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오레건 주 5일째
어제 비를 흠뻑 맞고
물이 없는 캠핑장에서 잠을 잤고
오늘 예정한 거리에서 어제 비로 전진하지 못한
1.5 마일 (2.4 km) 더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호수까지 들어가는 길도
왕복 1.5 마일 (2.6 km) 더 걸어야 호수를 만나고
그 호수의 물을 정수해야 합니다.

여기서 배낭을 놓고 연장자이신
폴 님 배낭을 지키고 제임스 님은 폴 님의
물도 더 가져오기로 합니다.

물통과 정수기만 들고 내리막 길로
한 참을 걸어 들어가니 호수가
나옵니다.

보통 물이 있는 곳은 지대가 낮아서
물을 정수하고는 배낭을 지키고 있는 폴 님까지는
계속 오르막 길입니다.

아침의 호수는 어제의 비로
안개가 자욱하고 고요합니다.

물이 얕고 쓰러진 나무들은
빗물에 흠뻑 젖어 미끄러워 더
깊은 곳으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임스 님은 적당한 구간을 찾아
봅니다.

비에 젖은 텐트를 아침에 접을
때는 손이 시려 혼났다지만 늘 웃음이
넘치고 매일 2시간을 걷는다는 저력 때문인지
걷는 것을 힘들어 하지 않는 하이커입니다.

습한 전나무 아래로 이끼와
다양한 버섯이 자라고 있습니다.
윗부분은 표고 버섯 같은데 버섯에 대하여
모하비가 문외한이라 구경만 합니다.

맑은 날은 이 나무를 밟고
깊은 물을 받지만 오늘은 낮은 수위에서
최대한 잔여물이 들어 오지 않도록 물을
받고 정수합니다.
잔여물이 많아지면 정수 필터가 바로 망가져
다음 정수에서 물이 빨리 정수되지 않아
결국 새로운 필터를 구입해야 합니다.


어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으면
이 호수 주변에서 캠핑하고
수영도 하여 땀을 씻을 수 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오레건 주의 숲은 일 년 중의
6개월 이상이 습도가 높은 기후로
이끼는 장관입니다.

다양한 색상의 이끼가 전나무에
걸쳐져 있는 모습이 태초의 원시림을
상상하게 합니다.

물을 정수후 다시 전진하다가
휴식 중인데 수연 님은 발이 젖어
말리는 중입니다.

비는 그쳤지만 어제 많이 내린 비로
나무에서 물방울이 자주 떨어져
오늘 해가 나올 때까지는 비옷을 입고
숲을 걷습니다.
폴 님의 비옷 치마는 보온도 되어서
반바지만 입고 걷는데 오전에는 따뜻하다고
하십니다.

비로 불편한 트래킹이지만
이토록 몽환적인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도 있습니다.

혼자 솔로로 우중 숲을 걷는다면
위협을 느끼는 여행이지만 함께 걸어서
마음도 편안하게 평온한 길을 걸으며
다양한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끼 옷을 곱게 걸치고
생을 마감한 전나무 긴 나무에
잔가지 하나 없이 자랐으니 근대시대에
우리 조상님들은 이 나무로 전봇대를
만드는 지혜를 가졌나 봅니다.

잔가지에 치렁치렁 얼킨 이끼도
떨어져 누웠습니다.

이렇게 작은 전나무도 모하비의
다음다음 세대에서 위풍당당하고 거대한
나무가 될 것입니다.
나무의 나이는 한 켜의 나뭇가지가 1년이니
사진의 정중앙의 나무도 족히 9년의
나이는 되어 보입니다.

운무 속에서 황홀경을 느끼며
느긋하게 걸으면 나무 위의 굵은 물방울이
긴장하라고 머리를 내리 칩니다.
그저 맞고 걷습니다.

숲이 온통 젖었지만 점심시간은
있어야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점심을 먹었으니 테드 님이 선두에서
리더하고 폴 님이 후미에서
느긋하게 안개 낀 자연을 음미하며 트래킹 할
차례입니다.

