다.
AT 중반에 배낭 무게를 16 kg ( 35 lb ) 이하로 줄였고 이 무게도 걷는 기간이 장기화되자 힘들었다.
음식이 비워지면 무게가 줄어들지만 14 kg ( 31 lb )에서 더 이상 감량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배낭의 기본적인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올해 2018년 AT하이커들이 선호한 텐트브랜드 순위별이다.
* 2018년 AT 하이커들의 탠트 선호도
1. Big Agnes ( 1986년 선호도 1위)
2. Zpacks
3. NEMO
4. REI
5. MSR
6. Six Moon Designs
7. Gossamer Gear
8. Kelty
* 2018년 AT 하이커들의 해먹 선호도
1. Hennessy- Hyperlite
2. ENO - Doublenest
3. Warbonnet - Blackbird
* 맥스님이 트레일-매직을 연 타이강 Tye River
* 트레일-앤젤이 되어준 탐 부부
* 트레일-매직 맥스님이 준비한 아침식사
* 자연과 문명의 조화 -버지니아 주
5-15 화 맑고 무더움 68일째 누적 1,358.1 km ( 843.9 mi )
데블스 백본 Devils Backbone 무료캠핑장.
이동 17.2 km (10.7 mi)
새벽에 비는 그쳤고 텐트에서 나오니 프레즈노 님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숲이 젖어서 늦게 일어난 PC와 나는 짐을 꾸리고 맥스에게로 갔더니 맥스도 벌써 숯불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맥스에게 어제도 얻어먹고 오늘 아침까지 신세 지는 것이 미안하여 두 남성을 위해서 나는 아침준비를 서둘렀다.
숯불판에 스크램블을 만들고 어제 구워진 식은 감자를 팬에 노릇하게 구웠다.
한국의 산행친구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두 미국인 남자들은 내가 만들어준 아침을 황송한 마음으로 받으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였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맥스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산행길에 올랐다.
어젯밤 소나기로 더웠던 숲의 열기가 식어서 차분하고 간간히 키 높은 나무 위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침에 든든한 달걀을 먹어서 힘차게 산을 올라 어젯밤 머물기로 했던 쉘터에 도착하였다.
쉘터 앞에 계곡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하였다.
이런 쉘터에 머물게 되면 모든 하이커들은 별장을 소유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풍광은 특별 보너스로 받고 일일 별장 소유자가 된다.
산고개를 넘자 기온이 오르면서 가파른 오름길은 전방의 굴뚝바위 Chimney Rock까지 계속 이어졌다.
PC 뒤를 따라 걸으니 그의 땀이 길 위에 뚝뚝 떨어져 있다.
굴뚝바위를 지나면 오름길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트리 릿지 산을 더 올라야 정점이다. 아마도 이렇게 심한 경사 오름길이면 오후의 내리막길은 이 경사의 각도로 내려가야 하여 미리 두려웠다.
PC와 나는 데블스백본 Devils Backbone Brewing Company의 리조트의 근사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그런데 점점 덥고 길은 내리막길 진흙길로 미끄럽다.
마주 오는 70 대 후반의 노부부를 만나자 젊은 우리가 힘들다는 것이 엄살이었다.
AT를 걸으면서 연세 드신 분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나도 그 나이라면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말은 연약한 변명이다.
AT의 장점은 누가 먼저 도착하나 경주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빨리 가라는 재촉도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 가고 쉬고 싶은 만큼 쉬고 그 길에서 자연을 최대한 감상하며 지형과 역사를 탐방하는 각자의 맞춤 여행이다.
부단히 걷다 보면 체력은 덤으로 얻어지고 포기하고 싶다면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다.
드디어 데블스 백본 ( CB )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만나서 뜨거운 태양 아래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였다.
산길 도로의 급커브 오름길이니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세우기엔 위험해서 PC 가 DB 사무실에 전화를 걸자 회사차량으로 데리러 오겠다고 하여서 그늘에서 기다렸데 모기가 극성이다.
우리는 DB에서 무료로 픽업해 오는 사실을 몰랐었다.
드디어 DB 관계자의 럭셔리한 자동차가 도착하였고 매일 더위 속에 걸었던 우리는 자동차에 올라 10 km ( 6 mi ) 구간의 아름다운 산길 드라이브를 즐겼다.
숲으로 둘러싸인 각각의 캠핑장은 잘 단장되었고 통나무로 지어져 각 전물과 조경이 수려하였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위치가 풍수학적으로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명당자리 같다.
DB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겹겹의 산들이 낮게 시작하여 더 높은 산맥이 켜켜로 둘러싸여 있다.
산맥의 흐름을 보려면 정상의 높은 곳에서 보아야 하지만 이곳은 낮은 곳에서도 산이 가려지는 곳이 없이 잘 보였고 선선한 기운에 둘러싸인 산들이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
들어오는 들머리에도 DB의 울타리에 쌓아 올린 통나무도 일반 목장보다 예숙적이고 이색적이었다.
이곳은 깊은 산골이지만 집집마다 현관을 아름답게 잘 꾸미고 마당의 잔디도 잘 정돈되어 집과 정원은 자연 속의 현대적 예술이 흐르는 산속 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이름 또한 그 분위기에 맞데 로즈랜드Roseland이다.
이 리조트는 장거리 하이커들을 위해 무료 캠핑장을 공개해 주었다.
하지만 유감 샤워시설이 없어 불편하였다.
럭셔리한 화장실에서 나는 몸을 닦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PC는 계단에 걸터앉아 나를 기다렸는데 전혀 짜증이 없어서 내가 미안해하니 그는 말했다.
“여성을 위해 남자가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지요.”
PC의 여자친구가 그를 자동차로 AT 등산로까지 태워주고 데리러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좋은 품성에 그녀가 반했음에 틀림없다. 서둘러 식당으로 들어가니 분위기 좋은 식당에는 삼삼오오 하이커들이 앉아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와 맥주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을 휴양지로 이용한 일반인들도 보였고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이를 보니까 나는 오랜만에 새로운 신문화를 보는 듯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햄버거와 샐러드를 시켜 배불리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벌써 프레즈노 님은 아이스크림 삼매경에 빠지면서 먼 테이블에서 나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와인 한 잔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 아이언맨과 그녀들도 다른 하이커들과의 한 식탁에서 저녁이 무러 익었다.
그동안 여러 날 통화 이탈 구역에서 가족과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다.
비행기 모드가 풀어지자 걱정하는 문자가 많았다.
두 딸은 2주간 연락 두절로 AT에 관련된 안전사고를 조사하며 많이 걱정했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저녁식사와 여유로운 대화를 끝내고 하이커들과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니 한밤의 풀벌레 우는 소리가 좋다.
마치 밤마실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 리조트는 언젠가 친한 벗과 다시 오고픈 아름답고 곳으로 기억하고 싶어졌다.
* 침니락 정상 조망권
* 나뭇가지에 앉은 파랑새
* 모하비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하비의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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