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찬란한 문화도시, 경주
중학교 동창은 왠지
오랜만에 만나도 자주 만나도 한결같고
말이 없어도 서먹하지 않고
말이 많아도 실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한마디로 평화를 느끼는 친구입니다.
오늘은 옛 친구와 경주를 방문합니다.
몇 년 만에 만났지만
좋아하는 음식도 지향하는 취향도
성격까지 변하지 않아서
엊그제 만나고 또 만난 기분입니다.
친구가 모하비 집으로 픽업 와서
"팔공산 갈래?, 경주 갈래?"라고 묻습니다.
경주는 내 마음의 고향 같은 도시이고
팔공산은 우리가 공부한 학교의
정기가 있는 산입니다.
우리는 경주로 떠나기로 합니다.
경주는 누구나 알듯이
신라시대의 찬란한 문화가 꽃 핀
도시로 10분만 걸어도 어디나 그 문화를 느낄 수
있고 특히 모하비가 좋아하는 곳은
5 능이 있는 곳입니다.
이제 고속도로가 생겨서
경주를 가려면 모하비 시골집에서
40분이면 도달합니다.
이 왕릉을 걸으면서 친구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아이 키운 이야기,
직장 이야기, 밀린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마치 과거가 숨 쉬는 곳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그간의 긴 시간을 잇는 시간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서지금까지 시간을 이어가며
우리는 다시 긴밀한 현재의 삶까지
공유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만족했습니다.
경주는 유적지를 끼고 걸으면
마음은 어느새 평화로워집니다.
여름과 가을의 길목이라
후덥지근한 더위 속에서 밤나무의
밤은 가을을 익히고 있습니다.
친구는 우리의 중학교 모교에
영어교사로 제직 했고 자신의 제자들은 곧
후배인 셈이니 더 정성껏 가르침을
행했을 정이 많은 친구입니다.
모하비가 각별한 은사님은 교사에서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되었고 지금은
은퇴하셨습니다.
가끔씩 모하비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결혼, 남편, 육아, 직장 생활을
슬기롭게 잘 살아온 친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담소로 우리는 맛깔스러운
점심의 포만감을 잘 소화시키기 충분했습니다.
방학 때 1달간 미국 영어 연수도 했다는
부지런하고 똑똑한 친구입니다.
모하비의 시골집에 대문 입구에는
연밭이 있었는데 그 주인은 모하비 친척이었고
추석 일주일 전에 아저씨는 물을 빼고
연뿌리를 캐어 대목 여비를 장만하셨습니다.
덕분에 연근 반찬은 참 많이 먹었습니다.
겨울에는 이 연밭의 얕은 물이
얼면 썰매를 탔습니다.
겨울 방학에 늦잠을 자고 싶지만
이른 아침에 썰매를 타는 친구 소리에
모하비는 오빠가 만들어 준 썰매를 가지고
이런 연밭에서 썰매를 탄 생각이 납니다.
모하비에게 연밭은 세상 걱정 없는
유년시절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꽃무릇은 여름과 가을 사이에
피는 꽃으로 꽃말은 참사랑입니다.
이 꽃과 정말 비슷한 꽃은
상사화인데 상사화는 이런 봄에 핍니다.
꽃이 서로 닮아서 헷갈리지만
꽃말은 정반대로 상사화는
슬픈 사랑입니다.
꽃무릇 Red Spider Lily
참 사랑인 꽃무릇은
주로 붉은색이 많은데
슬픈 사랑인 상사화는 대부분
만지면 부서질세라 눈이 부시도록
연한 핑크색이 많습니다.
이제 60이 되니 참 사랑도
슬픈 사랑도 모두 수용하게 됩니다.
그저 변하지 않는 친구 같은 우정이
사랑인가 싶습니다.
부부도 연인도 친구 같아야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가 봅니다.
친구는 방학 때 자주 해외여행을
하여 여행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한국의 유적처럼 모든 나라의
유적과 역사는 우리의 관심사입니다.
남의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가 볼 정도면
적어도 잘 살아진 인생이라 생각되니
친구의 순탄하게 살아준 삶이
그저 고마웠습니다.
신라시대의 진흥왕은
그 문화가 가장 꽃을 피우던 왕입니다.
경주는 마을 자체가 유적지와
함께 하니 가을의 전령사
감나무도 자주 보입니다.
단감을 때를 놓치면 바로
떨어집니다.
철부지 시절 사랑처럼 말입니다.
친구는 지금 퇴직을 하였지만
노모를 일주일에 2,3 회 찾아가 챙겨
드리느라 장거리 여행을 못한다니
또한 효녀입니다.
무더운 더위의 습기를 품고
소나무 아래에 태어난
버섯도 삶이 장합니다.
고풍스러운 기와집을
오랜만에 모하비는 접하고
친구는 더위를 참고 잘도 걸어 줍니다.
이런 골목길도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정갈한 이곳은 서당으로
체험장입니다.
잘 닦아진 툇마루에
앉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푸근한 친구와
멋진 데이트였습니다.
한국 여행에서 백미 중 하나였습니다.
처마의 석가래도 보기만 해도
타국의 힘겨웠던 일들이
모두 위로받는 기분입니다.
지금도 이 고택에는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은
이런 텃밭도 가을과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돌아서 참사랑의
꽃무릇 군락지로 돌아갑니다.
보고만 있어도 편하다 못해
황홀합니다.
왕릉을 보며 산보하면
모든 근심도 걱정도 사라지고
이해타산도 시나브로 지워져 버립니다.
모하비는 또 내일 대구로
이동하여 다음날 아침
서울로 향합니다.
다음 사이트가 티스토리로 옮기면서
은사님의 이메일 주소를 잃어버려
미리 연락드리지 못하였고
뵙지 못하고 떠나서 아쉬웠습니다.
모하비의 초등학교 절친과
연락이 되어 함께 만나기 위해
경주를 떠나서 하양으로 향합니다.
친구는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기 전에 잠시
우리의 모교에 데리고 가 줍니다.
모하비의 중고등학교는
가톨릭 재단의 사립학교입니다.
모하비는 이 성당길을 6년간 지나며
학교 교문으로 들어갔습니다.
교육도 인성도 반복학습인지라 모하비는
대학시절 서울의 대방동 성당에서
영세를 받았습니다.
교문은 그대로이지만
더 많은 건물이 지어져 낯설기만
합니다.
명석한 후배들이 날로 늘어나서
긍지를 느끼게 됩니다.
학교를 뒤로 하고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서 서로 부둥켜안고
20 년만의 재회를 했습니다.
차만 마시고 헤어져 서운 했지만
또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서로의
건강을 잘 지키자고 약속하며
헤어졌습니다.
모하비를 집까지
태워줄 때는 어두워지고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비가 내려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60세 이후의 우리 인생도 더 단단해지길
바라며 오늘의 만남을
마무리했습니다.
* 모하비의 모험에 오신 이웃님, 고맙습니다.
** 머무는 잠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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