위로 올려다봅니다.
씨에라 클럽에서는 꼭 두 리더가
있어야 산행이 진행되어 주 리더와 부 리더의
사이는 가족 같고 친구 같은 친분을
이루게 하는데 테드, 폴 님도 그렇습니다.

식사 후 다시 걷는데
명물을 만났으니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섭니다.

거대한 영지버섯이 빗물을
품고 어두운 안갯속 숲에서 번쩍번쩍
빛이 납니다.

뒤쪽으로는 더 잘 영글어
황금빛깔을 품고 있습니다.
요리하지 않고 차로 마신다는 모하비의
일장연설도 있었습니다.

젖은 숲의 땅에 다시 철퍼덕 앉아
휴식합니다.

폴 님이 새로 구입한 비옷 치마는
급히 비가 내릴 때 착용하기가
비옷 바지보다 더 편리했습니다.
캠핑장에서 폴 님의 새로운 비옷 치마의 기능성을
이야기하면서 만지고 뒤집어 보니 남의
치마를 함부로 들친다고 해서 모두 웃었습니다.
그래서 모하비는 그에게 닉네임을
'폴리나'라고 지어주고 트레일 네임으로 하자고
해서 또 웃습니다.

다시 출발을 준비합니다.

어제 심하게 내린 비로
안개가 짙어 숲은 모두 잠들어
버린 듯합니다.
오른쪽 이정표의 왼쪽 방면의 윈디고의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씨에라 네바다 고봉의 고개인 패스라는
이정표는 엄청 가파른 오르막 길이지만 이
PCT의 패스는 적당한 오르막으로
걸을 만합니다.


오레건 주의 PCT길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걷기도 좋고 길도 전나무 솔잎이
많이 떨어져 부드럽습니다.
동부에 있는 세계 3대 트레일인 AT길은
PCT보다 400 마일 (640 km) 더 짧지만
오르막이 고약한 곳이 많습니다.

길이 좋다고 좋아라 걸었는데
고약한 환경의 나무 공동묘지를 지납니다.
공동묘지의 안개는 더욱 으스스합니다.

가는 길에 해가 나옵니다.

밝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비는 없을 것 같습니다.

흐린 날씨에 고사목 등산로에서
핀 화려한 꽃은
또 하나의 희망이 됩니다.

들꽃에는 꼭 카메라를 대며
꽃과 눈 맞춤을 하는 폴 님을 70대 후반을
바라본다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면 이곳은 위험할 듯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러
걷지만 때로는 자연의 아픔도 봅니다.
이 아픔의 인고가 있기에
웅장하고 위대하고 경이로운
자연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인간사가 매우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자연은 4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고통을 안고
어쩌면 매일매일 고통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은 사람처럼 언어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모를 뿐입니다.

오래된 옛날 로고의 PCT 마크를
수십 년 전에 인간은 나무에 못을 박았습니다.
인고의 세월로 이 나무는 생채기를
이겨 내느라 로고 주변이 아픈 흔적을 가지고
수 십 년을 참고 견디어 살아 냅니다.

오늘 캠핑할 곳도 물이 없어
주민들의 수고로 조달된 물통의 물을
정수하니 땀을 씻을 개울이나
호수는 없을 듯합니다.

참 신기한 것은 사람세상에서는
하루만 걸어 샤워를 못해도
건질 거리는데 벌써 5일째 샤워는 커녕
땀으로 젖고 비로 몸도 축축한데
몸이 가렵거나 아프지도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물수건으로 오늘도 몸을 닦아야 할
모양입니다.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해가 나오고 약간의 바람이
오후에 일고 있어 빨랫줄을 메고 얼른
텐트와 젖은 옷가지를 말리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할 일입니다.

캠핑장 옆으로 멋진 길
Umpoua 국유림인데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대량의 물을 제공해 준 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감사드립니다.

캠핑장에는 모든 가재도구가 펼쳐지고
점점 거지촌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축축한
불놀이를 해 보지만 내일 걸을 일정으로
일찍 포기하고 취침합니다.
다시 추워집니다.
그래도 텐트를 말려서 잘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밤입니다.

내일부터는 숲의 습도가
점점 낮아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완만한 등산로, 우리말 그대로 오솔길을
걸어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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